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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 #239

By EDITOR'S LETTER

K-팝에는 많은 공이 있다.
그중 우리 글과 말의 세계화에 그 어떤 언어도 해내지 못한, 불가사의한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어의 가사화.

나보다 더 정확한 발음으로 노래한다. 랩을 한다.
나보다 더 우리나라 사람 같은 얼굴로, 스타일로.
이름을 듣지 않았다면 차마 예측할 수 없을 정도다.
중국, 일본, 태국, 필리핀, 홍콩, 대만, 인도네시아···.
전 세계 콘텐츠를 장악한 K-팝 뮤지션의 실로 다양한 국적, 블러드.

“며칠 전 일곱 살 난 옆집 아이가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K-팝 가사라고 하더군요. 물론 그 아이는 미국 아이죠.”
미국 SM엔터테인먼트 SVP(시니어 바이스 프레지던트) 출신으로, 현재 타이탄콘텐츠의 CMO인
돔 로드리게스Dom Rodriguez가 K-팝의 미래에 대해 전망하며 들려준 에피소드다.

Step by step, oo baby, gonna get to you, girl~.
1990년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노래를 굳이 ‘영어’라고 생각하지 않고 불렀듯, K-팝이 한국어가 아닌 가사로서 전 세계에 울려 퍼진다.

언어는 공부다.
가사는 친구다.

언어는 암기력이다.
가사는 중독적이다.

언어는 읽고 쓰고 말하는 것이다.
가사는 듣고 부르고 춤추는 것이다.

“넌 K-팝으로, 아이돌로 장사하는구나.”
2015년 가을 〈데이즈드〉 편집장을 시작한 이래 꽤 긴 시간 종종 들은 말이다.
그때마다 리애나를, 저스틴 비버를 서양 패션 매거진에서 촬영하는 것과 대체 뭐가 다르냐며 맞섰다.
이젠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온오프라인 서점을 장악하는 K-팝 아티스트의 매거진 커버를 볼 때마다 뭔가 ‘깊숙이’ 남다르다.

얼마 전 2016년 8월 8일 데뷔한 블랙핑크의 9주년 소식이 들려왔다.
2017년 4월호 제니의 첫 단독 커버를 담고, 제니가 서점에서 〈데이즈드〉를 들고 반가워하던 사진을 본 게 진심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축하할 일, 대단한 일, 엄청난 일.
차고도 넘치는 경사 속에서 내일을 명상한다.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의 격려가 심상치 않다.
그 무엇보다 우선 편견과 차별을 버린 포용 정신이 필요하다.
세계화된 내면으로 외치는 언어여야만 세대를 잇는 진짜 문화가 될 수 있다.

 

