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Earthround

하늘이 아직은 선명한 지난 6월, <데이즈드>는 웰던과 함께 ‘화랑미술제 in 수원’에 공식 미디어 파트너사로 합류했다. 웰던은 그간 에두아르 마네의 인상주의, 서도호의 아키텍처 연작 등 고전과 현대 미술을 넘나들며 하이엔드 패션과 웨어러블의 경계를 탐구하면서, 국내 젊은 작가들의 반짝이는 시선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차였다.
‘화랑미술제’는 국내 최초 아트페어로 42년 역사를 자랑하는 행사지만, 매년 열리던 서울 코엑스가 아닌 수원 광교신도시에서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과 부산이 아닌 수원으로, ‘화랑미술제’가 42주년을 맞이하며 다시금 ‘처음’을 선택한 데 문득 의문이 들었다. 중대한 이유가 아니라면 그럴 이유도 없다. 서울을 근거지로 한국의 아트 시장은 팽창중이었고, 어떤 문화의 보루처럼 서울 곳곳의 갤러리와 옥션 하우스, 불어나는 아트페어는 계속해 내일의 스타를 발견하고 내놓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담론이었다. 한국화랑협회에 따르면 ‘화랑미술제 in 수원’은 서울에 집중돼 있는 미술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상대적으로 덜 조명받고 있는 신진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는 것. 새로운 땅,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하겠다는 명분 아래 만들어진 이 같은 ‘처음’은 또 색달랐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처럼, 신진 작가들을 위한 새로운 자리. 마르셀 뒤샹의 ‘샘’은 화장실이 아닌 미술관에 놓였기에 새로울 수 있었던 처지였음을 감안한다면 그 명분은 더욱 타당했다.
그러나 부스와 파티 준비를 하는 가운데 한 가지 고민만큼은 지울 수 없었다. 서울이 아닌 수원에서 열리는 아트 행사에 <데이즈드> 친구들을 어떻게 모을까. 가깝지만 멀고, 멀고도 가까운 수원이라는 이름에 실질적 거리보다 마음의 거리가 느껴진 건 사실이다.
고민 끝에 여름을 핑계 삼았다. 여름은 마음만 먹으면 조금 더 멀리 나가볼 수 있는 계절이니까. ‘아직 여름휴가를 잡지 않았다면 이 메시지를 읽어주길 소망합니다. 95개 갤러리, 800명의 이글이글한 유망 아티스트들이 역동적인 신도시 수원(광교)에 모입니다. ··· 서울 아닌 곳에서, 대단한 포장 없이도 그 자체로 반짝이는 작품들 속에서 새로운 시야가 열리는 시원한 시간. 아주 먼 교외는 아니더라도, 이런 여름 축제는 어떨까요.’

다행히도 행사 기간 널찍한 광교호수공원을 배경으로 한 수원컨벤션센터에는 모처럼 젊은 활기가 가득했다. 어느새 우려는 설렘으로 바뀌었다. 마침 어둑히 드리운 먹구름도 물러갔다. 유독 신선한 바람이 불던 나날들. 젊은 층이 많은 광교신도시의 특성에 맞춰 갤러리들은 가격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작품을 주로 출품했다. 크디큰 규모에 값진 작품만을 구경하기 바빴던 일반적인 아트페어와 달리, 적당한 규모 아래 작가들과도 보다 친근하게 만날 수 있었다. 행사 홍보차 기획된 콘텐츠 촬영을 위해 만난 학고재 김은정 작가와 우연히 마주쳐 인사했다. “저 <데이즈드> 콘텐츠 너무 좋았어요. 몰랐는데 제 작가 지인도 나왔더라고요. 너무 진지하길래 제가 좀 놀렸잖아요.(웃음) 더운데 음료 좀 드실래요?” 그런 마음과 마음이, 인연이 모인 자리. 그 덕분에 단순 판매에 그치지 않고 관람객과 다양한 갤러리가, 작가와 큐레이터가 서로 소통하며 일종의예술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분위기가 컨벤션센터 곳곳에서 보였다. 같이 행사를 꾸린 동료들도 덩달아 작품을 구경하기에 바빴다.

행사 이틀 차인 6월 28일 금요일은 한국화랑협회와 <데이즈드>의 ‘갤러리스 나잇’이 예정된 날. 광교호수공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컨벤션센터 루프톱에서 열린 행사를 더욱 기분 좋게 만든 건 역시 시원한 맥주와 칵테일이었다. 롯데칠성음료가 제공한 상큼한 팔리니 리몬첼로와 모두의 입맛을 돋운 마주앙 화이트, 때때로 덕분에 목을 축인 크러쉬까지. 젊은 컬렉터와 젊은 도시의 활기가 제대로 만난 밤. 여기에 젊은 작가와 아트를 지지하기 위해 함께한 웰던은 행사 내내 든든한 뒷받침을 해주었다. 패션의 ‘웰던’, 아트의 ‘화랑미술제’가 구두점처럼 만나 <데이즈드>가 벌인 일은 어쩌면 파란 씨앗 하나를 심은 일이 아니었을까. 바로 그곳에서부터, 머지않은 날에 또 다른 파장이 일어날 것이다.

Text 소히(Sohee, 권소희)
Photography Shin Kijun
Art 보잭(Bojak, 김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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