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
SAINT LAURENT
해가 서서히 기울고, 트로카데로 분수 앞 정원에서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오지만, 쇼가 시작되고 세상은 고요해진다. 리본을 단단히 묶은 채, 그 리본의 부드러움과는 정반대의 강렬한 힘을 지닌 넓은 어깨의 레더 재킷을 걸친 모습. 수국의 하얀 파도가 바람에 흔들리고, 그 어두운 실루엣은 정원의 그림자와 자연스럽게 뒤섞인다.
생 로랑의 여성은 영웅이다. 검은 가죽 속에서 날카롭게 빛을 뿜어내던 실루엣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슬림하고 타이트해진다. 이어 얇디얇은 나일론 드레스가 나타나고, 마침내 바람을 머금고 부풀어 오른다. 에펠탑의 불빛은 밤하늘에 흩어지고, 얼굴을 가릴 만큼 커다란 이어링은 그 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인다. 모든 것이 아찔할 만큼 선명하게.
여성은 강하다. 레더를 걸치든, 가벼운 나일론을 입든. 단순한 표면의 장식을 넘어서,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단단함.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을 세우는 힘.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유연하게, 서로 다른 결을 이어내며 존재하는 힘. 말보다 깊고, 말보다 오래 남는 언어로.
안토니의 옷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하나의 이야기이자, 질문이자, 대답.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내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의문과 그 해답을 던져준다. 어쩌면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한 편의 시처럼. 그리고 오래도록 내 안에서 조용히 반짝일 하나의 기억처럼.
text LEE SEUNGYEON(SIEN)
JULIE KEGELS
꿈에서 깨어나 반쯤 준비된 상태로 문을 열고, 일하러 달려가며, 그다음엔 파티장으로 향하기까지!
text LEE SEUNGYEON(SI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