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스스로를 객관화할 수 있겠어요?”
“떨어져서 보면 돼요.”
“잔인하시군요.”
24시간 계속 쓰고 싶은데
논픽션은 아니다.
이야기가 쏟아진다.
외출해서 만나는 타인 앞에서 쉬지 않고 떠들어댄다.
뇌에 담긴 허구가 너무 많아 터질 지경이다.
“모두를 쳐다볼 수 있지만 아무도 가질 수 없어요.”
“뭘 더 원하시는 건가요? 달리 흥미로운 건 없어요?”
“성급하군요.”
자신감 과잉만큼 두려운 것은 없다.
헛된 자존심.
무너진다.
부서진다.
재도 남지 않을 만큼 탔다.
타버렸다.
잔인하게 굴고 싶지 않아.
가르쳐 줘.
시작하는 법을 운명에 맡겨야 하나.
그런 거 없다.
너희를 바탕으로 지어내고 싶은
지어낼 만한 이야기가 온 정신을 훑는다.
지배하고 지배당하고 시끄러우니까
당연히 싫어할 수밖에 없다.
그것에서조차 끄적일 테니.
필명을 향한 순종.
쓰레기.
불.
화.
꽃.
추.
이그니스 리 李兼 Ignis Lee
“그래, 현범아. 딱 중학교 2학년, 그 정도 친구가 읽을 때 술술 읽힐 정도로 써.
어렵지 않게. 그게 좋은 글이야.”
그거 아는가?
인생 첫 편집장의 조언은 생각보다 오래간다.
쉽게 쓴다.
뭣하러, 어려운 말 찾지 않는다.
은유는 기본적으로 가식이다.
독창적 노력 끝에 자주적 성공을 보장할 때에만 허용한다.
부사나 형용사를 씀에는 반드시 그럴 만한 사연이 있는 경우에만,
즉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구어체, 문어체 경계 없다.
그러고도 많았다.
시간이 흘렀기에 몇 개는 버렸고, 몇 개는 새로 지녔다.
머릿속에서 흘러나오는 대로 한 번에 써야 한다.
어느 순간부터 다시 읽지 않는다.
읽고 고쳐 쓰면 문장이 나아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건 솔직하지 못한 거다.
죄를 쓴 거다.
검열보다 원초를 택한다.
이성적인 모든 것을 제거한다.
뭘 쓸 준비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시작했다.
뭘 많이 보거나 뭘 많이 먹거나 뭘 많이 생각하거나 이틀이고 사흘이고,
그보다 더하게도 필요했다.
대신 순식간이었다.
지체 없이 빠르게 꽂았다.
아니 취권처럼 흐느적대며 갈지자로 세상을 내뺐다.
지렁이 글.
글 지렁이.
시간이 또 흘러 글만큼은 늙지 않기를 바랐다.
소년의 글은 무엇일까.
글의 판을 벌인 주체도, 글에 놀아나고 있는 주체도 모두 나 자신이어야 한다.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된다면 경지에 오른 거다.
젊다 못해 어린 글,
시간 지나고 봐도 지금 글.
기억에 없다.
신주쿠 서구, 40층이 넘는 빌딩 꼭대기 층 레스토랑에서 홀로 청소를 했다.
새벽에, 서너 달 동안.
출근 첫날 내 몸집의 세 배만 한 쥐가 튀어나왔다.
도망쳤다.
울었다.
돈이 필요했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출근했다.
간절하게 다가가니 쥐들도 나를 받아줬고,
이윽고 그들의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한두 달이 돼도 월급을 주지 않았다.
사장이 다니는 한인 교회까지 찾아갔다.
씨발, 타국에서 제일 믿지 말아야 할 게 자국인이라더니.
씨발, 서너 달치 합해 한 50만 엔 됐는데….
결국 월급도 못 받고 그만두게 된 마지막 날,
청소를 마치고 울고 있는 내게 쥐들이 찾아왔다.
아빠 쥐, 엄마 쥐, 아이들 쥐, 일곱 마리는 족히 넘었다.
다시 말하지만 모두 나보다 훨씬 컸다.
쥐들이 말했다. “당신의 친구라는 게 자랑스러워요.”
생생하다.
기억에 없다.
스티븐 킹이 자신이 쓴 기억에 없는 소설이 많았다고,
말도 안 된다고 그랬다.
옛날에는.
맘에 드는 영화를 만나기가 어렵다.
글 쓰는 건 위험한 일이다.
세상은 문학에 관심이 없다.
4961, 3681, 1649, 2689…
머릿속에 지네라도 들었나.
어디 가서 내가 10년간 이런 생각 했다고 말하면 안 된다.
이그니스 리 李兼 Ignis 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