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Earthround

AI는 더 이상 기술의 언어가 아니다. 이미지, 음악, 영화, 글까지 창작의 거의 모든 형태가 인공지능과 맞닿아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AI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감각은 어디에 남아 있을까? <데이즈드>는 ‘AI NOW’를 시작한다. AI의 새로운 미학과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비평적 시선으로 살피며, 기술을 넘어 감각과 존재의 문제로 확장한다. 지금, 매거진은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릴스 잘 보고 있어요.”

 요즘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항상 듣는 말이다. 인스타그램에서 ‘하박국 아티스트 연구소’라는 계정으로 아티스트에게 도움을 주는 릴스를 30개 정도 올린 결과다. 2018년, 유튜브에서 테크 채널 ‘기술인간’을 운영했을 때는 “유튜브 잘 보고 있어요”라는 말을 항상 들었다. 웃긴 건, 나는 그 전에 20년 가까이 <데이즈드> 같은 유명 매체에 글을 써왔다. 그렇게 오래 글을 써도 “글 잘 읽고 있어요”라는 말을 듣는 일은 거의 없었다.

김훈 글이든, 내 글이든 얼핏 보면 글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검은 건 글씨고, 흰 건 종이다. 지금 이 글 아래의 글쓴이 이름을 ‘하박국’에서 ‘김훈’으로 바꾸더라도 평소 책을 자주 읽는 사람이 아니면 대부분은 별생각 없이 넘어갈 것이다. 영상은 다르다. 특히 얼굴을 드러내는 영상은 눈높이에서 상대와 마주 본다. 매일 보는 연속극 속 악역을 실제로 만나면 뒤통수라도 때리고 싶은 것처럼,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정이 들고 친밀감이 든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동요를 쓴 이도 이걸 알고 있지 않았을까. 지금 시대의 텔레비전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요즘 ‘퍼스널 브랜딩’을 가르치는 이들도 두 플랫폼 활용법을 가르친다.

말이 쉽지,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스크립트 작성, 촬영, 편집, 섬네일, 영상 소개 글까지. 아무리 스마트폰 하나로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시대라 해도 품이 많이 든다. 여기에 알고리즘의 수혜를 받기 위해서는 이 고된 노동을 반복해야 한다. 2018년, 어딜 가나 “유튜브 잘 보고 있어요”라는 말을 들은 건 당시 유튜브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누구나 유튜브를 하고 숏폼을 만든다. 무한 경쟁 시대, 더 열심히 해도 모자랄 판에 ‘기술인간’은 접었고, ‘하박국 아티스트 연구소’는 한 달 넘게 업데이트를 못 하고 있다. 다른 일과 병행하며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영상 노동을 지속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에 나 같은 이가 한둘일까. 우리 같은 사람을 위해 소라2가 출시됐다. 챗GPT를 만드는 오픈AI에서 만든 영상 생성 AI다. 영상 생성 AI는 구글의 Veo3 이후 대전환기를 맞이했다.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대사와 음악까지 완성형 영상을 제작해 주기 때문이다. 스크립트, 촬영, 편집 아무것도 필요 없다. “하박국이 만든 음반이 그래미 어워드를 수상한다”라는 프롬프트 한 줄만으로도 뚝딱 짧은 영상이 완성된다. 소라2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카메오라는 기능이다. 자기 얼굴을 등록하거나 등록된 다른 사람을 이용해 영상을 만들고 리믹스하고, 이를 자체 SNS 플랫폼에서 공유할 수 있다. 덕분에 이번 추석, AI 영상 커뮤니티에서는 카메오로 등록된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이 한복을 입고 추석 덕담을 하는 영상으로 넘쳐났다. 나도 그를 이용해 송편을 마구 먹은 후 “추석 별거 없네”라고 말하는 영상을 ‘딸깍’ 만들었다.

초창기 소라2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가장 잘 활용한 사람은 이미 세상을 떠난 스티븐 호킹이다. 누군가 스케이트보드 파크에서 그가 휠체어를 탄 채 묘기를 부리는 영상을 만들었고, 이는 즉시 많은 이의 손에서 리믹스되며 엄청난 속도로 바이럴됐다. 마틴 루서 킹의 유명한 ‘I Have a Dream’ 연설도 다양하게 변용된 뒤 문장과 함께 공유됐다. 유명인을 이용한 ‘딥페이크 대잔치’는 3일 만에 챗GPT의 저작권 및 실제 인물 사용 정책이 바뀌며 사라졌다.

