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Jong Hyun Lee

과잉생산과 모피 사용 같은 패션 산업의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패션은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꿀 것이다.





2018 S/S
당신은 패션 매거진의 패션 디렉터 출신이다. 지금 가장 흥미로운 매거진은 어떤 것이라 생각하나?
하나를 꼽기 힘들 만큼 많은 매거진이 각각의 개성을 지니고 있는 시대다. 당연히 도 그중 하나고.
당신 부모님은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기에 앞서 패션 비즈니스를 먼저 배울 것을 권유했다. 어린 나이에 그 조언을 상당히 불친절하고 구식이라고 느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그 조언은 상당히 일리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패션 디자인이 먼저인가, 패션 비즈니스가 먼저인가?
그 둘의 균형을 잡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패션 디자인과 비즈니스를 배우기 위해서는 대학보다는 실무 경험이 필요하다.
많은 디자이너가 시중에 입고 싶은 옷이 없어서 직접 옷을 만들었다라는 말을 한다. 당신은 어떤가? 패션 디렉터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버리고 패션 디자이너라는 모험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인가?
시중에 입고 싶은 옷을 찾을 수 없어서는 아니다.(웃음) 재능 있는 사람은 정말 많다. 나의 경우 나만의 언어와 우주를 창조하고 새로운 이야기와 경험을 옷으로 전달하고 싶었다. 패션 브랜드를 통해서라면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패션 디렉터로서 패션 화보를 구상하는 것과 브랜드의 캠페인 광고를 구상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
생각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은 비슷하다. 둘 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무드와 꿈과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광고는 특정 타깃층의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을 만큼 상업적인 요소를 충분히 반영해야만 한다.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을 망설이던 당신은 남편의 지지와 도움으로 마침내 브랜드를 열 수 있었다. 어떤 동력과 조언, 도움을 주었나?
남편은 나에게 물리적인 도움을 주기보다는 동기부여와 충고 같은 정신적인 도움을 주었다. 그는 언제나 나의 능력을 믿어주는 사람이고, 절대 포기하지 않도록 힘을 준다. 창의성과 비즈니스의 균형을 아는 사람이며, “수직적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수평적인 성장은 필수”라는 조언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과거 매치스패션닷컴과 함께한 열 가지 스타일링 조언을 재밌게 읽었다. 그 당시 당신은 ‘Less is More’라 말했다. 그러나 디자인은 단순하지 않다. 규칙이 없고 디테일은 복잡하고 패턴도 즐겨 쓴다. 오히려 당신은 ‘Less is Bore’라고 외치는 것 같다.
내가 말하는 ‘Less is More’는 오직 스타일링에 관한 것이다. 디자인은 옷 하나에 달려 있다. 몇몇 옷은 심플하고 어떤 건 매우 복잡하다. 나는 조각과 3D 프린팅의 결과물 같은 입체적인 이미지를 좋아한다. 하지만 스타일링을 할 때는 옷의 디테일이 최대한 덜 드러나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걸 좋아한다.
당신은 의상의 장식적 요소는 최대한 배제하고 실루엣, 소재, 컬러에 신경을 쓴다.
나는 장식 요소가 내가 좋아하는 입체적인 실루엣을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실루엣의 강하고 깔끔한 효과를 유지하고 싶다. 결론은 Less is More다.(웃음)
피비 파일로의 셀린이 사라졌다. 그녀와 셀린은 여성복의 미학을 바꿨다. 그러나 에디 슬리만이 기존 셀린을 백팔십도 바꿀 것은 명확해 보인다. 나는 2019 S/S 시즌 에디 슬리만이라는 디자이너 한 명으로 인해 오버사이즈와 기존 여성복의 유행이 크게 요동칠 거라 생각한다. 당신의 의견은 어떤가?
모든 것은 유동적이고 시간에 따라 바뀌기 마련이다. 아이디어와 미적 감각은 그대로여야 하지만 방향은 바뀔 필요가 있다. 정체하거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브랜드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피비 파일로가 이끈 초기 셀린 컬렉션은 오버사이즈 실루엣의 흐름과 전혀 관계가 없었다. 시대의 유행과 사람들의 수요 그리고 무드의 변화에 따라 오버사이즈 실루엣을 도입한 것이다. 유행은 피비 파일로나 에디 슬리만 같은 특정 디자이너의 취향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다. 이는 더욱 복잡하다. 문화와 연관이 있고, 지정학과 연결 지을 수 있으며, 역사적으로도 영향을 받는다. 개인적으로 오버사이즈 트렌드는 끝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피비 파일로가 셀린에 남았다 하더라도 어떤 변화는 일어났을 것이 분명하다.
당신의 컬렉션에 빠지지 않고 영향을 주는 건 일본 문화다. A.W.A.K.E뿐 아니라 많은 디자이너가 일본 문화에 영향을 받은 컬렉션을 선보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점은 어떤 것인가?
디자인할 때 주된 목적은 여성들의 옷을 입히는 나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다른 디자이너들이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하듯이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들과 다른 사람이고 같은 관심사를 투영하지만 모두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 나는 의도적으로 일본적인 요소를 탐구하지는 않는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최근 컬렉션(2018 F/W)은 일본과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영감도 특별하지 않다. 모든 것은 이미 한 번쯤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흔한 것을 통해 개인을 드러냄으로써 특별한 무언가를 창조해낸다.
안나 윈투어가 , 콘테 나스트를 떠난다. 이 사실이 패션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변화가 있긴 할까?
그녀의 자리를 누가 대신하는가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패션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당연하다. 단, 그 세상은 부정적일 수도, 긍정적일 수도 있다. 과잉생산과 모피 사용 같은 패션 산업의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패션은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