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Balenci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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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린치는 언젠가 자신의 영화 를 두고 “샌타모니카로 향하는 도로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바라보는 할리우드는 낮에도 아름답지만, 밤에 반짝거리는 도시는 마치 몽롱한 꿈과 같은 희열을 느끼게 한다. 나는 사람들이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질주하며 미스터리 가득한 로스앤젤레스에 내재된 직감을 떠올리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과연 로스앤젤레스는 아름답지만 몽롱하다. 10층짜리 옥상에서 번지점프를 한 것 같은 격차가 혼을 앗아가는 괴상한 도시다.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는 꿈이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앞뒤가 뒤틀려 시작과 끝, 현실과 꿈을 나눌 수 없는 비정상적이고 과잉된 플롯은 그 무슨 개연성도, 서사도, 논리적 인과관계도 없지만 마치 최면을 걸듯 관객을 이끌고 꿈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혼돈의 극한까지 몰아넣는다.
지난 12월 첫 토요일 대낮, 저 멀리 할리우드 사인이 태양인 양 바짝 내리쬐는 베벌리힐스 윈저대로Windsor Boulevard에서 열린 발렌시아가 2024 가을 쇼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을 때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를 막 보고 나온 것처럼 혼란한 심정이 됐다. 할 말이 없었다. 뎀나의 발렌시아가는 늘 나를 당황시키고, 의문을 던지고, 의심을 품게하며, 그러다가 마지막엔 무릎을 탁치며 웃게 한다.
모두가 열망하는 할리우드에서 각자 역할 하나씩 꿰찬 각종 인간군상이 세트장 아닌 고급주택과 야자수가 늘어선 진짜 길 위로 두서없이 쏟아져 내린다. 농구 한 판, 아니면 요가나 필라테스를 막 끝내고 액티브 웨어를 입고 나선 사람, 파파라치를 피해 후드와 머플러를 뒤집어쓰고 땅만 보고 걷는 셀러브리티, 입술에 보톡스와 필러를 잔뜩 넣고 팬티라인이 보이든가 말든가 바지를 내린 채 엉거주춤 걷는 인플루언서, 에러헌Erewhon을 비롯한 친환경 식품과 웰니스라는 정신 승리에 중독된 사람, 도시를 점령한 홈리스, 로데오 드라이브의 명품 매장을 터는 게 취미인 베벌리힐스의 삐죽한 아이들에 이어 누군가의 악몽을 위해 재단된 것이 분명한 실루엣과 소재로 뒤튼 슈트와 이브닝 웨어를 갖춘 고스족,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미 미한 영향 아래 있음을 분명히 하는 쿠튀르 드레스까지 그야말로 두서없이 펼쳐지는 모순과 부조화의 대향연. 이 ‘맥락 없음’은 뎀나의 완벽한 의도이자 유머일 것이다.
발렌시아가 2024 가을 컬렉션은 차이, 정체성, 다양성, 혼종성, 윤리적 상대주의 등이 사유의 율법이 되어버린 세계에서 진정한 의미의 유토피아란 그런 사유의 틀마저 모조리 거부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는 듯 보인다. 기호학적으로 보자면 뎀나의 발렌시아가는 이번에도 우리가 너무나 익숙하게 느껴서 아무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는 현실의 법칙을 전혀 낯선 방식으로 되돌아보게 한다. 쇼가 끝난 후 백스테이지에서 뎀나는 이건 조롱이나 풍자가 아닌 애정이라고 말했다. 의아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영감을 받는 도시가 로스앤젤레스라고 주장했지만, 그의 말이나 의지와 무관하게 ‘할리우드-LA’라는 번쩍이는 지상낙원으로서의 기호들은 갑자기 그 의미를 상실하고 비틀거리게 된 셈이다.
난생처음 로스앤젤레스의 따사로운 햇살 아래 선보인 발렌시아가 2024 가을 컬렉션은 아무리 생각해도 전율적이고 우스꽝스럽다. 우리의 꿈이 그런 것처럼 뎀나는 이제 우리를 설득하려 드는 대신 홀린 채 헤어나올 수 없게 한다. 그렇다면 확률은 둘로 나뉜다. 그가 설계한 꿈속에서 나처럼 낄낄대고 있거나 그리고 그 나머지는 침묵일 뿐이다.
Text Choi Jiwoong
Art Song Yu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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