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Jong Hyun Lee


2018 F/W ACNE STUDIOS
2018 F/W JUNYA WATANABE

F/W MAISON MARGIELA

2018 F/W DRIES VAN NOTEN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항상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유지하던 대구 소년은 처음으로 ‘디자인 커트’라 불리는, 2만 원이 넘는 커트를 맛봤다. 머리카락 끝을 뾰족하게 깎는 것이 특징인 섀기커트가 유행이었는데, 그중에서도 뒷머리를 길게 남겨두는 울프 섀기커트를 했다. 너 나 할 거 없이 머리숱을 치고 왁스로 머리카락을 세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빽빽한 뱅헤어가 인기를 끌면서 섀기 커트는 금세 자취를 감췄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엉덩이를 맞는 걸로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머리카락이 두발 규정에 늘 어긋났기 때문이다. 매일 매를 맞는 한이 있어도 구레나룻과 뒷머리는 포기할 수 없었다. 목숨보다 소중했다! 구레나룻과 뒷머리가 긴 게 자랑이던 시절이었다. 폼생폼사. 그러나 투 블록 커트가 등장하면서 더 이상 구레나룻과 뒷머리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
이번 파리 패션 위크에서 본 준야 와타나베 쇼는 플랫폼 아웃솔 버펄로 스니커즈, 원색 레깅스, 화려한 플라워 패턴 같은 맥시멀한 요소로 가득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건 바로 헤어스타일. 처피뱅을 한 포니테일과 단발, 쇼트커트, 반삭 등의 헤어스타일을 한 모델이 등장했고, 머리카락은 하나같이 층을 냈다. 삐죽 솟은 머리카락 모두 끝을 강조했고, 빈틈이 많은 숱의 앞머리를 내리거나 한 가닥만 길게 늘어뜨려 재미를 줬다. 이는 내가 중학생 때 유행하던 섀기커트와 1980년대 여성 스킨헤드들이 즐겨 하던 첼시커트(앞머리는 짧고, 옆머리나 뒷머리는 길고, 귀가 드러나는 헤어스타일)를 합친 것 같았다.
전위적이지만 묘한 친근함이 생겼다. 내가 학창 시절에 즐겨 하던 헤어스타일과 닮아서일까? 이런 헤어스타일은 최근 남성 컬렉션에도 많이 등장했다. 단, 다소 점잖은 형태로. 앤 드뮐미스터와 코트 와일러는 머리를 적신 후 헤어 제품을 잔뜩 발라 입체적으로 표현했고 디올 옴므와 드리스 반 노튼, 헬무트 랭은 약간의 웨이브를 넣어 머리카락이 날리는 듯 자연스럽게 연출했다. 또 베트멍은 앞머리만 길게 남기거나 앞머리 한 가닥을 삐딱하게 남겼다. 마린 세레(Marine Serre)와 메종 마르지엘라에서는 숱을 한바탕 치고 뒷머리를 살포시 기른 여자 모델도 볼 수 있었다. 이보다 조금 앞서 아크네 스튜디오는 2015년 F/W 남성복 컬렉션에서 덥수룩하게 자란 옆머리만 밀어낸 스타일을 선보였고, 최근 잰더 주(Xander Zhou)의 2018년 S/S 컬렉션에서도 이와 꼭 닮은 헤어스타일이 등장했다. 지드래곤도 이 헤어스타일을 오래전부터 유지해왔다. 최근에는 위너의 송민호까지, 뒷머리를 덥수룩하게 기른 소년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다시머리 손질에 시간을 투자할 때다. “왁스가 언제적 말이야” 할 게 아니라 갸스비의 하드왁스를 가방에 챙길 필요가 있다. 미용실에서 당당하게 ‘섀기커트’해주세요. 단, 구레나룻과 뒷머리는 빼고!’라고 외쳐야 할지도 모른다. 부끄러울 것 없다. 지금 머리카락이 패션을 원하고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