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Earthround

Text Min Ji Kim
Film FILMBYTEAM
Hair & Makeup Woo Jun Kim 

 

어제 인스타그램 봤어요. 늦게까지 잠을 못 잔 것 같던데요.

엄청 늦게 잤어요. 아침 6~7시쯤 잠들었어요.

잠 안 올 때는 뭐 하세요?

누워 있거나 음악 들어요. 어제는 좋은 노래를 찾으며 시간을 보냈어요. 계속 듣다가 좋은 노래를 발견해서 인스타그램에 올렸죠. 알람은 열 개 맞춰놓고···.

평소에도 음악을 즐겨 듣나요?

작업할 때 음악을 들으면 생각이 잘 떠오르는 것 같아요. 음악 들으면서 작업할 때가 제일 많고, 친구들이랑 대화하면서도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이죠.

뮤지션과 함께한 작업들이 정말 재미있었겠네요.

네, 엄청 재미있었어요. 여태까지 한 작업은 모두 잘 맞는 사람들과 진행했어요. 코드나 감수성이 통했죠. 그래서 작업할 때 크게 부딪히는 게 없었어요. 처음에 음악을 먼저 듣고, 그 다음에는 같이 음악을 들으면서 키워드를 서로 던져요. 그러면서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가고···. 처음에 던지는 키워드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동시에 떠오르는 거.

보통 같은 생각을 하나요?

아닌 경우도 있죠. 얘기하면서 중간 지점을 계속 찾아요. 서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게 하려면 당연한 과정이죠.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은 처음인가요?

네, 처음이에요.

‘누보텐’이라는 브랜드에 드로잉을 입혔어요. 어땠나요?

여러 제품이 있는데 다 티셔츠예요. 브랜드 디자이너들이 먼저 제 그림을 보고 어느 지점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말씀해주셨죠. 처음에 가장 마음에 들어한 그림은 두 사람이 같이 서 있는 그림이에요. 거기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니, 남녀의 만남부터 헤어짐까지의 과정이 보이면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그 과정을 직접적이지 않게 보여주면 어떨까 얘기하면서 작업했어요.

종이라는 재료에 그림을 그릴 때와 패브릭이라는 소재에 그림을 입힐 때 무엇이 다르던가요?

제 그림이 패브릭에서는 어떻게 보이는 게 효과적일까 생각했어요. 드로잉을 자수로 처리할 때 볼륨감 있고 효과적으로 보이겠더라고요. 새로운 거라서 흥미로웠어요.

본인의 작업을 할 때와 누군가와 협업할 때는 어떻게 다른가요?

저는 최대한 마음을 열고 작업해요. 그런 와중에 절대 잃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저만의 감성과 완성도에 대한 기준이에요. 그러고는 방식이나 주제에 대해 최대한 자유롭게 작업하려고 하죠.

혼자 작업할 때와는 다른 즐거움이 있을 것 같아요.

혼자 작업할 때는 한정된 매체로 작업하잖아요. 반면 협업할 때는 굉장히 다양한 매체로 나와요. 그림을 옷에 사용할 때, 음악에 입힐 때 느낌이 다르다 보니 재미있어요. 그래서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게 돼요.

상업적인 작업을 하기 전에 작가로서 핵심적인 고민은 뭐였나요?

처음엔 경계했어요. 협업은 수익과도 연결되어 있어요. 순수미술을 할 땐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을 신경 써야 하죠. 그런 것에 민감했어요. 근데 그건 기존 작업의 순수성을 잃으면서 상업적인 작업을 이어갈 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요. 저만의 것을 잃지 않는다면 괜찮은 것 같아요.

영상 작업은 어때요?

낱장으로 하나씩 그려서 스캔하고, 컴퓨터로 배열하죠. 시간 엄청 많이 들더라고요. 1초에 열다섯 장 이상 넣거든요. 그래서 길이가 길어지면 점점 더 오래 걸려요. 근데 영상 작업은 그림을 그리는 게 힘들다기보다 어떤 장면을 넣어야 효과적일까 이런 것이 더 큰 고민이에요. 제 그림이 워낙 단순한 편이다 보니 고민이 더 크죠.

