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 이브, 타이가 타카하시의 초대를 받아 도쿄의 아카사카로 향했다. 메이지 진구 구장과 메이지 신궁 둘레를 걸으며 몇 개의 횡단보도를 건너니 팀 타카하시가 이번 전시를 위해 공간으로 삼은 소게츠 회관이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교토 기온에 이은 두 번째 프로젝트 ‘T.T I-A 02 유물의 소리를 듣다: 응용고고학의 정원’은 타카하시에게 큰 영향을 준 조각가이자 건축가인 이사무 노구치가 조경한 소게츠 회관 1층의 돌정원 ‘천국’을 배경으로 삼았다. 타카하시가 생전 수집한 옷과 유물이 돌정원 ‘천국’ 곳곳에 배치되어 있거나 공중에 매달린 파이프를 행거 삼아 하늘에 걸려있다.
과거의 흔적을 통해 오늘날 새롭게 탄생하는, 불멸의 문화를 탐구하던 그의 철학과 퍽 닮은 공간이다. 둔탁한 돌 줄기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와 군중의 대화, 넓게 울려 퍼지는 구두 소리가 공간과 개인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로 합쳐진다.
교토 기온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T.T의 다실 ‘사비Sabi’ 또한 소게츠 회관에 마련되었다. 그늘의 미학을 주제로 탄생한 사비는 이번 전시를 위해 대나무 회랑 구조에 영감받아 시대와 문화를 초월한 자연의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되었다. 사비의 티 마스터 야마모토 상이 온화한 미소와 함께 약 40분의 시간을 지배한다. 올곧은 듯 유연한 대나무 창 아래서 그의 정갈한 몸짓과 눈빛은 단순한 체험을 뛰어넘어 어떤 교감 혹은 저무는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되는 찰나를 선사했다.
의복을 뛰어넘어 인류와 관련된 모든 산물을 희구했던 타카하시는 보이지 않는 소리마저 꿈꿨다. 물과 세라믹, 수중 앰프로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사운드 아티스트 토바코 소바주의 연주로 전시의 막은 내린다. 왔던 길을 다시 반대로 걸었다. 파란 하늘에 걸친 하얀 구름 대신 컴컴한 하늘에 소박한 별 무리와 눈썹달이 떠 있다. 낮과 밤처럼 과거와 미래는 무한한 순환이다. 무엇이 과거이며, 미래인지. 무엇이 삶의 주안이 되어야 할지. 내 발걸음은 어느새 멈춰 섰다. 과연 이곳은 도착지일지, 출발지일지.
Text 타쿠(Taku, 강승엽)
Photography Kenshu Shintsub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