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Earthround


“Let Me Know~”를 이제는 ‘Leeeeeeeeet Meeeeee Knooooow~’로 듣는다. (맞다. 알리야의 ‘At Your Best’를 부른 것이다.) 인터넷에 누구보다 익숙한 Z세대는 음악 프로듀서이면서 커스터머이자 리미낼리티Liminality와 혼톨로지Hauntology의 개념을 가장 잘 체화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하나의 음원이 발매되면 부틀렉처럼 우후죽순 새로운 버전이 생기고, 또 사람들은 이것이 생기기를 은근히 바라는 Slowed + Reverb 버전의 음악을 말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노래를 한국의 누군가가 느리게, 그리고 울림이 더 크게 믹스한 결과물을 일본의 반복되는 애니메이션 영상과 함께 유튜브에 업로드한다. 이렇게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으며 길어진 음악과 더 멀리 울리는 음악 속에서 하나가 되어가는 걸까? 

Slowed + Reverb는 무엇인가? 장황한 설명보다는 한번 듣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예시로 참고할 만한 링크를 첨부한다. 먼저 감상해 보길 바란다. youtu.be/cktq_-6Kle4 기본적으로 아티스트의 이름과 음악 제목 다음에 ‘Slowed + Reverb’라는 수식어가 붙어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믹스된 음악이자 새로운 장르로, 애니메이션 클립이 영상과 함께 인코딩된다.  

미국의 음악 비평, 소식, 인터뷰와 관련한 저명한 인디 록 웹진 사이트, 피치포크Pitchfork의 앤디 쿠시Andy Cush는 Slowed + Reverb 장르의 효시는 재리룬 무어Jarylun Moore, 채널명 라는 유튜브 업로더가 2021년 10월 19일에 올린 영상이라고 하지만, 내가 찾을 수 있던 Slowed + Reverb 수식어가 붙은 최초의 유튜브 영상은 2013년 5월 30일에 업로드된 아티스트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의 ‘Young & Beautiful’로 영화 의 OST이기도 하다. 물론 제목에는 Slowed + Reverb가 붙어 있다. 업로더의 이름은 어쩐지 수상해 보이는 ‘X’. 물론 전자는 현재 Slowed + Reverb에서 보여주는 영상의 미감까지 완벽히 구현했다는 점에서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지만(보통은 일본 애니메이션 혹은 왠지 우울해 보이는 바트 심슨의 영상 클립), 이 음악 장르(믹스)가 유통되는 유튜브에서 음악적 초안을 보여준 건 후자의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기묘하지만 매력적인, 그리고 굉장히 ‘Z’스러운 장르에 사람들이 빠져 있는 이유가 뭘까? 당연하게도 이 부틀렉 버전은 듣는 이에게 새로운 감정을 ‘안전하게’ 제공한다. 자신이 좋아하던 음악이 느려지고 좀 더 깊이 울리는데 반감을 가질 이유가 있겠는가? 느린 템포와 과한 리버브가 주는 공간감은 어쩐지 외로운 청취자가 속한 공간을 가득 메우며(정확히는 헤드셋 안쪽을 가득 메우겠지만 말이다), 평소 즐길 만하지 않던 무드의 음악도 듣는 이의 고독함에 완벽하게 적응시킨다. 라디오 방송국에서는 원곡보다 2% 정도 빠르게 음악을 재생한다고 한다. 밝고 조금 더 시끄럽고 빠르게 해 청취자들이 더욱 흥미를 갖도록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slowed + Reverb가 주는 주된 매력은 멜랑콜리가 아닐까. 슬퍼하는 스누피와 공허해 보이는 바람을 맞으며 홀로 서 있는 나우시카 계곡의 여주인공이 섬네일에 있는 것을 보면 Z세대가 느끼는 멜랑콜리를 더욱 잘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분명 그 외에도 많은 이유가 존재한다. 저음이 주는 안정감과 ‘실제로 그 노래가 더 길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충족해 준다든지, 결국 템포를 바꾸고 리버브를 추가하는 것은 정의하기 힘든 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럴 수 있는 건 유튜브에 먼저 업로드된 원곡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느림과 빠름, 좁음과 넓음은 상대적 표현이다. 원곡을 듣고 나서 Slowed + Reverb 버전을 찾는 나는, 그 대비 속에서 감정의 진폭을 마구 널뛰게 해줄 기대감을 찾는지 모르겠다.  

Slowed와 Reverb가 시사하는 것을 좀 더 명확하게 해줄 두 가지 개념이 있다. 리미낼리티와 혼톨로지다. 오래된 애니메이션의 에스테틱한 클립을 가져다 쓰는 것, 사실 믹싱의 초보 단계인 템포 늦추기와 리버브 추가, 이 요소들은 시간과 공간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음악의 템포를 늦추면 러닝타임은 길어지고, 반복되는 애니메이션 영상은 시간성을 탈피한다. 리버브를 추가해, 강하게 울리는 사운드와 시대를 뛰어넘는 탈국경 애니메이션 이미지는 공간감을 강화한다. 단순한 개념이다. 전자의 경우에서 우리는 리미낼리티 개념을 이해할 수 있고, 후자에는 혼톨로지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   

