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Earthround


© Nik Bentel Studio

 

닉 벤텔 스튜디오의 프로젝트는 ‘웃음이 나온다’, ‘힙하다’, ‘기묘하다’ 등 대중의 다양한 해석을 끌어낸다. 그중 기억에 남거나 불편했던 반응은 무엇인가.
‘럭셔리하다’는 표현을 들을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란다. 다소 괴짜 같고 기이하게 보일지언정, 작품의 접근성을 높이는 영리한 방식을 택했지 소수를 위해 특별하고 귀한 무언가를 의도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 본질이 단순한 농담에 지나지 않는다고 치부될 때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유머는 닉 벤텔 스튜디오의 일부다. 하지만 더 깊고 비판적인 지점으로 초대하는 입구이기도 하다.

제품과 캠페인에 드러나는 장난기의 원천이 궁금하다. 당신의 형제 자매도 각 분야에서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다. 미스치프MSCHF의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카스 벤텔Lukas Bentel과 푸드 디자이너 미켈라 벤텔Michela Bentel처럼. 벤텔 패밀리의 창의력에는 분명 환경적 요인이 있는 것 같다.
부모님은 모두 건축가이고, 우리 남매에게 물건을 ‘구입하기’보다 ‘만들기’를, ‘규칙을 따르기’보다 ‘실험하기’를 장려했다. ‘무엇이든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환경 덕분에 일상의 사물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훈련에 자연스레 임했다.

스튜디오의 오브제는 물질적 완성으로 끝나지 않고 퍼포먼스를 보이거나 미디어와 상호작용하며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비로소 ‘완성됐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누군가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오브제를 사용할 때! 예를 들어 RC 카 백을 인도에 들이받거나 결혼식에 파스타 백을 들고 참석하는 순간들. 결국 작품을 완성하는 건 대중이다.

‘지속가능성’이 자칫 무거운 설교처럼 들리기 쉬운 요즘, 닉 벤텔 스튜디오는 유머와 가벼움을 택했다. 일종의 저항인가, 아니면 다른 방식의 지속가능성을 제시하는 전략인가.
유머는 사람들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시각의 지평을 연다. 웃음을 통해 자신과 소비의 관계성을 되돌아볼 수 있다면 잔소리나 훈계보다 훨씬 지속 가능한 영향을 주지 않을까.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소비되는 닉 벤텔 스튜디오의 오브제는 패스트패션과 닮아 보인다. 이 역시 설계한 흐름의 일부인가.
‘덧없음’은 마법과 같다. 짧고 강렬하게 존재하도록 설계한 오브제도 있는 법이다. 많은 오브제가 순간과 맞물려 있다. 세상에 등장하기 적절한 순간을 놓치면 그 존재감은 결국 미약하다.

건축을 전공했다. 프로젝트의 완성까지 긴 시간을 고려하는 느린 호흡에 익숙할 텐데, 지금은 매월 혹은 격월로 새 작업을 선보인다. 이런 빠른 속도가 양날의 검처럼 느껴진 적은 없나.
당연히 있다. 건축은 천천히,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가르쳐줬다. 반면 지금의 스튜디오는 마치 스타트업 기업처럼 빠르게 움직인다. 번아웃의 위험이 있지만 그만큼 매 프로젝트를 날카롭고 생생한 감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빠른 데다 끊임없기까지 한 아이디어의 원천은 무엇인가. 압박감? 호기심? 카페인?
언급한 전부 해당한다. 여기에 마감, 심야 인터넷 서핑, 친구들이 농담으로 던진 말까지 추가. 그래도 잘 풀리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고안한 ‘프로젝트 건틀릿The Project Gauntlet’이라는 아이디어 떠올리기 시스템을 시행한다.

아이디어를 팀과 함께 발전시키는 과정은 어떤가. 의견 대립 상황을 어떻게 조율하는지 궁금하다.
아이디어가 진화하는 과정에 충돌은 꼭 필요하다. 서로 다른 시각을 거치며 조금 이상한 아이디어가 정말 멋지게 발전할 수 있다. 그 과정에 파생되는 혼란은 부차적인 게 아니라 필수 요소다. 때로는 형편없는 아이디어도 필요하다. 좋은 아이디어를 기어코 구별하기 위해.

현재 팀은 어떻게 이뤘는지 궁금하다. 만약 닉 벤텔 스튜디오가 연극무대라면 각 팀원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친구의 친구, 지인 추천 등으로 자연스럽게 모였다. 닉 벤텔 스튜디오의 모든 프로젝트는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기에 팀원은 각자 주 전공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어야 했다. 그 때문에 어떤 사람은 조명 기술자인 동시에 주연배우이고, 또 다른 사람은 무대 매니저이자 객석에서 야유를 보내는 관객이다. 비유하자면, 우리는 잘 정리된 혼돈과 같다.

대량생산되는 기성품 중 기이하다고 느끼는 것이 있나.
바나나 슬라이서.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문제를 해결하는 물건이다. 그럼에도 대규모로 양산 중이고. 이런 부조리한 논리가 감탄스럽다. 왜냐하면 대량생산이 항상 합리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일깨우니까.

요즘 가장 질투 나는 밈이나 트렌드가 있나. 닉 벤텔 스튜디오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면 어떤 모습일까.
감정 과잉과 혼란을 담은 영상 몽타주, ‘코어코어Corecore’ 트렌드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인터넷 멜랑콜리의 파편을 실체가 있는 오브제로 전환하고 싶다. 가령 열 때마다 낯선 사람들의 지직거리는 음성 메모가 재생되는 가방처럼, 감정의 아카이브를 패션 액세서리로 위장하는 것이다.

만약 서울에서 영감받아 새로운 오브제를 만든다면, 어떤 일상적 사물을 출발점으로 삼겠나.
지하철 안의 손잡이를 택하겠다. 기능적이면서 아름다운 물건이다. 본능적으로 손잡이를 붙잡게 되는 그 감각을 가방이나 주얼리 형태로 풀어내고 싶다.

text PARK YEONJE(YEON)
art KIM JIWON(JU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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