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Ye Young Kim
Photography Dasom Han

백현진 씨 공연은 처음이에요. 처음에는 왜 노래를 저렇게 하나 싶었는데 적응이 되니까 에너지가 엄청나더라고요.
보통 그렇게 이야기하는 분이 좀 많으세요.
음원으로 들었을 땐 몰랐거든요.
만만하게 접근하기가 좀 힘들다고도 하세요. 제가 뭘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거든요. 젊은 시절에는, 제가 뭔가를 하면 사람들이 계속 이상하다고 하니까 저는 속으로 ‘너희가 더 이상해’ 그런 생각도 했어요. 다만 지금은 그렇게 반응하지 않아요. 낯설어하면 낯설어하는 대로, 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그런대로 지켜봐요. 그러면서 제 볼일 보는 거죠.
홍대 미대에서 조각을 전공하셨죠?
네, 근데 수업에 거의 안 들어갔어요. 3학기 다녔는데 수업도 학교 분위기도 저에게 안 맞았어요. 전공 수업도 몇 번 들으니 도저히 못 들어주겠더라고요.
그래도 아티스트가 되셨잖아요.
겨우. 운이 좋았죠, 뭐.
하기 싫은 일은 안 하는 성격이에요?
네, 맞아요. 그래서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꾸려올 수 있었다는 게 운이 좋았다고 봐요. 다행이죠.
미술이든 연기든 음악이든 즉흥적인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실시간으로 반응하면서 작업을 해나가는 걸 좋아해요. 그런 방식으로 저 자신이 훈련되어 있어서 그렇게 일하는 게 편한 거 같아요.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이 중요한가요?
그게 다는 아니겠죠. 어쨌든, 직관이나 찰나에 느껴지는 감정 따위를 믿고 따르고 즐기는 편이긴 해요.
최근에는 상업 영화에도 출연했죠. 좀 의외였어요.
뭐, 어디서 보시고 가끔 연락하시는데요, 시나리오 보고 감독 만나고 제가 이 일을 했을 때 다음 단계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 것 같으면 하는 거예요.
백현진 씨 은근히 사회, 사람과 잘 소통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봐주시면 고맙죠. 오랫동안 ‘소통’이란 낱말과 거리가 가장 먼 사람 취급을 받았던 입장에선 듣기 괜찮은 말이네요. (웃음) 근데 대상이 나를 그렇게 보면 그렇게 보이는 거잖아요. 대상들이 바라보고 규정하는 나의 모습이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얼마나 닮아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철저히 고립됐다고 스스로 말하는 사람 중에 그냥 정말 답답한 사람도 있고, 작업 좋고 괜찮은 사람도 있어요. 소통을 잘하는 사람 중에 작업이 괜찮은 경우도 있고 징그럽게 재수 없는 사람도 있고요. 뭐, 다 다른 거죠. 저는 젊은 시절 굉장히 폐쇄적인 사람이었는데요, 사람은 계속 바뀌잖아요. 그게 어른이 되어서라기보다 그냥 몸이 바뀌면 사람이 바뀐다고 봐요. 몸이 변하면 호르몬도 변화가 있고 근육량도 바뀌고…. 뭔가를 구경하는 거, 반응하는 거, 태도 같은 게 다 몸의 변화와 연동되는 거잖아요.
20대를 어떻게 보내셨어요?
20대 때는 보통 더 예민하고, 그래서 힘든 시기잖아요. 요즘 20대는 특히 더 힘들 것 같아요. 학자금 대출로 젊은 나이에 모두 빚쟁이가 되는 거니까요. 저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이 시스템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그 ‘빚’이라는 것을 굉장히 불안한 시각으로 바라봐요. 어쨌든 저는 젊은 시절, 제가 하고 싶은 거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전반적으로 꽤 염세적이었죠. 작업해서 먹고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가져본 적이 없어요. 그냥 어떻게 살다가 거지가 되거나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이야기 오래 하면 웃긴 거 같아요. (웃음)
영감은 어디서 받아요?
영감은 모든 것, 모든 곳에서 받아요. 레퍼런스요? 수많은 영향을 다 받죠. 그게 저에게 장착돼 있다가 어떻게든 사용이 되겠죠. 근데 저는 레퍼런스에 굉장히 예민하고 조심하는 편이에요. 머릿속에서 삭제하려고 해요. 레퍼런스 없이 뭘 하는 게 좋아요.
요즘 곡 작업 하고 있어요?
새로운 솔로 앨범을 위한 곡들과 ‘방백bahngbek’의 새 곡들을 쓰고 있어요.
페이스북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보통은 혼자 움직이는 시스템이라 페이스북이 프로모션하기에 유용해요. 저는 마이너 뮤지션이잖아요. 사람들이 제 이름을 안다고 해도 제가 어디서 어떤 공연이나 전시를 하는지 접할 수 있는 창구가 거의 없어요. SNS는 큰 도움이 되죠.
인스타그램은요?
현재 두 가지 인스타 계정이 있어요. 하나는 아카이브용이에요. (http://instagram.com/hyunjinbek_01) 몇 년 전에 인스타를 처음 접하고 어떻게 쓰면 좋을까 생각했는데 아카이브용으로 쓰면 괜찮겠더라고요. 2~3년간 길바닥을 찍어 인스타에 모았어요.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작년에 라는 개인전을 했고요. 다른 하나는 최근 시작했어요. (http://instagram.com/hyunjinbek_02) 일상적인 사진과 픽션을 한 묶음으로 한 연재 아닌 연재를 하고 있어요.
한국에 사는 건 어떠세요?
젊었을 땐 정말 싫어했죠. 남한과 이 정도로 화해하고 지낸 지 얼마 안 돼요. 한 10년쯤 됐을까. 제가 서울 토박이거든요. 지금은 서울의 예쁜 면을 즐길 수 있게 됐어요. 특별히 좋거나 싫다기보다 그냥 괜찮은 거, 그 정도 같아요.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고 연기도 하잖아요. 모두 하나의 축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나요?
그럼요. 나라는 한 사람이 하는 거잖아요. 분리될 수 없죠. 그놈이 그놈이죠, 뭐.

나라는 한 사람이 하는 거잖아요. 분리될 수 없죠. 그놈이 그놈이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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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한 사람이 하는 거잖아요. 분리될 수 없죠. 그놈이 그놈이죠, 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