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Earthround

무역회사 (주)DAZED 영업부 1팀 막내 강타쿠. 오늘은 중요한 미팅이 있는 날이다. 거래처 (주)CONFUSED 대표 제퍼슨이 직접 방문하기로 되어 있어, 강타쿠는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였다. 제퍼슨은 슈퍼카 컬렉터로도 익히 알려진 인물로 강타쿠는 오늘 그가 어떤 차를 몰고 올지 내심 기대가 됐다.
웅장한 배기음이 울려 퍼지며, 제퍼슨이 차에서 내렸다. 강타쿠는 온화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미소로 제퍼슨을 맞이했다. 오늘 그가 몰고 온 차는 마세라티 MC20 첼로. 한국에는 2023년에 출시된 모델로 ‘첼로cielo’는 이탈리아어로 ‘하늘’을 의미한다. MC는 마세라티 코르세Maserati Corse, 즉 레이싱을 뜻하고, 20은 브랜드의 새시대를 연 2020년을 상징한다. 차체는 바람이 빚어낸 듯 매끈하고, 땅에 닿을 듯 낮은 디자인이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나비의 날갯짓처럼 우아하게 열리는 윙 도어 사이로 제퍼슨이 내리며 강타쿠에게 열쇠를 건넸다.
“주차 부탁하네.”
강타쿠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열쇠를 받아 들었다. 손끝으로 스티어링 휠을 쓸어내리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 차를 직접 몰아볼 수 있다니. 이건 기회야. 절대로 놓칠 수 없어.’ 강렬한 충동이 강타쿠의 뇌리를 스쳤다.
‘잠깐이라면··· 시간 안에 돌아오기만 한다면 아무도 모를 거야.’
평범한 회사 생활에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지 모른다. 잠깐의 망설임 끝에, 강타쿠는 과감히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맹수의 포효처럼 우렁찬 소리를 내는 엔진. 강타쿠는 MC20 첼로를 몰고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두려움과 짜릿함이 뒤섞인 감정 속에서 강타쿠는 어디로 향할지 고민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피자나 사러 갈까?’
뜬금없는 목적지로 정한 곳은 연희동의 ‘시카고피자’. 화려한 슈퍼카와 상반된 오래된 피자집. 금은주옥, 세상 갖가지 빛나는 호화로운 만물 속에서 진정한 럭셔리는 결코 뽐내지 않는 것.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소탈함이니까.
낮은 차체 너머로 도심 풍경이 흘렀다. 분주한 강남 도로는 끝없는 자동차 행렬로 하나 되어 독특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번쩍이는 빌딩을 차례차례 지나며, 강타쿠는 자신만의 사치를 즐겼다. 눈앞에 펼쳐지는 도로는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아름답고도 도전적이었다.
강남을 벗어나 한강을 가로지르는 대교에 들어서니 차선이 한결 트여 있어 더욱 높은 속도에 몸을 맡겼다. 바람이 창문을 가르며 지나고, 모든 것이 그의 가슴속에서 미친 듯이 흔들렸다.
‘이건 내가 아니라 마세라티 MC20이 나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거야. 이 순간만큼은 내가 주인공이다!’
MC20 첼로에 탑재된 V6 네튜노 엔진은 마세라티가 설계부터 제작까지 자체 개발한 엔진으로, F1용 ‘트윈 스파크 플러그 프리 챔버 연소 시스템’을 적용했다. 연소효율을 극대화해 강력한 퍼포먼스를 제공하는 데다, 최고출력 630마력, 최대토크 730Nm로 제로백 2.9초에 달하는 제원을 자랑한다.
엔진이 앞 차축과 뒤 차축 사이에 위치한 미드십mid-ship 슈퍼카의 경우 후방 시야가 거의 보이지 않아 MC20 첼로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디지털 백미러를 탑재했다. 트렁크에 설치된 후방카메라가 디지털 백미러와 연결돼 있어 미드십으로 설계된 자동차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했다.
큰 사거리를 돌아 조금 앞으로 가자 익숙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차를 세우고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섰다. 작은 공간 안은 치즈가 익어가는 고소한 냄새로 가득했다.
“시카고피자 라지 두 판 주세요.”
직원은 무심하게 주문을 받다 창밖을 보고 놀란 듯 말을 걸었다.
“저거··· 마세라티 MC20 첼로 맞죠?”
순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강타쿠는 애써 태연한 척 고개를 끄덕이며 피자를 기다렸다. 피자가 나오자, 그는 재빨리 결제하고 문밖으로 나와 프렁크를 열었다. 작은 공간 안으로 피자를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적어도 아직까진.’
운전석에 올라탄 강타쿠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다시 한번 스티어링 휠을 잡았다. 그러고는 유유히 온 길을 향해 나아갔다. 여전히 차는 밀리고 정체되는 신호는 영원처럼 길었다. 그때 옆 차선에서 모터사이클을 탄 경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잉 선글라스를 낀 경관은 마치 차를 관찰하듯 차분히 MC20 첼로를 바라봤다. 다시 강타쿠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벌써 도난 신고라도 된 건가? 아니면 내 표정이 너무 불안해 보였나?’
수만 가지 걱정이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건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뿐이다. 강타쿠는 최대한 태연한 얼굴로 신호가 바뀌길 기다렸다. 그 순간, 경관이 엄지를 치켜들며 미소를 지었다.
“멋진 차네요.”
“아··· 네, 감사합니다.”
경관은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MC20 첼로 맞죠? 도로에서 보기 힘든 모델인데, 어때요?”
“말해 뭐 해요. 가벼운데 힘은 장난 아니죠. 마세라티의 그란 투리스모Gran Turismo 정신과 넵튠의 삼지창을 달고 달리는 건데요, 속도가 올라갈수록 마치 땅에 붙어 저공비행하는 기분이 들죠.”
순간, 강타쿠는 자신도 모르게 차를 자랑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경관은 그저 자동차 애호가 같은 눈치였다.
“그렇죠? 저도 한 번쯤 몰아보고 싶네요.”
“네, 색이 특히 아름다운 차죠.”
경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묘한 하늘색이네요. 멋집니다. 조심히 가세요.”
그러고는 신호가 바뀌었다. 강타쿠는 서둘러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천천히 도로를 빠져나가며 디지털 백미러를 확인했다. 경관은 다른 길로 빠졌는지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 끝났다.’
피자가 든 프렁크에서 고소한 치즈 냄새가 퍼져오는 상상을 했다. 짧지만 강렬했던 긴장감을 뒤로한 채 강타쿠는 회사로 향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다시는 이런 짓 안 해야겠다. 아마도···.”

Text 타쿠(Taku, 강승엽)
Photogrphay KimJiyoung
Art 틸리(Tily, 오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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