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Earthround

 

라는 이름의 퍼포먼스를 오랜만에 선보였습니다. 주변 반응과 소감이 어떤가요.
생각보다 짧았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퍼포머로서 엄청난 칭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마음껏 늘려볼까? 한 시간을 꽉 채워볼까?’ 싶었는데 역시 길어지면 다들 괴로워할 것 같네요.(웃음)

더 추구한 것, 더 보여주고 싶었던 게 있다면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제 작품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즐길 수 없는 소리일지라도 외계인이든지, 인간과 다른 이해 체계를 가진 존재에게는 읽히고, 이해되고, 즐길 수 있는 소리가 아닐까. 읽히지 않기도 하고, 동시에 읽히기도 하는 소리. <UN/READABLE
SOUND>라는 제목은 이런 생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읽히거나 읽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된 퍼포먼스에서 발생한 소리들이 모두 듣기 좋거나 친절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친구에게 이런 말을 들었어요. “가재발 음악은 날 위에 서 있는 것 같다. 한쪽으로 떨어지면 괴롭고 힘든 소리가 되고, 다른 쪽은 편하고 익숙한 소리인데, 딱 그 경계에서 계속 진행된다. 듣는 사람이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다.” 맞는 것 같습니다. 제게 음악은 듣기 좋고 편안하다거나, 불편하고 힘들다의 문제가 아닙니다. 관객과의 긴장감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과 싸우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고 밀기도 하고 당기기도 하면서 힘껏 같이 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긴장감’이라고 하니 노이즈의 텍스처도 그렇고, 현장의 모든 ‘사운드’에서 오는 파동이 오롯이 몸으로 느껴져 개인적으로는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아티스트가 생각하는 ‘사운드’라는 개념은 무엇인가요.
음악이 시간의 예술이라면 ‘사운드’는 그중 한순간을 잘라낸 단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운드를 인간 신체의 단면을 찍어낸 MRI에 비유하곤 해요. 이어 붙이기 전 MRI 사진 한 장은 신체 단면에 대한 여러 정보값을 가지고 있는 이미지의 형태죠. 사
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하는 사운드 작업은 여러 정보일 뿐인 이런 단면들을 이어 붙이는 일이에요. 시간의 예술이 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는 음악의 한 형태라고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사운드가 갖는 파동적 특성, 몸으로 전달되는 충격과 진동이라는 본질적 측면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는 보통 생각하는 ‘음악’과는 조금 다를 수 있고요. ‘음악’이라는 큰 범주 안에 있지만, 조금은 새로운 음악 형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엔지니어로, 프로듀서로 유수의 아티스트와 작업한 이력이 있습니다. 특히 우탱 클랜, 재닛 잭슨에 관한 몇몇 기사를 보았습니다. 아주 드물고 희귀한 경험처럼 보입니다. 지금까지 잊히지 않는 기억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뉴욕의 한 녹음 스튜디오에서 처음 음악을 시작했습니다. 투팍이 총을 맞은 장소였는데, 그 이후 경비가 꽤나 삼엄해졌습니다. 엘리베이터 앞에 철문이 설치됐고, 이를 커다란 자물쇠로 잠가놓았습니다. 제가 녹음 스튜디오에서 처음 맡은 일이 바로 그 철문을 관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열리면 누구인지 확인하고 자물쇠를 열어주는 것이었죠. 큰 꿈을 안고 음악업계에 발을 내딛었는데··· 그게 벌써 30년도 더 되었네요.

직접 주최하는 사운드 퍼포먼스 페스티벌 ‘WeSA’ 공연에서도 느꼈지만, 저도 몰랐던 신체 감각들이 살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사운드 퍼포먼스가 이끄는 새로운 경험과 감각의사유는 오늘날 현대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오디오 비주얼이나 전자음악, 현대미술같이 앞서 나가는 예술의 경우 몸보다는 머리로 해석하면서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작품 자체가 주는 울림보다는 콘셉트가 중요한 경우가 많은 거죠. 당대 예술에서 주로 이야기되고 있는 기후변화, 기아, 난민, 차별 금지 모두 중요한 사안입니다. 하지만 저는 사운드 퍼포먼스를 통해 머리보다는 몸으로 느끼는 감동을 주고 싶습니다.

 

Text Kwon Sohee
Photography Shin Kijun
Art Joung Minj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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