지금 소라2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700만 테크 유튜버 i저스틴이다. 카메오로 등록한 자신의 얼굴을 이용해 온갖 밈을 패러디하고 가상의 테크 기기를 리뷰했다. 테크 유튜버답게 유행에 빠르게 편승한 그의 영상은 5000회 넘게 리믹스되고 팔로워는 일주일 만에 2.1만을 모았다. 방시혁은 BTS의 성공 비결을 “유명해서 유명해진 전략”이라 밝혔다. ‘유명함’의 정도는 노출도로 측정된다. 챌린지와 밈에 참여하며 꾸준히 셀피를 업데이트하는 SNS 계정과 지역구에 붙은 정치인의 플래카드는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추석 잘 보내세요”부터 “현정권은 반성하라” 같은 문장을 쓰며 온갖 이슈에 ‘렉카 유튜브 채널’처럼 수저를 얹으며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같이 노출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자신을 알려야 하지만, 그만한 노동력을 투입할 여유가 없는 내 고민은 해결된 걸까? 현재 소라2에서 영상 하나를 만드는 데에는 프롬프트 한 줄과 1분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나 같은 사람이 이를 이용해 끊임없이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대-딸깍’ 시대가 열린 거다. 고민의 답은 간단하지 않다. 내가 쉽게 할 수 있다면 다른 이도 그렇게 할 수 있다. AI가 아니더라도 콘텐츠 제작의 난도는 이미 낮아졌고, 생산 속도는 소비 속도를 아득히 뛰어넘었다. 세상에 콘텐츠가 너무 많다. 시장에 돈이 많아지면 가치가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이 찾아온다. 콘텐츠라고 다를까. 생산성 향상만큼 콘텐츠 또한 인플레이션을 맞이하고 있다. AI는 이를 가속할 것이다. 

내가 몸담은 음악산업에서는 이 현상을 이미 절실하게 체감하고 있다. 매일 스포티파이에 10만 곡이 업데이트된다. 그럼 10만 분 1 경쟁을 뚫기만 하면 되는 걸까. 그럴 리가. 이미 발표된 히트곡, 갑자기 역주행하는 곡과도 경쟁해야 한다. 시간, 국가를 뛰어넘어 모든 노래를 쉽게 들을 수 있는 시대다. 경쟁 넘어 경쟁. 무한대에 가까운 경쟁이다. 이미 작년, 빌보드는 핫 100 차트 10위 안에 신인이 진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전보다 늘어났다는 통계를 밝혔다.

여가 시간을 놓고 나이키와 닌텐도가 경쟁하는 것처럼, 음악 또한 시간을 쓰게 하는 모든 콘텐츠와 경쟁한다. 어딜 가도 당신의 주의를 빼앗기 위한 콘텐츠가 있다. 카카오톡은 개인이 올린 프로필 사진을 콘텐츠화하고, 숏폼을 볼 수 있는 개편을 단행했다. 볼 게 너무 많은 사람은 영화를 직접 보는 대신 요약 유튜브 영상을 본다. 그걸 볼 시간도 모자라 1.5배속, 2배속 버튼을 누른다. 때론 그 시간도 아까워 AI로 요약해 보기도 한다. 잠깐, 요즘은 콘텐츠 만들 때도 AI를 쓰지 않나? AI로 만든 콘텐츠를 AI로 요약해 본다. 생산자도 AI, 소비자도 AI. 그렇다면 이 순환 고리에서 인간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주어진 원고 분량 내에서 이에 대한 답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모든 게 빠르게 변하고 불확실성이 가득한 시대. 이 글은 어떻게 맺으면 좋을까. 마지막 단락을 도저히 쓰기 어려워 AI에게 지금까지의 글을 보여준 후 글의 결론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클로드, 챗GPT, 제미나이 모두 앞으로 ‘인간다움의 가치’가 더 중요해질 거라는 내용을 추천했다. 인간의 자리를 위협하는 주제에, 늘 입바른 소리만 하는 녀석들답다. 그렇다면 이에 맞춰 글을 마무리해 보자. 음악산업에서 공연의 비중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스트리밍이 음반 시대만큼 수익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살아 있는 아티스트를 직접 보고 느끼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AI가 만든 콘텐츠가 아무리 난무해도 인간은 인간과 닿기를 바란다.

··까지 쓰고 나니 억지스럽다. 이미 사람을 만나는 대신 AI에게서 위안받는 이가 늘고 있다.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원하는 답변을 들려주는 존재를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디스토피아적’ 결론을 내려달라고 요청해 보자. 아··· 이 내용은 너무 끔찍하고 무서워 여기에 옮기지 않는다. 결국 ‘희망 편’도 ‘절망 편’도 어느 것도 선택할 수 없다. AI는 언제나 확신에 찬 답을 말하지만, 지금 나는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없다. AI는 종종 환각을 저지른다. 모르는 것도 답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AI 시대 내가 대체되지 않을 방법은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고, 불완전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아닐까. 이건 용기일까, 아니면 포기일까. 그마저도 잘 모르겠다. AI에게 평가를 요청하니 좋은 글이라기에 메일 전송 버튼을 누를 뿐.

 

text HAVAQQUQ
editor YOON SEUNGHYUN(BARON)
art NOH JIYOUNG(RO)

Discover more in DAZED KOREA NOVEMBER 2025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