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이 없다는 것은 절망일까, 축복일까. 잘 그리는 그림 대신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를 붙들고 칠판 앞에 우두커니 서 있던 시간을 기억하는 김나훔 작가는 의 청춘들에게 인생 훈수를 두지 않았다. ‘나훔’은 히브리어로 ‘위로’다.


‘강변토끼’


‘고등어’


‘뒤셀도르프’


‘나의 인생, 나의 지휘’


‘타키로’


‘딸기트럭’

왜 다른 곳이 아닌 베를린이었나요?
유럽 하면 많은 명소가 떠오르지만, 독일엔 특유의 음침한 느낌이 있어요. 분단국가였을 때도 그렇고, 베를린은 ‘가난한 예술가들의 도시’라는 말이 있을 정도죠. 그런 음침함이 제 우울함도 받아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아름다운 곳에 가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것 같았죠. 독일로 떠나기 전 특히 우울했는데, 독일이 제 그런 어둠을, 표나지 않게 포용해줄 수 있으리라고 막연히 상상했어요. 제 상상이 절반은 맞더라고요. 베를린의 봄은 정말 예뻤는데, 점차 나아지는 제 모습이 베를린의 계절과 너무도 닮아 있었어요. 눈 내리고 어두운 겨울날 베를린에 도착해 봄이 오면서 저도 서서히 치유됐거든요. 제 자신을 받아들이고, 어떤 다름에 대해 인정하면서 열등감이 옅어졌어요. 상대를 더 많이 포용하는 법도 배웠고요. 이후 한국에 와서도 계절이 주는 위로와 치유의 능력에 희열을 느꼈어요. 그래서 제 그림에 자연이 더 많이 담기는지도 몰라요.

어떤 인터뷰에서 청춘들에게 “고민 말고 지르라”고 충고하신 게 인상 깊어요.
내가 지금 즐겁게 할 수 있다면 그걸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나중에 올 것을 기다리며 마냥 인내하는 게 아니라 지금 내가 이걸 하고 싶다면, 이걸 붙들고 있으면 시간이 빨리 흐르고 어떤 것보다 집중할 수 있다면 그걸 하는 거죠. 그러면 미련이 안 남아요. 미련을 가지지 말자는 게 제 삶의 한 태도예요. ‘아, 저거 해볼걸’ 하는 마음을 차단하는 것. 내가 저지르고, 할 수 없다는 걸 확인한다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아요. ‘내가 저거 하면 잘했을 텐데’ 하는 말들.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정작 실행해본 적은 없는 거고, 그렇게 꼰대가 되는 것 같거든요.

Text Lee Hyunjun
Photography Noh Seung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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