인류학에서 리미낼리티는 라틴어로 문턱을 뜻하는 ‘limen’에서 유래했다. 통과의례의 중간 단계에서 발생하는 모호성 또는 방향감각 상실의 성질을 뜻하며, 참여자가 더 이상 의식(의례 또는 사회적 단계) 이전 상태(A)를 유지하지 않지만, 막상 의식을 완료(C)한 뒤로는 아직 전환되지 않은 경우(B)를 말한다. Slowed된 음악이 좋은 예시라 할 수 있겠다. 같은 음악을 듣고 있지만 원곡보다 길어져 익숙한 러닝타임을 느낄 수 없게, 그 시간 속에 갇혀 있게 되며, 반복되는 과거의 에스테틱을 머금은 애니메이션 루프는, 화살표 방향으로 나아가는 시간성을 무시하며 반복적으로 춤을 춘다. 의식 이전과는 다르지만, 의식 완료 후 상태는 아닌 현상을 잘 보여준다. 그렇게 Slowed된 음악을 듣는 ‘참여자’들은 그들의 정체성, 시간 또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이전의 방법, 그리고 의식을 완성하는 새로운 방법 사이에 있는 ‘문턱’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와 전쟁으로 얼룩진 세계는 더 이상 우리가 알던 과거와 분명히 다르다. 이런 문화는 아직 무엇이 다가올지 모를 미래를 앞에 두고 그 문턱에 머무르는 Z세대와 닮아 있지 않은가. 이 개념을 채택한 영국의 문화 인류학자 빅터 터너Victor Turner의 정의대로라면 리미낼리티가 적용된 공간에서는 필수이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며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이 이전 세대와 달라진 지금 인터넷 키즈의 시대상에서는 너무 달콤한 도피 공간이지 않을까.  

이제 울림이 더 커진, 넓어진 공간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Reverb를 말하는 것이다. 혼톨로지 음악은 2000년대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본래 유령론으로 번역되는 철학 개념이자 마르크스주의라는 뚜렷한 정치적 맥락에 기반한 것이었으나, 아날로그 음반을 디지털로 샘플링 및 편집하고 아날로그 매체 특유의 음향을 드러내는 한 음악 경향이 혼톨로지 개념과 호응한다고 보아, 비평가들은 그 음악 경향에 혼톨로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대표적으로 치매 증상의 여섯 단계를 차례대로 묘사한 시리즈인 더 케어테이커The Caretaker의 음악 ‘Everywhere at the End of Time(Stages 1-6)’을 예로 들 수 있다. 오래된 LP와 카세트테이프에서 나올 법한 앰비언트 사운드와 과한 리버브는 겪어보지 못했지만 그 시대를 그리워할 법한 노스탤지어를 느끼게 한다. 중요한 점은 이 음악이 Z세대가 즐긴 인크레더블 밈Incredible Meme(인크레더블의 Mr. 인크레더블이 절망적 상황과 희망적 상황의 대조적 사운드를 통해 웃음을 자아낸다고 하지만, 왠지 Z세대의 웃음 코드는 따라가기 힘들다) 사운드 소스로 많이 사용됐다는 것이다. 다시 돌아와, 겪어보지 못한 공간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혼톨로지와 Slowed + Reverb의 Reverb 믹싱 방식은 꽤 닮아 있다. 이것 역시 앞서 언급한 리미낼리티 개념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서로 복제되고 혼재된 문화양식과 그곳에서 쏟아져 나온 이미지들은 공간에서 공간으로 전이하며 인터넷 키즈, Z세대가 향유하고 있다. LP나 카세트테이프를 즐겨 듣던 세대는 과한 Reverb 사운드를 이어폰이 아닌 특정 공간에서 울려 퍼지기를 기대하지만, Z세대는 그 공간을 혼톨로지와 같은 방식을 통해 새롭게 점유하고 있다. 오래된 애니메이션의 자글거리는 노이즈가 반복되는 영상 역시 그들이 점유할 수 없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Slowed + Reverb를 소비하고 생산하는 세대는 달콤한 연옥을 무리하지 않고 향유하고 있다. 알리야에서 서머 워커Summer Walker로, 그리고 이젠 하이퍼팝을 Slowed + Reverb한다. 

이렇게 단순한 믹싱 방식의 Slowed + Reverb는 모든 가능성을 활짝 열어두고 있는 셈이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또 디지털에 능한 인터넷 키즈는 자신이 늘이고 울려 퍼지게 하고 싶은 음악이 분명히 있을 터, 추가로 그 사운드를 대표할 만한 이미지를 섬네일로 부여하고 싶은 욕망도 있을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지금 시류에 퍼지기 가장 좋은 요소를 분명 가지고 있다. 만약 당신도 이 단순하지만 말로 표현하기 힘든 믹싱 방식에 참여하고 싶다면 slowedreverb.com에 방문해 음원 파일을 드래그 앤 드롭 하고 속도와 리버브를 조정하기만 하면 바로 원하는 Slowed + Reverb 사운드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텀블러 혹은 트위터를 켜 적당한 애니메이션 루프를 찾아보자. 그런 다음 Z세대를 위한 짧은 안식처를 업로드해 보자.

Text & Art Kang Ji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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