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Earthround

에리즈의 노프로블레모와 르스펙스의 협업 아이웨어 제품


웍스아웃에서 진행된 행사, 그 전경


에리즈의 소피아 그리고 르스펙스의 해미쉬의 모습

마침내 한국을 찾았어요.  
소피아 한국을 사랑해요. 여전히 새롭고 신선해요. 정말 멋진 나라죠. 아, 개인적으로는 지난번 에리즈와 <데이즈드>가 함께한 파티에 참석하지 못해 이번에 꼭 와보고 싶었어요. 지금 한국의 문화적 분위기에는 특별한 점이 있어요. 모든 것이 신선하고, 활기차요. 영화나 문화 전반에서 큰 에너지가 느껴지죠. 실제로 영국도 한국에서 많은 영향을 받아요. 그리고 저희는 오늘 팝업스토어를 연, 웍스아웃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요.
해미쉬 한국의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문화는 정말 인상적이에요. 또 디자인, 예술, 리테일 환경까지 모두 놀라울 정도로 독창적이고 세련됐고요. 사람들도 정말 친절하고, 음식도 훌륭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제가 한국에 간다고 하자 많은 사람이 ‘한국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이라고 말할 정도죠. 

에리즈는 서브컬처와 럭셔리 사이의 지점을 탐구하며,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아이러니를 관철하죠. 그 철학에 대해 더 깊이 듣고 싶어요. 소피아 에리즈를 시작하던 당시만 해도 럭셔리와 스트리트웨어가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었죠. 

예를 들면 어떤 식으로요?
소피아 브랜드 운영 방식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는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중심으로 독립적으로 운영되죠. 반면, 럭셔리 브랜드는 보다 거대한 구조와 자본의 틀 안에서 움직이고요. 매장에서 제품만 보면 두 브랜드가 별 차이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 담긴 철학과 운영 구조는 전혀 다른 것 같아요. 또 원단의 질, 제작 공정에도 차이가 있죠. 면은 보통 고급 소재라 생각하지 않지만 사실 굉장히 고급스러운 원재료예요. 편안하다고 해서 럭셔리가 아니라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아요. 편안함 속에서 정제된 아름다움이 있으니까요.

그 철학 역시 이번 협업에 녹아들어 있고요.  
소피아 네, 그렇죠. 저는 늘 기능성과 디자인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멋을 위한 디테일보다 실용성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죠. 에리즈의 미학은 언제나 기능성을 열어둔다고 할까요. 결국 중요한 건 어떻게 하면 뭔가 다르게 느껴지고, 독특한 디테일에도 복잡하게 않게 만들 수 있을까예요. 그리고 그건 우리 두 사람의 디자인 철학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부분이고요. 간결하게 정제된 제품을 만들되, 실제로 입기에도 편하면서 뚜렷한 차별점이 있다는 거고요.
해미쉬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뭔가를 정교하게 잘 디자인하면서 동시에 과하지 않게, 군더더기 없이 만드는 게 사실 가장 어렵다는 거예요. 형태가 어떻게 잡혔는지, 어떤 식으로 정교하게 만들었는지 같은 것이요. 그래서 저희는 이번 협업을 통해 유용성을 고려하면서도 다른 점을 찾아내려고 했어요.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잖아요. 대표적으로 젊음의 미학을 유독 논하고요.
소피아 저는 완벽한 것보다는 어딘가 모호하거나 깨진 느낌에서 아름다움을 느껴요. 유스 컬처는 때로는 투박하지만 그 속의 순수함과 직관에서 독특한 스타일이 나오죠. 낡은 것이 새로운 감각으로 다시 등장할 때, 큰 영감을 받곤 해요. 

