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Earthround

이 인터뷰는 가 개봉하기 전에 공개될 예정이죠.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간단히 소개한다면요.
한마디로 말하면, ‘우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 속 여러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유독 따뜻한데, 자전적 요소가 있나요.
영화에는 제 경험을 간접적으로 녹여냈어요. 더 정확히 말하면 어린 시절에 경험한 것이 상상의 시작점이 됐죠. 그때의 경험에 더해 다양한 책과 논문,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 같은 간접경험을 쌓아가며 시나리오를 완성했죠. 특히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많이 떠올렸는데요, 아마 그런 배경 때문에 다섯친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게 느껴진 것 아닐까요.

영화 속 주인공을 캐스팅하는 과정은 일반적이지 않았을 것 같아요. 주인공 다섯 명 중 네 명은 배우가 아니었다고요.
캐스팅 기간이 상당히 길었어요. 시나리오 속 캐릭터에 가까운 배우를 찾아내는 것이 최우선이었거든요. 그리고 직감을 믿고 선택하기로 했어요. 다섯 명 모두 첫 눈에 반하듯 직감적으로 ‘이 사람이다’라는 느낌이 있었어요. 이 만남이 최고의 기적이라 생각해요. ‘후미’ 역할을 맡은 이노리 기라라 배우는 야마사키 주이치로 감독의 를 보고 존재감에 압도되어 역할을 의뢰했죠. ‘오카다’ 선생 역을
맡은 나카지마 아유무 배우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에서 보여준 멋진 연기에 반해 캐스팅했고요.

배우가 아닌 사람에게 어떤 연기를 요청했나요. 다섯 명의 주인공은 정말 친해 보였는데요.
영화 속 다섯 친구에게 중요한 건 연기가 아니었어요. 그들이 같은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도록 만들었죠. 계속해서 함께 지내도록 했어요. 그러다 보니 그들 사이에 진짜 우정이 싹튼 것이 아닐까요.

영화는 일본의 사회구조를 조명하고 있어요. 여러 영화제를 거친 뒤 일본에서 개봉했고요. 다소 민감한 주제를 다뤘는데, 현지 반응이 궁금해요.
다큐멘터리를 제외하면 첫 장편영화라 비교 대상이 없지만, 반응이 꽤 긍정적이었다고 생각해요. 특히 홍콩과 대만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고, 그게 큰 힘이 됐죠.

이 작품의 대본을 20대 중반, 그러니까 약 7년 전부터 쓰기 시작했다고요. 그 시기는 많은 사람에게 정치적으로 가장 뜨거운 시절이기도 하죠.
맞아요. 저는 지금도 정치에 관심이 많지만, 20대 초반에는 정말 강렬하게 정치에 관심을 가졌죠.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시위에 자주 참가했기 때문에 정치 활동이 낯설지 않았고, 대학교에 다니면서 주체적인 사회의 일원으로 정치 활동에 본격 참여했죠.

어떤 일로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나요.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과 쓰나미로 생긴 원전 피해, 또 그것이 원인이 되어 일어난 반反원전 시위를 보고 정치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일본의 반원전 시위 열기를 접한 순간은 제게 큰 사건이었죠. 그 뜨거움을 안고 제가 다니는 미국 대학교로 향했어요. 마침 미국에도 2010년대 ‘정치의 계절’이 도래했죠. ‘월 스트리트를 점거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 ‘반反트럼프’ 운동 등 다양한 사회운동이 미국 전역에서 일어났으니까요.

그 이후 일본 사회의 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들었어요. 구체적으로 일본은 어떤 변화를 겪었나요.
일본은 2011년 이후 반원전 운동이 고조되었지만 결국엔 시들해지고 말았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그다음이에요. 일본에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인과 중국인에 대한 공개적인 혐오 표현을 하는 ‘혐오 발언Hate Speech’ 시위가 일어났는데요, 반원전 운동으로 정치의식을 꽃피운 사람들이 이 시위에 대항하는 사회운동을 펼쳤죠. 인종주의자에 반대하자고요. 그 후에 ‘혐오 발언’ 규제가 법제화됐어요.

그 당시의 사회적 흐름이 개인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줬을까요.
맞아요, 이 현상을 보면서 정치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어요. 대학에서 다양한 사람과 정치에 대해 토론하면서 정치의식을 키워나갔고요.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어요. 정치적 견해차로 가까웠던 친구와 거리를 둔 적도 있고, 반대로 친구들이 저를 멀리한 때도 있었죠. 저는 우정을 정말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저에게 20대의 중요한 시기를 함께 보낸 친구를 그런 이유로 잃은 일은 큰 충격이었죠.
그 경험과 상실감이 영화의 바탕이자 시작점이 됐어요.

