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Earthround

“대체 얼마나 긴장을 하며 사시는 거예요?”

거북목에 굽은 어깨, 시간이 갈수록 몸이 동그랗게 말리고 있다. 교토에서 트렁크 바퀴를 보며 생각했다.
10년? 아니 빠르면 5년 안에 누구라도 “겸아, 일루 와봐” 부르면, 난 데굴데굴 굴러가겠지.
그 동그란 청소기처럼 그렇게 굴러가겠지. 달팽이를 그리 먹었더니 달팽이가 될 줄이야.

몸이 말리는 건 보기에만 흉한 게 아니라 통증을 동반한다. 컴퓨터와 휴대폰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업무 특성, 평소
흐트러진 자세부터 만성 허리 디스크까지 스스로 문제를 알고 있지만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주변을 수소문해 용하다는 곳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올해 안에는 반드시 몸을 예쁘고 꼿꼿하게 만들 테야.

전문가들의 상태 체크가 이어졌다. “네, 치료 꾸준히 잘 받으면 굽은 어깨가 펴지고 목도 원래대로 돌아가 가늘고
길어지고, 허리 디스크도 괜찮아질 거예요.” 낙관적인 전망도 이어진다. “근육이 완전히 협착되지는 않았으니 충분히
고칠 수 있습니다.”

도수 치료, 자세 교정, 마사지 등 치료법은 다양했다. 그중 선택한 마사지. 아, 일반 마사지와는 많이 다르다.
근육을 다 쪼개고 나눈 뒤 하나하나 살려 붙이는 재조합을 실시한다. 어느 정도 아프지만 뭔가 풀린 것 같은
시원함은 기대를 뛰어넘는다.

“목에 힘 좀 푸세요.” 아무리 해도 못 하는 것. 헤어 숍에서 머리 감겨 줄 때 가장 자주 듣던 말이기도 한,
이것은 내가 결코, 절대 못 하는 것 중 하나다. 힘을 푼다는 것, 도대체 뭘까? “그냥 제 손에 목을 맡기면 되는걸요.”
치료사와 목에, 또 몸에 힘을 빼는 요령에 대해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실패했다.

힘을 뺄 줄 모르는 삶,
누군가에게 몸을 맡기는 방법을 깨닫지 못한 삶,
움켜쥔 걸 제대로 놓지 못하는 삶,
24시간 자면서도 긴장하는 삶.

미련?
미련!

마사지를 받으면서 지난달 파리에서 본 킴 존스의 디올과 버지니 비아르의 샤넬 쇼가 떠올랐다.
그래, 발레를 배우기로 했다. 자세 교정에도 도움이 되고 그런 옷, 그런 표정, 그런 정신을 경험하고 싶어졌다.

지난주 <데이즈드>의 어쩌면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i-D아이디> 매거진이 더 이상 프린트와 디지털 매거진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연이어 편집장 알래스터 매킴Alastair McKimm이 퇴사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미련이라는 것이 꼭 버리는 것만이 답일까? 어쩌면 그놈의 미련이, 지금까지 나를, 너희를, <데이즈드>를, 렉스트림을
존재하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미련을 잘 쓰면, 순환이 될 지도 모르잖아. 패션은 순환이니까.
나는 그 과정과 행위를 가장 사랑하는, 돌고 도는, 동그랗게 말린 사람이기도 하니까.

 

이겸
李兼
Guiom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