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주가 입은 블루 컬러 프린트 디테일의 화이트 재킷은 리버럴 유스 미니스트리 by 지스트리트 494 옴므(Liberal Youth Ministry by G.Street 494 Homme), 스트라이프 팬츠는 찬(Chan). 도이가 입은 블루 데님 재킷은 오토링거(Ottolinger), 플레어 모양 프린트의 티셔츠는 라스벳(Rassvet), 블랙 스커트는 에디터의 것. 멜트미러가 입은 니트 톱은 찰스 제프리 러버보이 by 지스트리트 494 옴므(Charles Jeffrey Loverboy by G.Street 494 Homme), 데님 팬츠는 페이스 커넥션 by 지스트리트 494 옴므(Faith Connexion by G.Street 494 Homme).

isvn games, P.O.G mini, 2023.

한주가 입은 블루 컬러 프린트 디테일의 화이트 재킷은 리버럴 유스 미니스트리 by 지스트리트 494 옴므(Liberal Youth Ministry by G.Street 494 Homme), 스트라이프 팬츠는 찬(Chan).

멜트미러가 입은 니트 톱은 찰스 제프리 러버보이 by 지스트리트 494 옴므(Charles Jeffrey Loverboy by G.Street 494 Homme), 데님 팬츠는 페이스 커넥션 by 지스트리트 494 옴므(Faith Connexion by G.Street 494 Homme)

도이가 입은 블루 데님 재킷은 오토링거(Ottolinger), 플레어 모양 프린트의 티셔츠는 라스벳(Rassvet), 블랙 스커트는 에디터의 것.
isvn 게임 제작 공동체와 구성원에 대한 소개 한번 부탁드리겠습니다.
멜트미러 isvn은 저와 한주 씨가 2018년에 맨 처음에 팀을 만들게 되었어요. 그때는 게임을 완전히 만든다기보다는 게임이라고 주장하는 걸 만들자가 목적이었어요. 그래서 그 당시에는 티저 영상 형태로 작업을 많이 했었고 게임적인 영상을 많이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시작이 됐는데 그 이후에 다큐멘터리 채널 더 도슨트의 백윤석 감독님, 영화감독 김정각님, 만화가이자 연기자이신 김도이님, 그래픽 디자이너 슈퍼샐러드스터프 정해리님, 그리고 브랜드 할로미늄의 이유미님 이렇게 총 7명과 같이 게임과, 그리고 게임적인 것을 만들고 있습니다.
isvn 이름의 의미가 궁금했어요.
멜트미러 사실은 어떤 명칭을 정할 때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쪽이 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면 멜트미러라는 이름 같은 것도 제가 좋아하는 단어 두 개를 합친 방식이거든요. isvn 같은 경우는 원래 책을 발행할 때 isbn이라고 붙잖아요. 근데 그 b를 비주얼의 v로 바꾼 형태여서 비주얼이 있는 어떤 물건, 어떤 형태가 있는 것을 꾸준히 넘버링되면서 발매하고 실제로 팔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isvn이 되었어요.
프로젝트와 팀의 구성원, 그리고 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멜트미러 를 맨 처음에 시작하게 된 계기는 그 당시 PXTND라는 웹 전시 기획이 있었는데 그 전시의 모토가 게임과 관련된 모든 걸 하는 거였어요. 저희 팀은 그때 게임을 만들자고 결정해서 저는 개인적으로 의 초안격 게임인 <파틴-마>를 만들게 되었어요. 현재 제작 중인 에서는 1월에 공개된 정도의 규모가 있는 구간들이 한 6개 정도 있는 상태입니다. 프로젝트는 멜트미러, 김한주, 김도이 이렇게 3명으로 팀을 꾸리게 되었습니다. 저와 한주 씨가 함께 작업한 가 이미 나온 상태인데 를 통해 올해 섭외된 전시회가 몇 개가 있어요. 그래서 그 전시들에 라는 오리지널 버전을 기준으로 조금씩 추가를 하면서 게임 작업을 전시하려고 하거든요. 이다음은 보다는 조금 더 커진 미디움이어서 인데 부터는 도이님이 본격적으로 그래픽 작업을 들어가게 되실 예정이에요. 김도이 배우와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도이입니다. 의 새로운 오브제나 캐릭터 제작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김한주 저는 원래는 음악 만드는 일을 하는 김한주이고요. 에서는 사운드트랙 제작으로 참여했습니다.
