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Earthround

내일

곧 부모님이 세종시로 이사를 갑니다.
오랜만에 본가에 갔더니 어릴 적 추억들이 귀퉁이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꽤나 열심히 썼던 일기장부터 중·고등학교 시절 끄적인 메모들, 졸업 앨범, 성적표….
한참을 낄낄대며 보는데 아버지가 넌지시 물으시더군요.
“그래서 저 잡지들은 어떻게 할 거냐?”

고개를 돌려보니 책장에 50여 권의 잡지가 꽂혀 있습니다.
에디터로 일하면서 만들었던 잡지 포함, 구입했던 외국 패션 잡지들이었죠.
그런데 제가 참여한 잡지는 남은 것이 별로 없더군요. 한 20퍼센트 정도 있으려나.
아쉽기도 했지만, 누굴 원망하겠습니까? 부지런 떨며 모아두질 않았던 터입니다.

제 개인적인 성격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본능적으로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에 오글거려 합니다.
지난 것이 주는 추억과 유산을 무시한다기보다 민망함이 앞서서 그렇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내일, 아니 심지어 내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제라도 모두 다 버리고 바람처럼 어디로든 훨훨 떠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좋다고 말하면
이 역시 오글거리는 과대 포장이겠죠?

<데이즈드> 코리아가 2016년 5월호를 발간하며 8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기획 회의를 하면서 몇 주년 특집호, 이런 것을 이야기하자니 상당히 부끄러웠습니다.
우리가 말이야, 2008년도부터 말이야, 얼마나 뭘 했는지 말이야.
하하하.

내일을 이야기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데이즈드>에는 세대교체의 주역인 아이콘(iKON)과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세 명의 남자 배우처럼 유명한 사람도 나오지만, 동네에서 혹은 SNS에서 봤을 법한 1995년
이후에 태어난 미래의 아이콘 서른 명도 등장합니다. 사진뿐 아니라 간단한 필름으로도 만들어
홈페이지와 SNS에서도 소개할 예정입니다.

패션뿐 아니라 정치도 문화도
젊고 다른 생각도 세상을 바꿉니다.

<데이즈드>가 감히 세상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내일의 아이콘을 응원할 수는 있습니다.

함께
내일을
만들어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