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Earthround




아래 문답은 다학제 예술가이자 연구자 고쉬카 마추가Goshka Macuga(좌)와 전시 큐레이터 엘비라 디앙가니 오세Elvira Dyangani Ose(우)의 대담 내용이다. 알렉산 더 퓨리Alexander Fury와의 온라인 미팅으로 이루어졌다.

‘Tales & Tellers’라는 전시명이 미우미우 우먼스 테일Miu Miu Women’s Tales의 연장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티스트, 고쉬카 마추가(이하 GM)
쇼가 열린 이곳 팔레 디에나Palais d’Iéna에서 볼 수 있는 건 미우미우 우먼스 테일의 한 장면 한 장면을 보여주는 장치와 35명의 인물이다. 이들 역시 우먼스 테일의 주인공들처럼 미우미우 의상을 입고 있다. 우리 단편영화를 원작으로 하지만, 이번 설치 작품에서 중요한 건 이차원적 비디오 프로젝션과 수동적 관람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이곳에 오는 이들이 공간을 이동하며 영화적 스토리텔링, 예술, 디자인, 공연 등 모든 게 융합된 역동적 공연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했다. 마치 영화 내러티브의 일부가 된 것처럼 말이다.
큐레이터, 엘비아 디앙가니 오세(이하 EDO)
미우치아 프라다는 오랫동안 영화, 시각문화 측면에서 미우미우가 쌓아온 작업을 한데 모으는 일을 염두에 두었다고 말했다. 이후 아트 바젤의 퍼블릭 프로그램에 미우미우가 공식 파트너가 되면서 이런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기획하게 됐다. 미우미우가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은 여성 영화감독, 예술가와 공유하고 대화를 나누며 만들어온 여성성과 그 고무적 방식을 어떤 작품으로 기념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Tales & Tellers’는 더 나아가 이야기와 이야기를 발언하고 생성하는 사람들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입체적이다.
GM 결국 우리 모두가 이야기를 만든다. 스토리텔링은 인간에게 아주 본질적 요소다. 그런 관점에서 이 프로젝트는 이야기를 만드는 영화감독, 예술가, 공연자 그리고 우리 모두를 생각하며 구체화됐다.
EDO 세상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고, 그 이유는 우리가 각자의 단어, 제스처, 이미지로 무언가를 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영화가 좋은 예시다. 세상에는 우리를 특정한 시간으로 이끄는 영화도 있고, 유토피아와 같은 개인적이고 허구에 가까운 상상을 펼 치는 영화도 있다. 그 과정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개인적 경험이 이 이야기를 인식하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야기들은 누구를 위해, 어떤 관점에서 전해지고 있는가?’ 같은 물음을 던져가면서. 

패션쇼장이 아닌 아트 바젤 전시 한가운데 미우미우가 놓였다. 지난 3년간 미우미우 런웨이 공간이었던 팔레 디에
나도 다르게 다가온다.
GM
팔레 디에나는 이 공간과 공간이 지닌 역사를 돌아볼 때 매우 독특한 곳이다. 고대 그리스 아고라나 극장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건 이 공간에 깊이 뿌리내린 이야기와 기술, 혁신, 사회에 관한 담론 때문이다. 미우미우 우먼스 테일 속 영화 캐릭터들은 각각 존재하다 이 전시에서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관객에게 다가간다.
EDO 상호작용은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배우와 관객, 캐릭터와 이야기 사이 경계를 흐리는 열린 플랫폼을 구상하고자 했다. 여성성에 관한 동시다발적 관점이 모이는, 생동감 넘치는 광장이 되길 바랐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각 이야기와 관객이 가진 특정한 맥락과 지리적 배경을 통과해 더욱 ‘다양한 입장’이 된다.
GM 각 등장인물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TV 세트, 휴대폰, 아이패드 같은 장치는 공간의 환경을 또 달리한다. 이런 기술이 상호작용에 미치는 영향 역시 확인할 수 있다. 기술 발전은 우리가 소통하고, 자신을 표현하며, 정체성을 정의하는 방식을 변화시켰다. 이 장치들은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 정체성의 연장선이 되어 현실을 형성하는데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큐레이터이자 태피스트리 아티스트 고쉬카 마추가가 함께했다. 2025년 봄/여름 미우미우 쇼와 아트 바젤 파리 프로젝트 모두 그의 이름이 돋보인다.
EDO 고쉬카 마추가의 미학은 한마디로 포용력 같다. 그런 점에서 미우미우의 훌륭한 감독과 예술가들의 다양한 작업이 협력적이고 포용적으로 묶이길 바랐다. 이 프로젝트를 두고 미우치아 프라다가 직접 고쉬카의 이름을 꺼냈을 때, 우리 팀 모두 고쉬카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2016년 밀라노 폰다지오네 프라다에서의 프로젝트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떠올렸다. 어떤 집단성과 그로부터 지식이 창조되고 발현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예술가를 떠올렸을 때 그에게 그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오늘날 진실은 보다 유연한 개념이다.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듯한 신문이 그걸 보여주는 것 같다.
GM
오늘날 세계에서 진실은 점점 더 유동적이다. 관점, 권력, 상황에 의해 진실은 형성된다. 격언 중에서도 “역사는 승자에 의해 이야기된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진실로 받아들인 모든 역사적 사실은 실상 권력을 가진 이들에 의해 만들어진 버전이다. 그로 인해 소외되거나 잊힌 다른 이야기들이 있다. 이처럼 진실이 주관적이며, 조작될 수 있다는 생각은 이번 쇼와 전시의 핵심이다. 