의 전반적인 제작 과정과 그리고 세 분이 어떻게 협업을 진행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멜트미러 한주 씨 같은 경우는 밀접하게 음악을 작업하니까 제가 제일 처음에 떠올리게 되는 좋은 음악 같은 것들을 제시했어요. 또 한주 씨는 게임 음악 제작할 때는 최대한 본인이 원래 하는 작업과는 결이 다르게 접근하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그런 레퍼런스와 저희가 같이했던 게임들의 인상을 많이 반영하려는 것 같고요. 도이님 같은 경우는 에서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진 않았지만, 도이님이 가지고 있는 어떤 스타일들을 에서부터 조금 더 게임에 끌어들일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어요. 김한주 사실 는 저희가 참여했지만은 양적으로는 엄청 미비한 수준이에요. 현재까지는 가 이제 가 되고 그 후속작이 나오게 됐을 때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더 생각하는 것 같아요. 김도이 는 다양한 톤의 이미지가 어우러져 있어요. 그래서 어떤 장르의 이미지가 와도 재밌게 섞일 수 있을 것 같고 세계관 안에서 여러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제작을 위해서 세 분이 각자의 영역에서 어떠한 것들을 리서치 하셨나요?
멜트미러 지금 사용하고 있는 툴이 RPG 메이커이거든요. 사실 RPG 메이커라는 툴 자체가 원체 관성적인 면이 있어서 애초에 딱 탑뷰 형태의 JRPG 를 만들기 좋게끔 구조가 되어 있어요. 그 점이 매력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이거 말고 좀 다른 방법은 없을까라는 걸 많이 고민했었는데 그 와중에 알게 된 게임이 유메닛키나 하일릭스와 같은 알만툴 게임이에요. 특히 유메닛키 같은 경우에는 꿈 일기라는 직관적인 제목의 게임인데 굉장히 어두운 내용이고 전형적인 RPG의 외형을 지니면서도 게임 내부에선 RPG의 구조를 모두 소거해버리는 게임이에요. 게임에서 정확히 정해진 목표나 대사도 없어요. 명확한 지향점이 없지만 결과적으로 공들여 만든 엔딩을 볼 수 있어요. 또 재미있는 것은 플레이어가 만날 수 있는 단서나 상호작용의 과정이 굉장히 산재하여 있음에도 높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밀하게 설계되어 있어요. 너무 멋지더라고요. 그 게임을 하다 보니까 알만툴로서도 이런 미적인 가치를 추구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큰 인상을 받았어요. 게임이라는 게 어쨌거나 쉽게 얘기하면 A에서 B로 가는 과정이라고 느끼기도 하는데, 유메닛키에서 만나게 되는 B의 형태는 참 각별해서 플레이어의 경험을 추측할 때 많은 참고가 되었어요. 두 번째로 하일릭스와 같은 게임은 기본적으로 시각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뛰어난 괴짜 같은 게임이거든요. 거기서는 어떻게 이런 형태의 그래픽을 만들었을까를 참고했어요. 그리고 그 게임이 가지고 있는 텍스트가 주는 힘이 있어요. 초현실적인 문장과 단어들이 무작위로 매번 조합이 되어서 대사가 나와요. RPG의 흐름이 있지만 그 흐름과 전혀 무관한 텍스트들이 계속 등장해서 어지럽게 만드는 면이 있는데 그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그런 부분을 많이 참고했던 것 같아요. 김한주 저 또한 유메닛키라는 게임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isvn 안에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다른 일을 할 때도 항상 그 정취를 갖고 가는 게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걸 재현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많았어요. 음악을 만들면서 그 게임에서 느꼈던 정경을 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도 좀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고 사실 음악은 별로 생각을 많이 안 하고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게임 비주얼을 보면 음악이 들리는 경우가 있어서 그걸 옮겨왔던 것 같아요. 김도이 TRPG 게임을 좋아하는데 게임을 하다 보면 처음엔 맥락 없었던 이야기들이 결국 하나로 연결되는 순간들이 있거든요. 그런 마법 같은 순간을 게임에서 계속 구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리고 는 특유의 웃긴 유머가 있거든요. 이미지나 텍스트로도 그렇고 상황적으로도 그래요. 새로 제작할 요소에도 그런 유머를 넣고 싶어요. 평소에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트위터에 돌아다니는 어이없는 썰이나 짤방 같은 것들을 모으는 편이에요.