이겸
李兼
Guiom Lee 

202509 #239

By EDITOR'S LETTER

“널 의심하지 않아? 그런 느낌 알아? 시내에 나갔는데 마치 다 안다는 듯이 누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고, 사람들이 다 나만 보는 것 같은 느낌 말이야.” 애니스가 잭에게 묻는다. “그럼 그 동네를 떠나.” 잭의 대답에 애니스는 가당찮은 조언인 양 비아냥댄다. 2000년대 초반(벌써 20여 년 전이라니 놀랍지만), 그 시절엔 나도 그랬다. “여자친구 있어요” 그렇게 말하거나, “요즘 괜찮은 여자가 없네요”라거나, “무성애자예요”라고. 출근하면서부터, 그러니까 질풍노도, 부정과 혼돈의 10대를 거쳐 사회에서의 나는 어떤 가면을 쓴 채 살아야(만) 했다. 마치 애니스처럼 세상이 나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는, 그렇지만 그 동네(사회)를 떠날 수는 없는. 이걸 어떻게 표현하면 네가 알까? 난데, 내가 맞는데, 내가 아니어야 하고, 그러니까 진짜 나 자신은 계속 작아지고 불쌍하고 또 그걸 인정하기 싫고, 그러나 그렇다고 가짜인 나로 살기엔 참을 수 없고, 병신 같고, 막 그런. 누군가는 그럴 거다. 네 그 불같은 성격에? 게다가 넌 그 어느 사회보다 열린 패션계에서, 그중에서도 최첨병인 패션 에디터였던 네가? 누군가는 모르니까 그러는 거다. 그 시절엔 발각돼서 쫓겨난 선배, 동료가 많았다는 걸. 마치 개죽음 당하는 잭을, 허구일 거야,라고 받아들이는 게 차라리 편한 너처럼, 나처럼. 2 결국 나는 둘로 나뉠 수 없으나 둘이 돼야 했다. 그리고 이 둘은 창의적 교류를 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했다. 사회의 나와 진짜의 나, 모두 매력적이어야 했고, 결국 사랑받고 싶었다. 그러려면 일단 그 두 개의 나, 그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야 했다. 꽤 오랜 시간 연구한 끝에 발견한 방법은 단순하되 아팠다. 내가 나에게서 분리돼 나를 볼 수 있어야 하는 것. 내 손에 쥔 메스를 들어 머리부터 발바닥까지 정확히 반으로 갈랐다. 피가 낭자했고, 아리는 고통이 온몸의 구멍을 틀어 막았다. 욕을 못하는 게 다행이야. 아물 수 없는 공존, 곧 평화다. 확장이다. 숨 쉴 수 있다. 이보다 현명할 수 없다. 애니스와 잭, 나와 나, 예술과 패션, <데이즈드>와 메종 마르지엘라, 정희민과 조율. 아 참나, 먹고 먹히는 게 아니라니까. 그런 건 그런 거라니까. 죽도록 사랑할게Loved to Death. 그걸로만은 안 돼. 난 나를 둘로 쪼개봐서 잘 알아. 그래서 이게 맞아. 맹세할게. 그 경계를 허물어봐서 잘 알아. 메종 마르지엘라, 그러듯.

“Don’t you ever feel like people are suspicious of you? Like when you’re out in the city, and it feels like everyone’s watching, like they all know something?” Ennis asks Jack. “Then leave that town.” Jack replies. Ennis scoffs, as if the advice is absurd. It was the early 2000s. (Hard to believe that was over twenty years ago). Back then, I did the same. I used to say, “I have a girlfriend.” “I haven’t been meeting many women I really click with lately.” Or even, “I’m asexual.” From the moment I stepped out for work, I wore (had to) a mask— After the storms of adolescence, this was how I had to live in society. Like Ennis, under the gaze of suspicion, unable to leave “that town(society).” How do I explain this so you’ll understand? I was me—but I couldn’t be. The real me kept shrinking, becoming pitiful— and I didn’t want to admit it. But living as a fake me was unbearable. Pathetic. Messy. That kind of thing. Some might say, “With your fiery personality? In fashion, of all places? Weren’t you an editor—at the forefront of the most open industry?” Some just don’t know. Back then, we watched senior editors and colleagues get outed and ousted. Like how it’s easier to believe Jack died a fictional death— That’s how I coped. How you coped, too. 2 In the end, I couldn’t truly split in two. But I had to become two. And those two selves had to speak to each other. The public me and the real me— Both needed to be compelling. Both wanted to be loved. To get there, I had to erase the line between them. After years of grappling, I found a way— simple, but painful. I had to see myself from outside myself. I picked up the scalpel and sliced myself clean in half, from head to toe. Blood spilled. A deep, aching pain sealed off every part of me. It’s a relief, not knowing how to curse. An unhealable coexistence— That’s peace. That’s expansion. I can breathe. Couldn’t be wiser than that. Ennis and Jack. Me and me. Art and fashion. <DAZED> KOREA and Maison Margiela. Chung Heemin and Joyul. Oh, come on. It’s not about consuming or being consumed. It’s just what it is. I’ll love you to death Loved to Death. Love alone is not enough. I know this, because I’ve split myself before. That’s why this feels right. I swear. I know what it means because I’ve broken the boundary myself. Just like Maison Margiela does.

 

이겸
李兼
Guiom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