고쉬카 마추가, 당신이 작업한 쇼의 설치 작업에 대해 설명을 더 듣고 싶다. 신문 ‘The Truthless Times’가 컨베이어벨트에 달려 쇼장을 한 바퀴 돈다. 쇼의 주제 역시 진실과 거짓, 조작을 은유하는 듯한 ‘설탕처럼 보이는 소금(Salt Looks Like Sugar)’이었다.
GM
패션쇼의 무대디자인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플라톤의 동굴 비유를 먼저 떠올렸다. 진실이 드러나더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그것을 받아들이기 거부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떤 개인들은 진실이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훼손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오히려 사실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진실을 받아들이는 대신, 그들은 사건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만들어내게 된다.

미우미우라는 패션 브랜드와 예술, 미우치아 프라다와 예술은 어떻게 관계하고 있는가.
EDO
미우치아 프라다가 패션에 관한 한 가장 창의적이고 개인적인 접근을 한 형태가 미우미우라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 예술가들과 협업해 만든 런웨이 쇼는 예술 공간과 패션쇼 공간이 골고루 조합된 형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GM 미우미우의 본질은 결국 웨어러블하고 다재다능한 패션에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든지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 아닌가. 사무실이든 혹은 특정 상황에서도 과하게 차려입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내가 가장 흥미로운 점은 패션이 개인의 정체성에 기여하는 방식이다. 많은 미우미우 우먼스 테일 시리즈는 ‘정체성’이라는 주제 아래 사람이 자신을 표현하려 할 때 직면하는 여러 제약을 다룬다. 동시에 미우미우 의상을 통해 캐릭터의 정체성이나 변화를 표현할 수 있다. 이는 퍼포먼스 요소로도 보인다. 게다가 미우미우 아카이브는 마치 살아 있는 존재처럼 다양한 역사적 시기와 컬렉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의상에 담긴 시대와의 연관성과 고유한 이야기는 우먼스 테일 시리즈에 또 다른 내러티브가 된다.
EDO 시간이 작품에 개입하는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루, 일주일, 혹은 한 시간, 퍼포먼스를 하는 한순간에 상황이 변한다. 지금으로부터 5분 후에 온 관객, 전시의 마지막 시간대에 온 관객은 전체 중 일부만을 경험하게 된다. 예술과 패션, 삶이 공존하는 이 같은 공간에서 잠시나마 존재한다는 건 내겐 몹시 기분 좋은 일이다. 어쩌면 이 프로젝트는 시간에 기반한 작품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GM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나 역시 전시와 패션쇼를 넘어 더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두 가지 이벤트가 예술과 패션을 포함한 모든 것을 완전히 탐구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건 더 다양한 가능성이 숨어 있다는 이야기와도 같다.
EDO 바로 그게 좋은 작품이 아름다운 이유다. 우리에게 항상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만들지 않나.

 

Text 소히(Sohee, 권소희)
Art 던(Dawn, 위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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