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Earthround

쇼가 끝난 다음 날 방문한 리시re-see 현장에서 옷을 살핀 후 좀 놀랐다. 쇼에서는 보이지 않던 디테일이 숨은 보물처럼 알알이 박혀 있더라. 테일러드 팬츠를 해체하고 재구성해 재킷 밑단으로 사용한 방식이 흥미로웠다.
그냥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새로운 무언가를 건설하기 위해서 우리는 항상 기존의 것을 파괴해야만 한다. 새로운 옷을 만들기 위해 기존에 존재하는 옷을 주요 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내가 추구하는 디자인 미학과 작업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번 쇼에서는 그 과제에 더해 테일러링을 통해 나의 디자인 철학을 보여주고, 또 표현하고 싶었다.

테일러링을 기반으로 한 옷과 함께 등과 어깨의 실루엣을 과장되게 표현하는 에어 포켓 의상 또한 흥미로웠다. 패션과 기술, 혹은 기능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전통 의상 제작도 중요하지만, 그를 기반으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고 중요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그 실험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기술 자체보다는 새로운 형태와 실루엣, 의복과 신체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것이 내게는 더 중요한 일이다.

실루엣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흔히 파워 숄더라고 하는 각진 어깨와 둥근 어깨의 실루엣 대비가 인상적이다.
실루엣 측면에서 각진 숄더는 나만의 스타일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거기에 머무는 대신 발렌시아가의 헤리티지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코드가 공존하는 컬렉션을 선보이고 싶었다. 둥근 어깨는 과거의 발렌시아가가 자주 사용하던 실루엣인데, 그 둘을 함께 보여주는 게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당신이 쇼 노트에 적은 문장에 관해 묻고 싶다. 패션을 더 이상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예술로 생각한다는 그 말.
어느 순간 패션이 패션 자체보다는 버즈buzz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그런 외부의 영향이 내 디자인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한동안 내 작업의 본질을 무색하게 할 만큼 강렬한 콘셉트의 쇼를 만드는, 일종의 게임을 즐긴 것도 사실이다. 이제 그런 식의 패션 엔터테인먼트와 거리를 두고자 한다. 내 일의 본질은 디자인과 실루엣을 연구하고 실험하는 것이고, 이제는 그 일을 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으려 한다.

Text Choi Jiwoong
Photography @markingdistance
Art Lee Se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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