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정지현, 무한 메탈, 2019, 알루미늄, 돌, 시멘트, 70x70x70cm (오른쪽)정지현, 나무와 동상, 2019, 방음재, hard-gloss paint, 120x122x3cm

정지현, 더블데커, 2018, 형광등, 알루미늄 프레임, 철, 선풍기, 320x380x130cm

아뜰리에 에르메스
보통의 화이트 큐브가 아니다. 누군가 에르메스 매장의 문을 열어준다. 고급스러운 상품이 진열된 곳을 지나 순백의 나선형 계단을 통해 지하 로 내려오면 어둡고 묵직한 레스토랑 ‘마당’이 나온다. 그 길을 온전히 통과해야만 여기에 닿을 수 있다. 전시를 만나기 전, 공간은 이미 이상 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 거다. 이곳을 평이한 전시장으로 여기면 나 는 분명 공간에 지고 만다. 여러 성격을 부여하는 유연한 방식으로 움 직이는 편이 나았다. 한 2주일 이곳으로 출퇴근하며 뭔가를 만들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 공간에 있는 작품은 이 공간이 아니라면 굳이 만들어 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서울
미술 작가로 살아가는 데 큰 희생이 필요한 도시. 미술 시장이라도 건 강하거나 풍성하면 어느 정도 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텐데 그렇지도 않다. 내 주위 작가들의 경우 사실상 윤택한 삶을 포기한 이도 적지 않 다. 단지, 미술 자체가 좋아 버틸 뿐이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우리는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나는 보통 쓰레기라 이름 붙은 것을 주워 작업한 다. 서울의 어느 지역에 머물며 작업하는지에 따라 작품의 형식과 성격 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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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나는 죽음을 꿈꾸거나 추구하지 않는다. 용도 폐기된, 죽어버린 물질 을 재료로 사용할 뿐이다. 나는 거기서 좀 다른 면을 본다. 모든 사물은 목적을 가지고 태어난다. 책은 읽히기 위함이고, 조명은 어둠을 밝히기 위함이며, 기둥은 버티기 위함이다. 원래의 용도를 좀 다르게 바라보고 해석하면 미술이 된다. 어떤 죽어 있는 물질은 어쩌면 다시 살아 움직 일 수 있는 물질이 되기도 한다. 어떻게 보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Text & Photography Ji Woong Cho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