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움직인다
나는 가만히 있어보기로 한다
일부러 움직임을 갖지 않는다
그럼에도 흐르는 것이 있다
흐르는 것을 흐르게 둔다
멈추려고 애쓰는 것은 사치에 가깝다

춤을 추었던 것을 잊을 수 없다
애를 썼다는 것을 기억해 두고 싶다
나지막이 읊조리려 애쓴다
지켰잖아
토닥인다
그러고 싶다

어른이 되지 않으려고 노래를 부른 거였다
누군가는 내 말이, 내 글이, 내 방식이 싫었을 것이다
아름다워 보이는 것을 보는 일을 멈출 수가 없어
마주 보는 것이 시작이야

우리, 준비하지 말자
도와줬다고 말하지도 말자
곧 눈이 마주칠 거야
후
저기, 저어기, 저어어기에서
후

너에게 보낼 문자가 많겠지.

P.S.
11년 전의 나는 진짜, 진짜, 진짜 어렸다.
어려서 가능했고, 그래서 열한 번째 생일이 있다.
2015년 10월호, because I’m different.
그 한 줄로 시작한 〈데이즈드〉 편집장 11년.

몇 해 전, 누군가 물었다. 지면의 무가와 유가 비율이 어떻게 되느냐고.
그래도 절반 이상은 무가로 갑니다, 했더니 돌아온 말.
브랜드가 돈을 내지 않는 콘텐츠를, 그것도 종이에, 아직도 누가 만드느냐고.

맞다. 이제 비율의 문제가 아니다.
유튜브도, 인스타그램도, 레거시 미디어도 전부 광고판이다.
경쟁은 광고를 얼마나 다르게 찍느냐의 싸움이 됐고, 돈은 거기서 돌고,
심지어 그게 재미있다.

그래서 다들 같은 문장을 말한다. 미디어 환경이 변했다.
나는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변한 건 환경이고, 변하지 않은 건 우리였다.
안일했고 방종했다. 교만했고 게을렀다.
그래서 기술에 뒤처졌고, 종이 위의 패션 컬처 매거진이
지금 어디쯤 있는지는 두말할 것도 없다.

편집장 11년, 그중 발행인을 겸한 9년.
극한 직업이라는 말이 있다면, 나는 입을 다물겠다.
그러니 오늘은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 고맙다고 한다.

그리고 하나 더.
나는 아직, 여전히, 진짜, 진짜, 진짜 어리다.

고로 바라본다.
<데이즈드>는 문학이길, 그럴 수 있기를.

Homéon Lee
이호명 李浩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