개인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궁금했던 게 하나 있어요. 게임의 정상에 오른뒤 “당신이 모은 Py는 몇개…” 이어서 “조금만 더 힘내세요…”라는 메세지가 뜨는데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게임에는 Py가 총 55개 있다고 하고 저는 그 55개를 이미 다 모았는데 아직도 조금만 더 힘내라니까요.
멜트미러 사실은 어떤 의도성을 가지고 다 모아도 그게 나오도록 한 건 아니고 의도적으로 하나는 못 먹게 해놨었거든요. 하나를 못 먹게끔 설계를 해둬서 무조건 “다시 힘내세요….”라는 메시지 이외의 분기점이 없는 상태였는데 갑자기 어느 플레이어가 다 먹었다는 거예요. 그것 때문에 엄청 죄책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음 버전인 의 큰 목표 중 하나가 목표 달성 이후를 좀 더 확실하게 매듭짓는 것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오브제를 수집하게 만드는 게임들이 있잖아요. 그걸 맥거핀처럼 이용하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라는 게임 자체가 짧은데 집중도를 좀 불어넣고 싶더라고요.
게임은 점프조차 할 수 없는 횡스크롤의 이동만 가능하고, 장애물을 피해서 정상에 올라야 한다는 규칙을 가지고 있어요. 이처럼 굉장히 제한적인 룰을 부여한 이유는 뭐에요?
멜트미러 우리가 게임에서 횡 스크롤로 걷고 있으면 너무 당연하게 점프해야 한다는 느낌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막아서는 게 조금 재미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점핑 매니저라는 구조물을 밟아야지만 점프를 할 수 있는 웃긴 구조로 되어 있잖아요. 근데 그게 자연스러운 점프라기보다는 일일이 다 지정을 해둔 것들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감각을 조금씩 개방하는 것이 에서는 좀 멋있는 요소가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이게 의 메인 즐거움 중의 하나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더 응용되는 형태의 게임을 만들어 볼 생각이에요.그런데 사실 그 엄격한 규칙이 게임 속 미션과 직관적으로 연관 되어져서 재밌었어요.
탑을 올라간다는 것. 규칙과, 미션 그리고 메시지의 연관성은 의도한 것인가요?
멜트미러 기본적으로 영상을 작업하는 사람이다 보니까 무언가 복잡한 걸 하려면 대전제는 단순해야 한다고 믿는 편이에요. 같은 경우도 ‘슬픈 주인공은 산 정상으로 올라간다.’ 이게 다였어요. 그러려면 어쨌거나 점프해서 뛰어넘으면서 올라가야 하고 고난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하게 됐었거든요. 그때 마침 플레이하던 게임이 ‘갓 오브 워’였는데 죽은 부인의 시신을 화장한 가루를 뿌리려고 산 정상에 올라가는 게 주요한 내용이에요. 이런 단순한 전제를 깔고 있지만 게임을 하다 보면 너무나 많은 사건이 일어나고 복잡한 일들이 발생하는 거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단순하게 인지할 수 있는 사건이 하나가 있으니 플레이어가 길을 잃지 않고 가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일단은 단순한 전제 하나를 깔아두고 그 위의 것들은 최대한 아기자기하고 복잡하게 올려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게임의 자유도가 굉장히 낮아요. 제작자들의 평소 성격이 반영이 된 건지 궁금했어요.
