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Earthround

MUSEUMHEAD 서울 종로구 계동길 84-3
벚꽃 비 내리는 이맘때면 괜스레 북촌을 걷고 싶은 마음이 든다. 지친 마음이어도 북촌을 거닐다 보면 휘파람이 절로 나오곤 하니까. 휘휘 휘파람 불며 골목을 걷다 보면 경복궁 경회루와 사뭇 닮은 뮤지엄헤드를 발견할 수 있다. 공간 앞 연못을 돌아가야만 전시장 입구로 들어설 수 있다. 연못을 돌아가는 잠깐의 시간이 꽤 여유롭고 좋다. 뮤지엄헤드는 2020년 비영리 전시 공간이자 미술에 열광하는 사람을 뜻하는 이름으로 서울 시공에 등장했다. 

413BETA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141다길 15-4
도로명 주소로 바뀌기 전, 이곳은 문래동4가 41-3번지였다. 2009년 당시 문래동의 빈 공장을 예술가 4명의 공동 작업실로 정비하며 시작된 413BETA는 2024년 전시 공간으로 자리한다. 말이 전시 공간이지 막상 공간을 훑어보면 작가의 작업실에 온 듯하다. 이런 기분은 413BETA의 성격 탓이다. 애초에 공간 운영자의 역할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공간과 창작자들이 스스로 가동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PIE 서울 중구 을지로 146-1
오밀조밀 바빠 보이는 것이 얽혀 있는 을지로에 미술인들이 몰리던 시절이 있다. ‘힙지로’라는 이름마저 진부하게 들릴 정도로 지난 5~6년간 많은 공간과 미술인들이 정착하고, 또 떠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술 공간들은 무심코 지나쳐 버리기 쉬운 골목에 자리 잡는다는 것이 흥미롭다. 지도 앱을 켜고 두 눈 부릅뜬 채 두리번거려도 찾기 어렵다. 일말의 노력 끝에 찾은 결실은 꽤나 색다르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삐걱대는 소리가 귀를 때리는 철문을 지나면 아담한 화이트 큐브가 나온다. 공간에 대한 많은 고민보다 창작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듯 쿨하다. 넓은 바다에서 파이라는 보물을 찾게 된다면 어딘가 애틋한 마음이 들 것이다.

WHITE NOISE 서울 서초구 방배로42길 31-3
“안녕하세요.” 화이트노이즈 문을 열고 들어서자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작가들이 반겨주었다. 2018년 방배동 지하에서 시작된 화이트노이즈가 단순 전시 공간에서 벗어나 다양한 예술적 시도와 교류를 위한 장소라는 데 확신이 들게 하는 목소리였다. 촬영 중간중간에도 방해가 되지 않도록 양해를 구했으나 작업에 집중하느라 관심조차 없는 듯 보인다. 전시 공간에서 작업하는 모습이 어딘가 생소해 보이지만 그들은 이미 작품 같았다. 주류와 비주류, 영리와 비영리, 미술과 비미술 등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문법으로 국내외 아티스트와 함께 백색 소음을 내고 있는 화이트노이즈. 그 소음은 일정하거 유지된 채 시끄러움에 지친 모든 이에게 유연하고 부드럽게 들릴 것이다.

CYLINDER TWO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48길 24
혼자 보내는 시간을 즐긴다면 실린더가 좋은 선택이다. 봉천동의 실린더 1과 삼각지에 새롭게 오픈한 실린더 2 모두 미술에 진심이다. 미술인 간 소셜라이징이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오늘에도 실린더는 공간과 작가, 작품의 관계에 집중한다. 홍보나 초대를 하지 않음에도 많은 이가 실린더를 찾는 이유는 아마 그 진심이 묻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실린더 1과 실린더 2는 모두 한 사람이 운영하는데, 공간의 성장과 작가의 성장을 생각하다 보면 다른 생각은 할 시간조차 없다고 말한다. 공간 역시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집약적 형태의 차가운 화이트 큐브로 구성했으며 공간 운영자의 단단한 소신이 차가워 보이는 공간마저 따뜻하게 만드는 큰 힘을 발휘한다.

이래라 서울 마포구 토정로17길 12
엄마가 싫어하는 공간. 말 그대로다. 엄마가 싫어하는 온갖 것을 다 모아둔 곳. 이래라가 그 이름이다. 공간이 어떻게 비칠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멋진 척 꾸미지 않고 제멋대로다. 엄마의 등짝 스매싱이 두렵지 않은 것처럼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공간 입구는 초창기 운영자의 지인이 아무 도안 없이 뚝딱뚝딱 지었으며, 이같이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뜻을 전한다. 공간 곳곳엔 그라피티 태깅이 남아 있고, 또 다른 서브컬처의 흔적도 여럿 보인다. 이 작은 공간에서 다양한 문화를 사랑하고 동경하는 마음을 품는 것은 대한민국에 큰 변화를 야기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N/A 서울 중구 창경궁로5길 27
‘Not Applicable, No Answer.’ 해당 없음, 유효하지 않음. N/A는 의미 없음을 말하지만, 을지로 뒷골목에선 유의미하게 자리하고 있다. 공간에 들어서면 가까운 거리에 작품이 자리한다. 물론 멀찌감치 떨어지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며 다각도로 바라볼 수도 있다. 창 사이로 들어오는 빚은 공간의 조명이 무색해지기도 한다. N/A의 공간은 투박해 보이면서도 부분부분 섬세한 터치가 엿보인다. 케케묵은 먼지와 깨진 타일, 노출된 목조 구조를 모르는 체하며 여봐란듯이 작품과 공존한다. 그 모습은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우며 오히려 하나의 작품처럼 보인다. 이곳에 앉아 차 한잔 마시는 시간은 유유자적함을 느끼기에 완벽하다.

WATERMARK GALLERY 서울 용산구 새창로14길 8
이미지가 범람하는 디지털 세계를 유유히 유영하는 곳이 있다면, 워터마크 갤러리다. 4층에 위치한 갤러리는 계단을 오르면서도 눈 돌아가느라 바쁘다. 1층에는 회전 초밥집에서나 보던 레일을 따라 주문한 커피가 돌아가고 있고, 2층엔 운영자 특유의 위트가 담긴 공간이 펼쳐진다. 음악 소리기 들리는 3층으로 올라가면 국내외 다양한 디자이너의 제품이 판매되고, 4층에 당도하면 또 다른 고요함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갤러리의 충고는 꽤 높은 편이며, 천장에 정사각형 창문 하나가 나 있다. 그 창문으로는 물론 하늘만 보인다. 이마저도 하나의 단색화 같다. 건물 1•2•3층이 운영자의 취향이 가득하다면, 4층 갤러리는 되레 작가와 작품, 관객의 취향을 묻는 공간이다. 마냥 진지하지 않게 유쾌 통쾌한 그런 공간.

Text & Photography & Art 조나단 (Jonathan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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