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역에서 <데이즈드>까지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며 출근하기 좋은 길이 깔려 있다.
그래서 일부러 뚝섬역 대신 성수역에 내려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출근한다. 스케이트보드가
왜 좋으냐고 묻는다면, 첫째는 타는 사람이 멋있다. 남 눈치 안 보고 보드를 어떻게 하면
잘 탈까 하는 순수하고 깔끔한 고민, 그리고 그들만의 문화를 표현하는 수많은 그래픽과
옷가지. 둘째는 수많은 시도와 실패 그리고 고통 속에 이뤄내는 단 한 번의 성공. 그 성공을
무수히 쌓아 비로소 자기만의 것으로 만든다. 처음 스케이트보드를 타다 엉덩방아를 찧었을
때 알 수 없는 개운함을 느끼곤 든 생각이, 내가 마지막으로 넘어져본 지가 언제였더라.
그땐 넘어지는 게 무섭지도 창피하지도 않았을 때.
나는 <데이즈드>에서 영상을 촬영한다. 여러 하이패션 브랜드를 찍으며 든 생각은
내가 입을 일 없는 옷, 그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왠지 그 옷들을 입으면 내가 변할
것 같은 느낌. 서서히 바깥부터 안쪽 깊숙이까지. 내가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할 때 겸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하이패션을 경멸하는 게 네가 생각하는 순수는 아니라고 말했다.
스케이트보드를 어떤 마음으로, 또 어떤 생각으로 타는지가 중요하다고.
그러고는 너를 잃지 말고 차근차근 쌓고 재단하라고 조언했다.
시간이 지나 내 생일. 핑크색 셀린 티셔츠를 선물 받았다. 당장 입어보라는 동료들 말에
회사에서 입어보고는 쑥스러워 얼른 벗어 대충 포장해 집으로 왔다. 분더샵 쇼핑백에
담긴 핑크색 셀린 티셔츠. 혼자 방에서 다시 입어보고 거울을 봤다. 여전히 나.
심지어 생각보다 그 옷을 입은 내가 싫지도 않았다. 피식 웃고는 다시 그 옷을 개어
스케이트보드 티셔츠 사이에 넣었다.
내일 입고 가야지, 낄낄.
전기성
Jun Giseo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