과거의 서브컬처와 오늘날 유스 컬처는 서로 다른 양상을 띠고 있죠. 어때요.
해미쉬 전혀 다르죠. 그러나 ‘요즘’ 서브컬처도 존재해요. 아, 그런데 소셜미디어가 그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은 건 사실이죠. 예전에는 지역적 소속감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소셜미디어 덕분에 모든 관심사가 바로 연결돼요. 예로, 어느 시골 마을에 사는 아이도 전 세계의 독보적인 패션이나 취향을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어요. 그렇게 지역성은 덜 중요해졌고, 대신 디지털 기반의 글로벌 서브컬처가 생긴 셈이에요.
소피아 예전처럼 서서히 떠오르다 상업화되는 서브컬처는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렵죠.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발견되고, 곧바로 소비되잖아요. 그러나 흥미로운 변화도 물론 있어요. 바로 젠더에 대한 개념이죠. 최근 한 캠페인 촬영에서 시스젠더 모델이 자신을 그저 ‘나 자신’이라고 지칭하더군요. 어떻게 불리든 신경 쓰지 않고, 어떤 룰에도 얽매이지 않는다는 그 태도가 신선했어요. 과거에는 스타일이 성적 지향성과 연결됐지만, 지금 그 경계도 많이 흐려졌고요. 이번 캠페인 촬영에서 그런 커뮤니티를 드러냈고요. ‘다양성과 런던의 문화를 반영해야 해’ 같은 의식은 있었지만, 선은 없거든요. 또 지금은 집단Tribe이 아닌 ‘개인 조합’이 중심이에요. 어떤 이는 릭 오웬스 스타일로, 다른 이는 스케이터처럼, 또 다른 이는 거의 반쯤 벌거벗은 모습으로 나타나죠. 모두가 다른 룩을 하고 있지만 기술, 예술 등을 함께 실험하며 하나의 커뮤니티로 어울려요. 그 자체로 새로운 문화의 흐름인 거죠. 

이번 협업에 담긴 이야기를 좀 더 깊이 나눠보고 싶어요. 그 일련의 과정이 궁금해요.
소피아 우리는 협업할 때 가능한 한 규칙 없이 접근하려고 해요. ‘이건 선글라스야. 하지만 어디까지 해볼 수 있을까?’처럼요. 르스펙스Le Specs팀에 말했어요. “당신들이 가진 가장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를 내보세요. 우리가 어떻게든 구현해 볼게요.” ‘가장 미친 아이디어가 뭐야? 그걸 실현해 보자’라는 방식으로요.
해미쉬 하하. 이런 식의 협업이 제일 흥미롭죠. 우리 브랜드는 선글라스에 자신 있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협업 브랜드의 감정을 얼마나 잘 녹이느냐가 제일 중요해요. 노프로블레모No Problemo는 에리즈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독립된 성격을 가지는 브랜드죠. 

아, 이번 협업의 핵심 그래픽인 에일리언은 어떤 발상에서 시작되었나요.
소피아 처음에는 종이로 만들어봤고, 그다음 다양한 프로토타입을 거치며 결정됐죠. 선글라스에 에리즈 로고만 입힌 협업이 아니에요. 완전히 처음부터 새롭게 협업한 제품이라 우리에게도 새로운 시도였죠. 아이코닉한 에일리언 작업은 일련의 여러 요소를 통해 복합적으로 완성되었고요. 그래픽디자인은 인하우스 디렉터가 작업했고요. 아, 그리고 이 작업의 그래픽 아티스트는 이채로운 그림 작업을 많이 하시는 분이죠. 멋진 아티스트인데, 아직 알려지진 않았어요.
해미쉬 작업 초반에는 다채로운 아이디어가 나왔죠. 회의가 거듭될수록 에일리언으로 자연스럽게방향이 흘러갔어요. 촉수 같기도 하고, 브랜드에 들어가는 철자도 그렇고요. 디테일이 좋아요. 작은 방식으로 정체성을 표현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이랄까요. 때론 단순한 아이디어가 되레 강력한 인상을 주기도 하니까요. 

두 분의 또 다른 협업을 기대해도 좋을까요.
소피아 이번 협업 과정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반응도 괜찮아 계속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고요. 아직 세일즈를 시작하기 전이지만 희망적이고요.
해미쉬 핑거 크로스!

올해 하반기엔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나요.
소피아 곧 아주 엉뚱한 협업을 선보일 거예요. 아직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예술적인 것들이요! 예산만 허락한다면 더 많은 아티스트와 다양한 것을 하고 싶어요. 할 일은 항상 많죠.
해미쉬 르스펙스는 늘 전략적인 협업을 구상하죠. 특정 지역이나 시장을 위한 것이든, 개념적인 것이든 그 어떤 것도요. 서울에 있는 동안 한국의 여러 브랜드와 미팅하면서 새로운 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한국은 창의성과 혁신 차별화를 기념하기에 정말 좋은,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하고요.

© ARIES X Le Specs

Text 루시(Lucy, 박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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