김한주 원래는 뭔가를 만들거나 이끄는 상황이 됐을 때 통제하려고 해왔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그게 스스로한테 스트레스가 많이 돼서 이제는 안 그러려고 바꾸고 있어요. 자신을 그렇게 바꾸니까 음악 만들 때나 일상생활 할 때나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김도이 저는 원래 정해져 있는 걸 무척 싫어한다고 생각했었는데요. 픽셀의 작업 창은 바둑판이나 체스판처럼 격자로 나뉘어 있어요. 정해진 칸에 픽셀을 올리는 작업은 드로잉보다는 함수와 비슷해요. 16*16픽셀 안에서 무엇을 묘사를 해야 할 때 단 몇 개의 점들만 쓸 수 있다는 점이 그림을 그리던 저에겐 새롭고 게임 같았어요. 픽셀 작업하면서 정해진 규칙과 한곗값 안에서 작업하는 것도 무척 재미있고 중독적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멜트미러 사실 저는 통제 왕이긴 하거든요. 기본적으로 그런 성향으로 태어난 것도 있는데 특히 공동 작업을 하다 보면 결과적으로는 제가 책임자로서, 그리고 감독으로서 혹은 게임 제작자로서 스스로 결단이 서 있고 준비가 되어 있어야지 누군가에게 일을 맡길 수가 있고 작업이 진행될 수가 있어요. 게임 개발이라는 것 자체가 이렇게 접근하지 않으면 결국 완성할 수 없는 매체이기도 하고요. 게임이라는 게 예술 매체로서도 훌륭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누군가에게 제공하는 물건이잖아요. 서비스 측면에서도 오류에 대한 업데이트가 지속해 이루어져야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더 그런 통제적인 느낌을 좀 가지게 되었던 것 같아요.
작품 설명글에서 멜트미러님이 작성하신“시네마가 되는 것을 경계하고, 내러티브의 논리에 의존하지 않는 작업을 애착하지만 사실은 털어놓을 이야기가 없어 불안에 떨고 있을지도?”라는 말을 봤어요. 아니나 다를까 게임이 정상에 올라간다는 비교적 명쾌한 내러티브 안에서도 구체적으로 무슨 메시지를 전하려는지 와닿지 않고 NPC들의 혼잣말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게임 속 적재적소에 배치된 그래픽적이나 사운드적인 피드백은 너무나 아름다워 게임에 몰입을 할 수 있었어요. 정상으로 올라간다는 게임의 목표는 뚜렷하지만, 피드백들은 문학적이고 쓸모가 없었는데 그 의도는 무엇인가요?
멜트미러 아마 하일릭스에서 받은 영향인 것 같은데 그 게임도 랜덤 조합의 문장이 등장하지만, 사실은 게임을 진행하는 데 도움이 전혀 안 돼요. 그저 지독한 웃음과 기묘한 뉘앙스만 느낄 수 있을 뿐이에요. 그런데 저는 사실 게임에서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이 물론 직관적으로 길을 제시해주고 터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대로 어지럽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끼는 편이에요. 저는 내러티브의 직관성을 추구하는 것이 되려 게임적이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이건 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말일 것 같기는 해요. 그러니까 사실은 내러티브를 즐기고 더 완벽하게 느끼기 위해서 게임을 하는 사람도 존재하는 거고 반대로 구조와 메커니즘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을 위해서 내러티브를 버리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저는 아직 그 두 가지 사이에서 좀 갈팡질팡을 하는 것 같아요. “근데 이제 어쩌면 할 말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는 건지도…”라는 말이 그 뜻이거든요.
그래픽과 사운드 피드백은 너무나 적재적소에 배치가 되어 있었어요.
멜트미러 사실 그 안에 의미와 내용을 정해두기는 하거든요. 다만 그거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을 뿐이에요. 예를 들어 게임 안에 하나의 줄기가 있다고 했을 때 저는 그 줄기를 바라보는 시선들을 텍스트로 넣는 것 같고 그런 줄기에 해당하는 것들은 그래픽으로 처리를 하는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 작업도 비슷해요. 예를 들면 실리카겔과 같이 작업한 ‘kyo181’ 같은 뮤직비디오는 내러티브가 직접적이진 않은데 사람들이 내러티브물이라고 느끼는 요소들이 있거든요. 내러티브를 직접적으로 읽기는 어렵게 짜여 있지만 비디오를 구성하고 있는 아이템이나 클리셰적인 요소들은 뻔한 거를 많이 끌어왔어요. 예를 들면 칼을 쥔 손이 등장하기만 해도 따라오는 스릴러적 긴장감이라던지 감상자들이 이미 감각으로 흡수하고 있는 시각적 기호들이요. 그러다 보니까 저는 이미지가 꼭 내러티브로 설명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감상자들에겐 이미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더라고요.
