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가 지면, 향도 조금 짙어져도 되니까.
선선한 공기가 필요해지는 계절, 디올 소바쥬 오 드 퍼퓸을 다시 꺼낼 때다. 첫 순간은 선명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따뜻하고 깊어진다. 베르가모트에서 파촐리, 바닐라까지. 서로 다른 온도의 향이 차례로 겹쳐지며 피부 위에 길고 짙은 흔적을 남긴다.
가을과 꽤 닮은 향이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는 이상한 시간이 있다.
낮의 열기는 아직 땅에 남아 있는데 공기는 먼저 식고, 파랗던 하늘은 순식간에 짙어진다. 밝지도, 완전히 어둡지도 않은 그 잠깐. 소바쥬 오 드 퍼퓸은 바로 그 황혼의 사막이다.
마지막 햇빛이 지평선을 스치고 뜨거웠던 공기 사이로 서늘함이 올라오는 순간. 소바쥬 오 드 퍼퓸이 그리는 풍경에는 뜨거움과 차가움, 빛과 어둠이 동시에 있다. 향 역시 비슷하다. 처음의 또렷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피부에 가까워질수록 더 깊어진다. 해가 내려갈수록 풍경의 색이 짙어지는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