 

 

선으로만 그린 그림을 보면 굉장히 즉흥적인 것 같기도 하고, 그림 전체를 생각하면서 신중하게 그은 것 같기도 해요.

애초에 완성된 그림을 머릿속에 그려놓고 손이 따라가는 것 같아요. 장면 장면에 대한 완성을 머릿속에 이미 그려놓죠.

누군가를 위한 그림이 아닌 경우 작업하는 인물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 같아요. 인물의 생김새보다는 감정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제 생각은 그래요.

네, 맞아요. 사실 제 그림에는 나이나 성별 이런 것이 나타나지 않거든요. 그냥 그 사람의 역할, 그리고 자세. 표정도 없죠.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그 사람의 행동에 더 집중하게 돼요. 얼굴만 그린 그림이 아니라면 얼굴은 딱히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림에 본인의 이야기도 담는 편인가요?

평소 작업에는 많이 담는 편이에요. 가끔씩 그림을 일기처럼 그리기도 하니까, 아무래도 반영되겠죠?

쉴 때도 항상 그림을 그린다면서요. 아무리 그림을 좋아해도 직업이 작가라면 쉴 때는 그냥 쉬어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게요.(웃음) 근데 그림 그리는 게 쉬는 거예요. 사실 그림 그릴 때는 분명 행복한데 나름의 고충도 있어요. 직업 특성상 출퇴근이 없고, 제 것을 계속해서 만들어내야 하죠. 그림만 그리면 되게 좋을 줄 알았거든요. 근데 작가로서 그림 외에 신경 쓸 게 너무 많더라고요. 회사를 운영하는 기분이 들어요.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제 스스로 만들어내는 일을 하니까 줏대도 있어야 하고요. 그게 부담되더라고요. 초반에는 마냥 좋았는데 점점 신경 쓸 일이 많아졌죠. 나중에는 그림만 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일반적 기준에서 성공한 작가의 삶을 산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아직도 결핍을 느끼나요?

저는 대학생 때나 졸업한 이후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환경이 달라져 있죠. 인지도가 높아지고, 주변에 아는 사람도 많아지고···. 친구한테 나는 아직 한참 모자란데 어떻게 이런 작업을 하고 있는지 실감이 안 난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친구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니 발전해가는 것”이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하면 발전하기 힘들잖아요. 저한테는 결핍이라는 요소가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의 작업에서는 어떤 결핍을 보완하고 싶나요?

기법이나 보여주는 방식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고민이 끝난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는 과정이 늘 고민이에요. 아직 그런 이야깃거리에 대한 고민이 더 많이 필요한 것 같아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 두 번째 책을 쓰고 있죠?

네, 요즘은 산문집을 쓰고 있어요.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을 조금씩 기록해요. 항상 메모장에 한 단어라도 적어놓아요. 저도 모르게 하는 행동이더라고요. 산책을 잘 안 하는 편이었는데, 최근 혼자 산책하는 습관이 들었어요. 산책하며 드는 생각을 꾸준히 적어두었다가 나중에 꺼내 다시 생각하며 글을 써요. 그냥 괜히 밖에 나가는 것 같아요. 집에 있으면 다운되거든요. 벽만 보고, 휴대폰만 보고, 휴대폰 속엔 행복한 사람이 너무 많아요. 나갔다가 오면 좀 낫더라고요.

행복하지 않은가요?

행복하죠. 아닐 때도 있고요. 그런 말도 많이 들었어요. 실제로 보면 생각한 이미지랑 다르다는 말요. 되게 어두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밝다고요. 사람들은 제가 행복해 보이지 않아서 좋은가 봐요.(웃음) 닮은 구석을 찾는 건가? 아니야, 아닐 거야.

산책도 꼭 새벽에 할 것 같아요.

네, 정확해요. 밤에, 새벽에, 아무도 없을 때.

책은 언제쯤 나와요?

첫 책이 2년 전에 나왔는데, 2년 동안 풍파를 많이 겪었나 봐요.(웃음) 할 말이 되게 많아졌어요. 빠르면 가을? 늦가을 정도에 나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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