지금은 어떤 사회운동에 집중하고 있나요.
팔레스타인의 인종학살Genocide을 막기 위한 활동에 집중하고 있어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려고 하죠. 일본에서 동료와 함께 거리 시위를 이어가고 있고요. 일본이나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 산다면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이 상황이 본인과 전혀 상관없지는 않아요. 해당 지역을 구성하는 여러 이해관계에 따라 이스라엘을 금전적, 정치적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팔레스타인 문화 연대Korean Cultural Alliance for Palestine’ 또는 ‘팔레스타인평화연대BDS Korea’ 인스타그램, X 계정을 팔로우하면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각자 서 있는 위치에서 목소리를 내고 싶다면 이 계정을 꼭 살펴보길 바랍니다.

영화 속 일본 사회는 지진에 대한 불안감, 만연한 공포를 계속 이야기하죠. 안전과 절차를 이유로 이방인을 차별하기도 하고요. 한국 관객이 영화 속 공포와 그로 인한 차별을 본다면 모두 1923년에 일어난 간토대지진을 떠올릴 거예요.
1923년 간토대지진과 그것을 발단으로 일어난 조선인 학살 사건은 제게 굉장히 쇼킹한 역사예요. 1923년 일본은 간토대지진으로 인한 공포를 정치에 이용했어요. 당시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을 통해 말도 안 되는 학살을 자행했으니까요. 최근 일본에서 이 사실을 존재하지 않았던 일로 만들려는, 그러니까 역사적으로 지우려는 담론이 생기고 있어요. 과거 일본 제국은 조선을 식민지로 삼고 폭력적인 통치를 했죠. 이에 반대하는 독립운동이 일어나는 것은 필연입니다. 폭력에 반대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폭력 사태가 발생하곤 했을 것이고요. 이 때문에 당시 일본에는 조선인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차별적 태도를 가진 시민이 적지 않았습니다.

속 사회의 모습처럼요?
1923년 재앙과 혼란 속에서 여러 시민이 반제국주의 사상을 가진 사람을 학살했잖아요. 그건 통치하는 쪽이 공포심과 불안감을 이용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일본은 아직 식민 시대를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았다’는 강렬한 이야기도 했어요. 그 말이 강렬한 발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단순한 사실이니까요. 

무엇을 보고 단순한 사실이라고 느꼈나요. 
2014년부터 2016년 사이에 일어난 혐오 발언 시위만 봐도 확실히 알 수 있어요. 일본 안에 있는 식민주의 시대의 차별과 편견은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심각해지고 있죠. 매번 지진이 일어나면 인터넷에는 1923년을 상기시키듯 “XX 국가의 사람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같은 가짜 뉴스가 떠돌아다니죠. 그 차별의 창 끝은 일본에 사는 쿠르드인에게도 향하고 있어요.

온라인에서 일본에 거주하는 쿠르드인에게 많은 차별이 가해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들의 모습을 무단 촬영한 뒤 멋대로 ‘불법체류자’ 또는 ‘범죄자’라는 딱지를 붙이는 식으로요.
이런 차별적 언행, 그리고 일본의 식민주의와 제국주의가 현대 일본 국가와 자본주의 속에서 형태를 바꿔 현존하고 있어요. 이를 진심으로 고민하지 않는 한 더 좋은 미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영화의 대본은 꽤 오래전에 쓰기 시작했죠. 그렇다면 지금 현실은 영화 속 세계와 가까워졌을까요.
안타깝게도 가까워진 것 같아요. 그렇지 않나요.

그럼 영화에 등장하는 파놉티콘 같은 공상과학 요소도 현실에 나타날 거라고 생각하나요.
그건 이미 현실인걸요. 시나리오를 쓸 때도 이런 압력을 느끼고 있었어요. 전 세계에 펼쳐져 있는, 현실에 있는 미래 요소를 모았어요. 그리고 이걸 공상 속 일본에 집약해 시나리오에 넣은 것뿐이죠.

영화를 시작하고 처음 눈에 들어온 인물은 전혀 예상 밖이었어요. DJ 유스케 유키마츠 ¥ØU$UK€ ¥UK1MAT$U가 등장했죠.
제가 유스케 유키마츠의 오랜 팬이라서요. 예전에 인터넷으로 그가 디제잉하는 모습을 보고 푹 빠졌죠. 일본에 있는 동안 그의 플레잉을 보러 일부러 찾아가 인사를 나누기도 했고요. 그 이후에는 클럽과 공연장이 아닌 영화관에서 그를 자주 마주했어요. 유스케 유키마츠는 허우샤오시엔이나 에리크 로메르의 영화를 꼭 보러 오더라고요. 그래서 더 친해질 수 있었죠. 이번 작품에 특별 출연해 줄 수 있는
지 물었는데 흔쾌히 승낙하더군요. 

영화 속 주인공처럼 언더그라운드 클럽 문화도 즐겼나요.
그럼요. 테크노와 클럽을 아주 좋아하죠.

Text 바론(Baron, 윤승현)
Art 주노(Juno, 김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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