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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마라의 75주년, ‘더 맥스!’

By FASHION

막스마라가 오는 6월 16일 중국 상하이의 ‘롱 뮤지엄 웨스트 번드Long Museum West Bund’에서 막스마라 2027 리조트 컬렉션 쇼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가 진행되는 ‘롱 뮤지엄 웨스트 번드’는 예술 컬렉터 류이첸Liu Yiqian과 왕웨이Wang Wei가 설립한 롱 뮤지엄Long Museum의 분관 중 하나로, 빈장Binjiang 지역의 웨스트 번드 문화 회랑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베를린, 리스본, 스톡홀름, 베니스, 나폴리 등 주요 도시의 문화적, 역사적 의미를 가진 랜드마크에서 꾸준히 리조트 컬렉션을 선보여 온 막스마라는 이번 리조트 컬렉션 공개와 동시에 브랜드 75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더 맥스!(The Max!)”를 동시에 진행한다.

“더 맥스!The Max!”는 막스마라의 75주년을 기념해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미학을 조망하고 재해석한 전시. 올리비에 사이야르Olivier Saillard가 큐레이팅을 맡았으며, 6월 17일부터 28일까지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2026 ICON #254

By EDITOR'S LETTER

 텍스트의 시대다.

질문하는 자가 이긴다.
말하는 자가 해낸다.
능력은 거기서 갈린다.

한때 침묵은 미덕이었다.
얼버무림,
은유,
감춤,
드러내지 않는 전달.
여백이 품격이었고,
말을 아끼는 자가 깊다고 믿었다.

이제는 아니다.

AI를 다루려면 표현해야 한다.
제대로, 원하는 바 그대로.

실력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AI, 다른 인간,
전혀 다른 결과.

누구는 도구를 얻고,
누구는 거울을 얻고,
누구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차이는 기계에 있지 않다.
입을 여는 자에게 있다.

표현할 수 있는 자와 없는 자.
그것이 가를 것이다.
얼마 남지 않았다.

표현.
말, 혹은 텍스트.

Deep Entertainment. 

감정을 연습해.
욕이라도 좋으니.

질문이 답을 이겨.

 

이호명
李浩銘
Homéon Lee

 

2026 BEVERAGE #253

By EDITOR'S LETTER

카뮈의 〈전락〉은 암스테르담의 술집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클라망스는 그곳에서 매일 밤 낯선 이에게 자기 고백을 늘어놓는다.
과거엔 잘나가던 파리의 변호사였다고. 그런데 어느 날 밤 센강 다리에서 여자가 뛰어내리는 소리를 들었고, 멈추지 않았다고.
그 이후로 그는 법정 대신 술집을 택했다.
나는 이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편집장 자리에 막 앉은 직후였다.
멈추지 않는다는 게 무슨 뜻인지, 그때는 몰랐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조금 안다.

사르트르는 말했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인간은 먼저 던져지고, 그다음 스스로를 만든다.
그렇다면 나는 그동안 무엇을 만들었나.
〈데이즈드〉.
텍스트, 그래픽, 스토리텔링, 이미지. 마감. 또 마감. 인간을 선명하게 기록하는 일.
그 사르트르가 노벨 문학상을 거부한 최초의 인간이라는 건 잘 알려진 이야기다.
스스로 제도화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그리고 덜 알려진 뒷얘기가 있다.
사르트르는 상금을 포기하는 게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신념도 신념이지만, 가난했다.
실존주의자도 돈은 아쉽다. 나는 이 대목이 제일 좋다. 위대한 철학자의 가장 인간적인 순간.
클라망스는 타락한 뒤에야 자신이 누구였는지 알게 됐다고 했다.
나는 예상보다 오래 한우물을 달렸다. 그게 더 무서운 버전일 수도 있다.

