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남’에 대해 생각한다. 삼생연분으로도 모자란 ‘만남’. 어제는 존재조차 몰랐는데, 오늘은 나에게 가장 소중해진 ‘만남’. 홍콩은 오래전부터 동쪽이 서쪽을 만나는 관문이었다. 동서양의 충돌은 때로 긴장을 낳기도 하지만, 동시에 변화를 만들어낸다. 비단 홍콩이라는 도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트 바젤 홍콩의 큐레이션에서는 언제나 ‘변형transformation’이라는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아트 바젤이 운영한 프로그램에서는 전 세계 주요 작가들의 대형 조각, 설치, 퍼포먼스 작업을 ‘Encounters’라는 이름 아래 선보였다.
전 세계 42개국과 각 지역에서 모인 240개 갤러리. 이번 아트 바젤 홍콩은 바로 이 다채로운 세계들의 ‘만남’이자, 서로의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자리였다. 큐레이터와 갤러리스트들은 서로 먼 세계에서 온 작품과 작가들을 함께 소개하며, 나란히 놓였을 때 생겨나는 대화를 보여주었다. 패널 토크는 요즘 젊은 컬렉터들이 지향하는 바를 알려주고, 작품들은 예상치 못한 생각을 끌어낸다. 소리 없이, 눈으로, 몸으로 스며드는 생각. 루양의 인공지능 애니메이션은 예술 작품의 가치를 묻는다. 몬스터 체트윈의 거대한 꽃매미 등불 조각은 왜 우리 삶에 놀이와 유머가 더 필요한지를 일깨운다. 호추니엔의 빅토리아 하버 위 영상 작업은 다차원성 개념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스침, 부딪힘, 우리의 세계가 조금씩 더 넓어져 간다.
만남이란, 전혀 상상하지 못한 것들이 나를 조금씩 열어주는 일이다. 마음의 틈 사이로, 희망이 수줍게 얼굴을 내민다.
HO TZU NYEN 
이번 아트 바젤의 밤을 밝힌 작품 ‘Night Charades’는 M+ 미술관 외벽에 투사된 영상 작업으로, 홍콩 영화 역사에 대한 오마주를 담고 있어요. 움직이는 이미지를 ‘움직이는 생각’ 이라 보는 시선은 지금도 작업의 핵심인 것 같아요.
제 작업의 진짜 재료는 시간일지 몰라요. 우리는 움직임을 생각할 때 리듬을 떠올리는데, 리듬은 굉장히 시간적인 개념이죠. 제게 이미지를 만든다는 건 흐르는 생각에 형태와 구조를 부여하는 일이에요. 이미지란 그런 흐르는 생각에 일종의 육체나 신체를 입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LU YANG

2015년부터 줄곧 자신의 얼굴과 몸을 본뜬 디지털 아바타 ‘DOKU도쿠’를 중심으로 다양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어요. 테크놀로지와 전통이 상반된다고 보는 시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는 디지털 휴먼이나 가상 신체를 만들 때 최첨단 기술을 사용하지만, 그 바탕에는 늘 같은 질문이 있어요. “나는 누구인가?” 많은 사람이 전통적인 실천을 과거로의 회귀라고 생각하지만, 저에겐 오히려 본질로 돌아가는 길이에요. 테크놀로지가 본질과 만나는 순간, 차갑고 기계적인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인식과 감각을 확장해 주는 살아 있는 기관이 될 수 있어요. 저는 바로 그 지점이 앞으로 아트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가능성이라고 생각해요. 테크놀로지를 통한 인간 존재의 가장 오래된 감정과 신비에 닿는 것.
MONSTER CHETWYND

조각과 퍼포먼스가 결합된 작품 ‘Lanternfly Ballet’는 일상적인 소재와 몸짓을 마치 마법처럼 변환시키는 연극적 요소를 담고 있는데요, 놀이와 유머를 변형의 한 요소로 보나요.
이런 요소들은 저에게 깊이 스며들어 있어요. 자연스럽게요. 관객을 무장 해제시키는 것을 좋아하고요. 매직 리얼리즘도 좋아하는데, 간단히 말해 이야기 전달을 위해 ‘설탕’이나 ‘놀이’를 도입해 사람들을 더 쉽게 몰입하고 질문하도록 만드는 방식이죠. 항상 인생의 문제에 짓눌려 살 필요는 없어요. 그건 효과적이지 않거든요. 도피주의나 낭만주의 또는 우정, 따뜻함, 연대의식 등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데, 이는 문제를 회피하자는 것이 아닌, 휴식을 제공해 오히려 잘 마주할 힘을 갖게 해주자는 것이에요.
Text 세라(Sarah, 최연경)
Art 잉걸(Ingur, 양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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