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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ASIA HONG 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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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TAE KIM

한국이 아닌 홍콩에서 만나니 더욱 반가워요. 한국엔 지금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는데, 여기는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네요.
사실 이번이 첫 번째 홍콩 방문인데, 좋네요. 어젯밤 우리나라에 눈이 많이 내려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늦게 도착해 많은 곳을 둘러보진 못했지만요. 잠깐 시간 내 호텔 밖에서 야경을 즐기니 너무 좋더라고요.

 

홍콩 정부의 이니셔티브인 ‘패션 아시아 홍콩’은 아시아 패션 브랜드를 글로벌 시장에 소개하고, 아시아 패션의 영향력을 확장하는 허브 역할을 하는 행사예요. 아시아의 다국적 패션 브랜드들이 매년 참여하고 있죠. 패션 아시아 홍콩이 선정한 2024년 ‘주목해야 할 10명의 아시아 패션 디자이너’ 중 김준태 님이 한국인 디자이너로서 유일하게 선정되었어요.
이번 행사를 계기로 홍콩에서 제 옷을 전시하며 저와 제 브랜드를 해외 패션 시장에 더 많이 알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곳에는 저 같은 디자이너뿐 아니라 해외 바이어와 매체 관계자도 많이 참여했다고 들었어요. 어제 그리팅 행사에 참석하지 못해 아쉽지만, 오늘 밤 디너 자리에서 다양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어제 홍콩의 야경을 잠깐 즐겼는데, 빨간색 2층 버스를 보니 런던이 떠오르더라고요. 김준태 디자이너님은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의 패션 디자인 석사과정을 이수하고, 현재는 서울에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죠. 두 도시의 패션 신이 어떻게 다르다고 느끼나요?
런던은 모두 알다시피 굉장히 콘셉추얼하고 도전적인 패션이 많아요. 반면, 한국 패션은 상업적 성향이 강하고, 아직은 보수적인 시선도 많은 편이죠. 하지만 패션 디자인 측면에서만 보면 저는 한국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제가 한국 브랜드를 전개하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 한국 패션 디자인 수준은 정말 뛰어난 것 같아요. 영국은 디자이너들의 창의성과 재능을 키워주는 환경과 투자 문화가 잘 조성되어 있어 부럽기도 해요. 반면, 한국 패션은 상업성을 많이 고려하다 보니 도전적 시도를 하기가 쉽지 않은 면도 있죠. 그래서 준태킴은 한국적 성향을 반영하면서도 지나치게 한국적인 시각에만 갇히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현재 준태킴 매출의 90%가 해외에서 창출되고, 국내 매출은 10% 정도 차지해요. 앞으로 한국 내수시장에서 더욱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 국내 소비자 취향에 맞춘 커머셜 피스 영역에도 집중하려고 해요.

 

런던에서의 경험은 어떠셨나요?
학교에서는 중요한 수업 위주로 열심히 들으면서 나머지 시간은 도서관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어요.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는 도서관이 정말 잘 되어 있거든요. 다양한 책을 보며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늘려가며 지낸 것 같아요. 저는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졸업 후에 한국에서 제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공부하는 내내 우리나라에서 어떤 브랜드를 만들어가야 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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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태킴은 서양 의복을 재해석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죠. 서양 복식사에 매료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요.
서양 복식사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이 어필될 것 같았어요. 한국에서는 서양 드레스를 접할 일이 별로 없잖아요. ‘코스튬’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한국에서는 핼러윈데이 같은 특별한 날에만 입는 의상이 떠오르니까요. 사실 처음에는 복식사 공부가 그다지 재미있지 않았지만 점차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특히 서양의 코르셋이나 드레스를 한국적 시선으로 재해석하니 좀 더 특별한 디자인으로 디벨롭되더라고요. 아시아 요소와 유럽 요소가 서로 대조를 이루는 지점에서 독특한 아이디어가 탄생하기도 하고요. 남성복을 전개하면서도 서양의 여성복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는다는 점이 준태킴의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하죠.

 

많은 분이 물어보셨을 것 같은데, 여성복을 전개할 생각은 없나요.
사실 저도 여성복을 전개하면 브랜드 매출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현재 생산에서 다운사이징만 하면 여성복이 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제 맘속에 아직 ‘남성복’ 브랜드로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 같은 게 조금 있어요. 한국 시장이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준태킴이 남성복 브랜드로서 널리 알려지고 인정받게 된다면, 여성복을 만들 심적 여유가 생길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언젠가 여성복을 전개한다면, 많은 분의 기대감을 키운 만큼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브랜드를 찾아주지 않을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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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 브랜드를 론칭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2023년 LVMH 프라이즈에 노미네이트되며 주목받았어요. 그 이후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개인적 측면이나 브랜드 운영 측면 모두에서요.
솔직히 큰 차이는 없다고 느껴요. 물론 LVMH 프라이즈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고, 그 과정에서 앞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를 유명한 인물들을 만나기도 했죠. SNS 계정 팔로워 수도 많이 늘었고요. 개인적 경험이나 브랜드 프로모션 측면에서는 정말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지만, 실제 매출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았어요. 아마도 당시 제 디자인이 상업적 측면보다는 미적 측면에 중심을 두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만약 그때 제가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면, 결과가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해요.