로런츠 하트 이야기를 잠깐 해야겠다.
〈뉴욕타임스〉의 한 평론가는 썼다. “하트의 발라드 가사는 자신이 사랑받기엔 너무 못생겼다는 확신에서 비롯된 심장을 멈추게 하는
슬픔을 담고 있었다.” 그는 키가 150cm를 조금 넘었고, 평생 자신을 혐오했다. 게이였고, 1940년대 뉴욕에서 그건 불법이었다.
그는 호모 섹슈얼리티에 대한 영구적 죄책감 속에 살았고, 사랑에 대한 가사를 수백 곡 썼지만
성숙하고 대등한 관계를 단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의 가사들, “My Funny Valentine”, “Bewitched, Bothered and Bewildered”, “Blue Moon.” 한 전기작가는 썼다.
하트의 가사는 파티에서 배제된 사람의 이야기라고.
문밖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는 느낌. 자신이 보잘것없고 바람직하지 않다는 느낌.
그 감정들이 전부 노래가 됐다. 천재의 자기혐오가 세기의 스탠더드로 살아남았다.
그의 오랜 파트너 리처드 로저스가 〈오클라호마!〉 개막 파티를 연 그 밤, 하트는 다른 바에서 혼자 술을 마셨다.
8개월 뒤, 그는 자신이 즐겨 찾던 맨해튼 8번가의 바 앞 인도에 쓰러진 채 발견됐다.
폐렴으로 4일 뒤 죽었다. 48세였다. 클라망스는 술집에서 고백했다. 하트는 술집 앞 길바닥에서 끝났다.
둘 다 멈추지 않은 사람들이다. 다만 하트는 멈추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여자 농구의 전설 위성우는 14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8회, 통산 340승을 쌓고 스스로 코트를 떠났다.
그가 말했다. 기회를 주지 못한 선수들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고.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고.
클라망스가 다리 위에서 멈추지 않은 것처럼, 하트가 술잔을 내려놓지 못한 것처럼, 위성우는 그 선수들에게 손을 내밀지 못한 기억을 안고 산다.
위대한 사람의 죄책감은 이런 모양이다. 트로피가 아니라 얼굴.

사르트르는 타인은 지옥이라고 했다. 위성우의 버전은 다르다. 타인은 내가 못 갚은 빚이다.
랭보는 19세에 시를 그만뒀다. 카뮈는 노벨상 상금으로 프로방스에 집을 사고,
기차 대신 친구 차를 탄 날 죽었다. 아무 예고 없이.
하트는 〈오클라호마!〉 개막 8개월 후 48세에 죽었다.
그 밤 사르디스 바에서 마지막 고백을 쏟아낸 뒤.

〈페스트〉의 의사 리외는 묻는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도시에서 왜 계속 일하느냐고.
답이 없다. 그냥 의사니까. 그냥 여기 있으니까.
나도 그렇다. 왜 18년째 마감을 하느냐. 그냥 편집장이니까. 그냥 여기 있으니까.
스포츠와 위스키는 이 질문을 잠시 유예시킨다. 경기가 시작되면 생각이 멈춘다.
잔을 따르면 판단이 부드러워진다. 이게 쾌락이 아니라 자유인 이유다. 의미를 잠깐 내려놓는 자유.
클라망스는 매일 밤 술집에서 고백했다. 하트는 마지막 밤을 바에서 보냈다.
사르트르는 상금을 포기하며 씁쓸해했다. 나는 가끔 경기를 보며 아무것도 고백하지 않는다.
다 살아 있는 방식이다. 각자의.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윤리는 순리 안에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마신다.

이호명
李浩銘
Homéon Lee

 

ENHYPEN_DAZED

202605 #252

By EDITOR'S LETTER

 〈데이즈드〉 코리아, 〈데이즈드〉 대한민국의 18년은 역발상의 여정이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곳을 찾아가는 기개 넘치는 탐험이었다.

혈혈단신으로 런던의 〈데이즈드〉 UK 오피스에 찾아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을 때
고작 100만원 남짓 갖고 기존 팀원들과 〈데이즈드〉를 계속하자며 의기투합했을 때
가로등 불빛조차 없던 성수동 연무장길 1로 사옥을 이전했을 때
그 구두 공장을 사무실로 바꿀 비용이 부족해 찜질방 인테리어 전문 사장님을 졸라 건물 수리를 의뢰했을 때
코로나19가 발발해 사람과의 접촉을 꺼리던 시기에 필름 프로덕션 레이블을 론칭했을 때
10년 전부터 VFX 디자이너를 연이어 채용하며 렌더링의 의미를 깨달았을 때
직함 대신 내 이름을 불러달라며 모든 팀원의 이름을 닉네임으로 부르기 시작했을 때
‘게이즈드’라는 별명이 뿌듯하다며 LGBTQ+를 향한 각종 콘텐츠와 이벤트를 거침없이 진행했을 때

안 된다고 했을 때
아니라고 했을 때
희한하다고 했을 때
도망가라고 했을 때
에디터 사관학교라고 했을 때

나는, 우리는, 〈데이즈드〉는 이것을 꾸준히 새겼다.
잡지사가 아니다.
잡지가 아니다.
기자‘님’이 아니다.

〈데이즈드〉에 단 1분이라도 머물렀던 모든 이에게,
〈데이즈드〉를 지지해 준 모든 이에게, 

고맙다.
부족하다.
미안하다.

열여덟 살의 〈데이즈드〉는 그래서 한없이 울고 있다.
어리다고,
기다려달라고.

이번 생일에도 커버에 자축의 말은 없다.
그럴 만한 자격이 생기는 날까지,

〈데이즈드〉,
모순과 충돌,
역발상.

 

이호명
李浩銘
Homéo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