게임이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도이 사실 게임을 이렇게 가깝게 느끼게 된 지는 얼마 안 됐어요. 게임을 만들게 될 거로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요. 하지만 게임을 만들면서 게임을 만든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게임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가 너무 새롭고 재미있었어요. 가령 ‘RPG 메이커’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맵을 만들 때 물이나 불 블록을 쓰면 플레이어가 그 위로 걸어갈 수가 없어요. 게임이니까 물이나 불 위를 걸어가도록 할 수도 있지만 못 걸어가도록 기본 설정은 해놓은 거죠. 개발자가 현실의 속성을 쉽게 무시하지 않은 거예요. 그리고 불같은 경우엔 타오르는 애니메이션이 적용되기도 해요. 단순한 픽셀이지만 가능한 한 불이 타오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도록, 불이라는 것이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연구해서 구현해냈어요.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을 위해서 게임 만드는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들의 이러한 태도를 생각하면 뭉클해져요. 가상을 현실과 닮게 하려는 노력은 결국 이 세계를 진짜처럼 느끼게 만들려는 노력이니까요. 게임은 영화나 소설 같은 다른 매체들과 달리 직접 체험에 더 가깝잖아요. 사람이 다른 어떤 무언가로 살아볼 수 있도록 해주죠.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과 굉장히 닿아있다고 생각해요. 또 다른 세계에서 살아보는 것. 누군가 그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 했었을 노력을 저는 이제 조금이나마 더 가늠해 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 가능성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져요. 김한주 전쟁이 인간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인 것처럼 게임이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에 깊숙이 들어오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 오큘러스라는 VR기기를 체험해 볼 일이 있었는데 감흥이 엄청나더라고요. 전쟁을 겪으면 기술의 발전이 급격하게 이루어진다고 하잖아요. 근데 게임이 그만큼의 발전을 부추기는 역할을 아직은 하고 있지는 않지만, 예전보다는 더 체감되어요. 오큘러스를 체험해보면서 느꼈고 눈앞에 있는 많은 것들이 게임적인 체험을 돋굴 것들이 너무 많이 있고 이제 정말 손쉽게 핸드폰 같은 기기를 통해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시대가 되다 보니까 게임을 단지 게임으로만 인지하기는 어려워지는 시대가 되는 것 같아요. 멜트미러 게임을 하려고 마음먹은 이유 중 하나가 대체적인 가능성 때문이거든요. 원래 영상을 작업하다가 넘어가게 된 거니까 사실은 게임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발전하는 걸 보다 보니까 영상은 결국 이제 게임에 속해질 수밖에 없는 매체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던 거죠. 물론 지금은 영상매체만이 가진 영역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요. 아무튼 게임이라는 매체에 관해서는 그 정도로 극단적인 생각을 할 만큼 너무 많은 가능성이 있는 매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아마도 계속 이쪽으로 작업을 이어 나갈 것 같아요. 그리고 매체적인 관점으로 봐서도 그렇지만 게임은 인간이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본능에 제일 가깝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결국 언젠가는 세상 자체가 게임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해요. 어쩌면 이미 게임인데 사회가 서서히 알아가고 있을지도 모르죠.
방금 드린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가 한다면 를 플레이하면서 거의 마지막 장면이었는데요. 배경 속 화산이 폭발하는데도 주저앉아 있는 사람을 보고 캐릭터를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가만히, 정말 움직이지를 못하겠더라고요. 그 풍경이 너무 아름답기도 하고 계속 멍하니 가만히 있었어요. 그 정서나 잔상이 남아 있는데 그게 가 저에게 주었던 영향인 것 같아요. 그래서 마지막 질문을 드리자면 주인공이 정상에 오르고 빛에 닿는 것과 주저앉은 사람이 일어나는 것. 이런 희망적인 표현들로 플레이어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나요.
멜트미러 이 게임에서 제가 한 줌의 친절함을 심을 수 있다면 이 장소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순간만큼은 이 게임을 플레이할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리고 아주 살짝 자전적인 텍스트도 들어있고요. 사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가 플레이어에게 전하고자 하는 요소가 분명한 게임은 아니에요, 하지만 지금 인터뷰를 하면서는 제가 생각보다 플레이어들에게 큰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이렇게 뒤늦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어요.
Editor&Photography Lee Yunkyun
Fashion Park Wanhee
Art Lee Seyeon
Hair&Makeup Choi Kyeong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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