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행을 접었다. 출국 당일이었다. 믿을 수 없는 이상고온이라고 했다. 2년 만의 파리였다.
짐을 다시 푸는데 나쁘지 않았다. 그게 무서웠다. 적응된다는 것. 어디도 나가고 싶지 않다는 것.
끝난 건 아니니까. 파리는 거기 있고, 나는 여기 있고, 비행기는 내일도 뜬다.
자존감. 자신감. 그런 건 어디서 오나 오래 생각했는데, 결국 고생에서 온다. 쉽게 얻어진 것은 쉽게 사라지니까.
사진을 안 찍은 지 오래됐다. 아직은 멀었다. 멀었다는 걸 아는 것도 어디쯤 왔다는 뜻이라고 믿기로 한다.
하고 싶은 걸 하고 사는 것. 안 된다는 말을 들을 때 내가 그 말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게 되는 것.
아끼면 사라진다. 조금이라도 표현하고 가야 그게 답이 된다.
우주에 하나 남은 것. 희소성. 경매가 전시가 되고, 그 모든 게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 욕심을 다 차린다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계속한다.
구름이 예쁘네.
살아 있다는 것에서 나를 발견하는 것. 그것마저 기세가 필요하다면 그렇게 하겠다.
이름을 바꾼 게 도움이 된다. 전화번호도 바꿨다. 후회는 늘 하고 싶은 대로 덜한 것들에서 왔다.
로망. 취향. 손편지. 〈데이즈드〉를 하면서 빼곡하게 받았던 수많은 것.
12일 뒤면 아홉 살이다. 렉스트림. 이젠 더는 철없다고 할 수도 없겠네.
아홉 살의 기세로. 자기 객관화라는 평생의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홉 살, 고생했어. 나 자신에게 주는 뽀뽀 선물로.
쪽.
텍스트로라도 입술을.
이호명
李浩銘
Homéon 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