 

오늘 이 행사가 아시아 패션 브랜드들이 글로벌 패션 산업에 한 발 더 가까이 발돋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자리인 만큼, 글로벌 마켓에 이름을 알린 디자이너로서 떠오르는 브랜드들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을 해준다면요.
브랜드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유명해지기 전까지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처음 설정한 방향성을 명확히 하는 것이죠. 제가 브랜드를 처음 운영할 때, 한두 시즌 동안 완전히 다른 스타일을 시도한 적이 있어요. 첫 시즌에는 펑크 스타일을, 두 번째 시즌에는 갑자기 프레피 룩을 선보였죠. 당시 저는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도전적이면서 새롭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소비자와 바이어들이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더라고요.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새로운 면을 선보여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많이 힘들죠.(웃음) 새로운 시도를 하다 보면 브랜드의 정체성을 잃기 쉬워요. 반면, 계속 비슷한 것을 보여주면 매번 똑같은 디자인만 선보인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하죠.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어려워요. 그러다 보니 브랜드를 운영하는 초반 몇 시즌 동안은 자신이 고수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확고히 유지하는 것이 더 나은 것 같아요.

 

디자인팀은 현재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디자이너를 따로 두고 있지는 않아요. 팀원 8명이 모두 패션 디자인과 출신인데, 그중 한 명은 세일즈를 담당하고, 다른 한 명은 제너럴 엔지니어, 또 다른 한 명은 프로덕션, 머천다이징 등 각자가 자기만의 역할을 맡고 있죠. 팀원 모두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다 보니 모두 옷을 만들 줄 알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기 두 달 전부터는 각자 맡은 업무를 멈추고, 디자인 작업에 집중해요. 이 기간에는 밤새 작업을 진행하고, 컬렉션을 마무리한 후에는 다시 각자의 업무로 돌아가죠. 사실, 명함에 ‘디자이너’라고 써 있는 사람이 없어요.

 

어느덧 준태킴을 론칭한 지 4~5년이 되었어요. 해외시장에서 준태킴이 더 확고히 자리매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해외 패션 시장은 정말 냉정해요. 브랜드의 디자인과 깊이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스타성이 있는 브랜드들이 잘되는 것 같아요. 저도 이제는 ‘준태킴’이라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디자이너이자 사업가로서 경영 측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예전에는 저보다는 제 브랜드가 더 많이 알려지고 유명해지길 바랐죠. 3년 정도는 그렇게 외골수처럼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어요. 그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춰야만 좋은 브랜드로서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원래 이런 인터뷰도 잘 안 하는데 말이에요.(웃음) LVMH 프라이즈에 노미네이트되었을 때도 인터뷰 요청에 거의 응하지 않았어요.

 

오늘은 인터뷰 얼마나 했어요?
오늘은 <데이즈드> 인터뷰를 포함해 4개 정도 했어요. 이 자리에 오기 전에 이번 행사와 관련한 서면 인터뷰도 몇 개 했고요. 인터뷰 요청을 다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중국과 홍콩 매체와의 인터뷰였죠.

 

인터뷰 질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음··· 기억에 남는 질문이라기보다는 다음 해에는 브랜드를 어떻게 전개할 계획인지에 대한 질문이 많았어요. 사실 브랜드의 성장은 제가 엄청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이제 잘될 거라는 자신이 있어요. 요즘은 오히려 디자인보다 경영에 더 힘쓰려고 하기도 해요. 우리 팀원들이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잘해 오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제가 무엇을 더 해야 할지 생각해 보니, 앞서 말한 것처럼 제 얼굴을 알리는 것이 브랜드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더라고요.

 

이제는 디자이너보다 경영인으로서의 고민이 더 커 보여요. 디자이너의 자아와 경영인의 자아가 충돌하는 순간이 있다면요.
저희 사무실이 아직 명확히 분리되어 있지 않아 제 패턴 테이블과 워킹 데스크가 다섯 발자국 거리거든요. 여기서 디자인 컨펌을 해야 하고, 저기서는 운영 관련 지시를 해야 해 하루에도 제 자아가 왔다 갔다 해요. 처음에는 ‘이게 맞나?’, ‘동업을 해야 하나?’ 이런 고민도 많았죠. 지금은 디자인할 때는 정말 냉철하게 디자인 부분만 컨펌하고, 운영 부분에서는 냉철하게 지시를 하다 보니 이제 많이 익숙해졌어요. 힘든 건 사실이에요. 따로 경영인이 있다면 책임을 나눠 가질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모든 결정이 제게 달려 있으니까요. 하지만 팀원들의 노력 덕분에 매출도 많이 늘고, 브랜드 인지도도 많이 상승했어요.

 

준태킴이 미래에 어떤 브랜드로 성장할 것 같나요.
사실 패션 브랜드를 오래 운영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소비자들의 마음이 떠나가는 시점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보거든요. 성장하다가 어느 순간 고점에 도달하면, 더 성장하기보다는 유지되거나 조금씩 하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물론 대기업과의 협력이나 전략적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브랜드 규모가 더 커지겠지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지금으로서는 브랜드를 잘 운영하면서 가능한 한 오랫동안 지속되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나중에는 패션 외에도 다른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고요.

 

앞으로 다양한 행사에서 준태킴을 자주 볼 수 있을까요.
네, 앞으로 제 브랜드와 얼굴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다양한 행사에 더 자주 참여할 계획이에요. 사람들이 준태킴뿐 아니라 김준태라는 디자이너에게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어요. 조나단 앤더슨을 떠올리면 그의 디자인과 브랜드가 함께 떠오르듯, 저도 제 브랜드와 함께 김준태라는 디자이너로서의 존재를 널리 알리고자 해요.

 

Text 시엔(Sien, 이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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