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을 봤다.
정확히는, 도쿄를 봤다.

예상하지 못했다.
그곳이 그대로, 그렇게 거기 있을 줄은.

1999년과 2000년, 내가 살고 일하고 매일 자전거로 누비던 거리.
열아홉과 스물의 내가, 자전거 바퀴 자국처럼 아직 지워지지 않고
거기 있었다.

2년이었다. 두 발로 밖을 나서지 못한 시간이.
그 방 안에서 결심했다.
언젠가 다시 걷게 되면, 그래, 그땐 꼭 그곳에 가겠다고.
소년을 만나러.

그렇게, 절룩이며 찾아갔다.
한 걸음마다 기억을 하나씩 들어 올리면서.
그 동네로, 그 냄새로, 눈에 담아두었던 공기와 내음 속으로.

그러다 발견했다. 1년 넘게 일하던 라멘집. 후쿠신 이케부쿠로점.
사라진 줄 알았던 것이, 사라지지 않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문을 밀고 들어가,
늘 내가 만들던 라멘과 쇼가야키와 교자를 시켰다.
김이 올라왔다. 26년 전의 온도가, 같은 그릇 위에서 다시 숨을 쉬었다.
부산 출신 아내와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새신랑으로,
어린 나에게 매일 밥을 챙겨주던 야바라키 점장이 본사 영업부장까지 지내고 그만두었다는 이야기를,
설거지 담당으로 들어간 내게 요리까지 가르쳐준 사사모토 선배가 몇 해 전까지 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보고 싶다.

울었다.
아니 쏟았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그곳에서, 창밖을 바라보다가
26년 전과 똑같은 그 창밖을,
그 창밖을 바라보던 소년을, 다시 만났으니까.

어떻게 그렇게 똑같니.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니.

어떤 희망조차 품을 수 없던 그 소년의 고독을,
그때의 공상을,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했던 그때의 몸부림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
그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유리가 너무 두꺼웠다. 26년만큼.
흰 모자와 앞치마를 두른 소년은 여전히 창밖을 보고 있었지만,
내 손끝도, 내 부름도, 끝내 닿지 않았다.

몇 달을 지내던 기숙사는 찾았다.
2년 넘게 살던 센카와의 집은 끝내 찾지 못했다.
그곳은 유독, 너무도 변해 있었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하지만 이미 충분했다.
26년이라니.
난.
난…

허락해 줄래.
이젠 더 이상 그때의 나를 위로하지 않아도 되는지.

용서해 줄래.
네가 견뎌준 덕분에 내가 지금 여기 있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나를.

보내줄래.
내가 떠나면 그 시절을 이제 그만 그 창가에 두고 가게.

 

이호명
李浩銘
Homéo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