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 말하지 않고 단지 만져보는 것이 있다. 그 기억이 있다. 아끼는 책의 표지, 오래된 호텔의 낡은 벨벳 커튼, 어릴 적 쓰던 나무 의자의 거칠고 반질반질한 모서리라든지, 긴긴밤 혼자 남을까 두려워 꼭 잡고 잠들던 엄마의 보드라운 손 같은 것들. 손끝에 맺힌 기억은 이상하리만큼 오랫동안 여기에 남는다. 표면의 온기와 고유한 결은 갈수록 선명해진다.
보테가 베네타의 어떤 가방을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다. 그건 마치 손으로 만든 어떤 기억의 표면 같았다. 말없이, 조용히 존재하며 나를 오래 바라보고 있는 무언가. 그 가방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때, 어쩌면 그 작은 가방 안에 작은 숨결 같은 것이 들어 있다고 느꼈다. 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어떤 진동. 가죽은 매끈했지만 단단했고, 결은 반복적이면서도 다정했다. 그건 일종의 리듬이었고, 무엇보다도 ‘손의 언어’였다.
인트레치아토Intrecciato. 그 결이 인트레치아토라는 사실은 시간이 좀 흐른 뒤에야 알았다. 인트레치아토는 깊이 있는 장인의 지식과 예술적 상상력이 결합한 소중한 기법이다. 하우스의 상징이자 보테가 베네타가 창립 이래 지켜온 수공예craft와 창의성creativity 원칙을 대표적인 방식으로 증명한다. 수 시간, 때로는 수일에 걸쳐 장인들의 인내와 기술을 요구해 완성되는 인트레치아토 기법의 얇은 가죽 스트립은 페투체fettuce를 가죽 베이스 패널이나 나무 몰드를 따라 손으로 엮어 완성한다. 이탈리아의 오랜 직조 전통과 보테가 베네타의 뿌리인 베네토Veneto 지역의 가죽 세공 전문성을 바탕으로 탄생한 인트레치아토는 혁신적인 대각선 패턴, 정교한 비율, 그리고 보테가 베네타의 탁월한 가죽 품질로 남다른 면모를 뽐낸다. 그러니 이건 단순한 가죽공예가 아니다.말보다 먼저 만들어진 언어이고, 눈빛보다 먼저 전해지는 감정이다.
1975년 처음 선보인 인트레치아토가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그 숫자를 이렇게 셈하고 난 후, 나는 머리보다 손이 먼저 간직한 그 가방의 기억을 다시 꺼내 천천히 쓸어보았다. 격자무늬처럼 엮인 가죽은 여전히 단정했고, 세월이 조금씩 스며들어 더 부드럽고 유연해진 느낌이었다. 보테가 베네타는 브랜드의 상징적인 가죽 수공예 기법인 인트레치아토의 탄생 50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캠페인 ‘Craft is our Language’를 공개한다. 단독 혹은 2인 구성으로 선보이는 캠페인은 제작자와 착용자, 예술가와 장인 그리고 손과 마음 사이 대화를 시각적으로 담아낸다. “우리는 손으로 말합니다. 손으로 기억합니다.” 캠페인 영상에는 배우, 음악가, 조각가, 디자이너 그리고 장인들이 함께 등장한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손을 움직인다.
가죽을 엮고, 연주하고, 조각하고, 혹은 단지 누군가의 손을 가만히 쥔다.
‘Craft is our Language’는 보테가 베네타의 뿌리인 이탈리아, 그곳의 아티스트와 사상가를 향한 존중과 찬사의 의미도 담고 있다. 캠페인은 개념과 미학적 측면에서 밀라노의 예술가이자 디자이너인 브루노 무나리Bruno Munari와 그가 1963년에 출간한 이탈리아 제스처 핸드북 ‘Supplemento al Dizionario Italiano'(이탈리아어 사전 부록)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책은, 손과 몸의 제스처에 대한 영원한 헌사이자 기록물로, 본래 나폴리에서 유래한 다양한 제스처가 더욱 넓은 이탈리아 문화권은 물론 국제적 일상 언어의 일부로 확장된 과정을 담고 있다. 오는 9월, 아티스트들이 출연하는 사진 및 영상 시리즈와 함께 책을 발간한다. 이 책은 보테가 베네타의 언어, 수공예 그리고 가치를 상징하는 50가지 제스처를 담은 ‘사전’ 형태로 출판되며, 손의 제스처가 지닌 상징적이고도 문화적인 의미를 보다 깊이 있게 조명한다.
그러고 보니 나는 요즘 손에 자주 집중하게 된다. 누군가와 악수할 때, 누군가의 손을 잠깐 잡을 때와 스칠 때, 혹은 혼자 커피잔을 쥐고 있을 때조차
이 손이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지, 어디에 닿았는지를 떠올린다. 지나간 흔적을 되새김질한다. 그러니까 인트레치아토는 그런 ‘기억의 조직’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형태가 완성되는 유기체. 처음보다 마지막이 더 소중하고 예쁜 가방.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함께 나이 들어가는 어떤 존재. 어쩌면 우리 삶에 정말 필요한 건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곁에서 묵묵히 함께 나이 들어주는 것. 말없이, 그러나 확실하게 손을 내밀어주는 것. 손. 나는 이 손을 여기에서 이렇게 내려다본다.
text CHOI JIWOONG(JIWOONG)
art KIM JIWON(JUNO)
© Bottega Ven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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