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Earthround

Fashion Min Ji Kim
Photography June Hyung Hong
Hair Woo Jun Kim
Makeup Bom Lee
Model Eun Seo Kim

 

레이스 캉캉 원피스, 타조 깃털 부츠, 이어커프는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정점
아직 에디 슬리먼의 생 로랑을 잊지 못하는 이들에게 안토니 바카렐로의 생 로랑은 어떤 시험대 위에 있다. 그러나 2018년 S/S 컬렉션은 에디의 ‘빠’들도 그를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본다. 30분 정도 늦게 시작하는 것은 관례가 되다시피 한 패션 위크에서 생 로랑은 8시 정각, 정시에 휘황찬란한 에펠탑을 배경으로 쇼를 시작했다. 8시는 에펠탑이 가장 빛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하우스를 상징하게 된 테일러드 재킷, 새틴 블라우스, 초미니 쇼츠…. 여전히 스키니하고, 시크하고, 섹시했다. 지난 시즌의 키 아이템이던 슬라우치 부츠는 타조 깃털 부츠에 자리를 내줬다. 피날레에 가까워질수록 대담한 실루엣이 등장, 반짝이는 에펠탑과 어우러져 일대 장관을 만들어냈다. 이게 바로 파리 패션이지! 마침내 떨렸다.

 


패치워크 가죽 재킷과 보디 슈트, 샤 스커트, 슬링백 슈즈는 모두 디올(Dior).

60’s
하우스의 아카이브와 여성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아티스틱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이번 시즌 아티스트 니키 드 상 팔(Niki de Saint Phalle)의 포토 시리즈에 주목했다. 여성 해방을 부르짖던 1960년대, 아이코닉한 스타일로 당대의 아름다움을 그려낸 니키 드 상 팔은 당시 디올 하우스의 수장이던 마르크 보앙의 친구였다. 치우리는 2018년 S/S 컬렉션에 니키 드 상 팔의 작품에 드러난 화려한 색감을 레이스, 실크, 가죽, 플라스틱 소재에 과감하게 접목했다. 또 마르크 보앙 시절의 앙증맞은 점프슈트에 앞트임 스커트를 매치해 재해석했다. 이러한 요소는 여성의 세계를 변화시킨 1960년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컬렉션은 치우리가 계속 얘기해온 여성의 위대함과 조성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그녀는 이것이 현대 패션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봉긋한 실루엣의 원피스와 이너로 입은 줄무늬 톱, ‘LV 아치라이트’ 스니커즈는 모두 루이 비통(Louis Vuitton).

역사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춘 의복에 현대적 숨결을 불어넣는 것이 가능할까.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방문 당시 전시실의 18세기 프랑스 귀족 복식을 관람하며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영원히 존재하는 패션 스타일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다. 그 결과 탄생한 2018년 S/S 루이 비통 컬렉션은 루브르의 유서 깊은 파빌리온 지하, 중세 유적지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에서 펼쳐졌다. 루이 비통은 예복의 풍성한 브로케이드 장식과 아름다운 자수가 돋보이는 당대 복식의 섬세함을 그대로 살림과 동시에, 역동적이고 캐주얼한 오늘날의 스타일과 조화시켰다. 정교한 디자인의 연미복에는 테이퍼드 팬츠가 어우러졌고 멜랑콜리한 느낌의 드레스에는 현대적 디자인의 스니커즈를 절묘하게 매치해 시공간을 뛰어넘는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구조적 커팅이 돋보이는 컬러 블록 이브닝드레스와 스틸레토 힐은 모두 발렌티노(Valentino).

 

파격
유서 깊은 패션 하우스들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혁신으로부터 새 국면을 맞는다. 발렌티노의 피에르파올로 피촐리는 2018년 S/S 시즌, 새로운 모습의 발렌티노 레이디를 탄생시켰다. 변화의 기운은 첫 리조트 컬렉션에서 시작됐다. ‘쿠튀리즘’의 정수를 보여주던 이전의 발렌티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스포티즘’이 등장한 것이다. 리조트 컬렉션을 시작으로 힙합과 스트리트 문화를 반영한 발렌티노식 스포티즘이 피어났다. 런웨이에는 아노락, 트랙 팬츠, 블루종이 등장했다. 이런 파격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때쯤 우아한 이브닝드레스의 행렬이 이어졌다. 양극화는 하우스의 아이덴티티를 지킴과 동시에 동시대를 읽어야 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숙명이라고 해야 할까. 클럽으로 향하기 전, 발렌티노를 떠올리는 날이 곧 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