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곧 봄이다. 계절이 바뀌기 전, 사람은 으레 무언가를 정리한다. 옷장을 비우거나, 관계를 정리하거나. 나도 그러는 편이다. 이 맥락에서는 뎀나도 비슷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또 한 번, 그가 모든 것을 지웠다. 지난 2026 봄/여름 데뷔 컬렉션을 앞두고 그랬듯, 이번 2026 가을/겨울 컬렉션을 앞두고도 인스타그램을 백지로.
‘프리마베라Primavera’. 이탈리아어로 봄, 라틴어에서 비롯된 ‘첫 번째 계절’. 생명력과 희망, 청춘을 상징하는 단어. 그리고 산드로 보치텔리Sandro Botticelli의 대표작. 프리마베라, 이 단어는 늘 시작을 약속하는 동시에 묘한 긴장을 남긴다. 무언가가 바뀔 것 같다는 기대와, 정말 바뀌어버릴지 모른다는 불안이 동시에 따라붙는 계절.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피드 위에,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이 올라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AI로 생성된 이미지들. 비현실적으로 매끈한 장면들. 어딘가 익숙하지만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풍경. 그리고 다시 소피아 로엔이 1966년 로마의 구찌 부티크에 서 있는 흑백 사진, 산드로 보치텔리의 비너스까지. 알고리즘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