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Earthround

무언가를 ‘본다’는 관점에서 시작한 미우미우 2023년 가을/겨울 컬렉션은 정치적이다. 관찰자와 관찰 대상의 관계, 시선의 방향과 보는 방식에 따라 정답이라고 믿고 보는 저 대상이 어떻게 의심받고 변형되고 오작동하는지에 관한 물음을 던진다. 치렁치렁한 밑단, 속이 훤히 비치는 얇은 소재, 번쩍거리는 스팽글 장식의 이너, 안과 밖을 마구 섞어 겹쳐 입거나 부스스한 머리에 안경을 쓴 여성 혹은 남성과 그들의 몸을 통해 정상적인 옷 입기에 관한 담론을 정면으로 비틀고 반박한다. 일상적 사물을 본래 용도에서 분리해 마치 생명체처럼 대하는 퍼포먼스로 유명한 정금형과의 협업은 그 주장에 힘을 싣는다. 그는 사물의 용도가 바뀌는 것처럼 관객과 시선의 관계를 전복하면서 기존 질서에 의문을 던지며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한 작업자다. 쇼의 흥분이 가라앉은 후 정금형이 보내온 편지 한 통.

 

미우미우 2023년 가을/겨울 패션쇼 현장에서 만나 엄청 반가웠다. 지금은 어디에 있나.
컬렉션이 끝나고 며칠간 파리의 호텔 방에서 미우미우와 함께한 작업의 디렉터스 컷을 편집했다. 이제 편집을 다 마쳤고, 일단 나 혼자 만족스러워하는 중이다.(웃음)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전시에 참여할 겸 아직 유럽에 머물고 있다.

협업의 계기, 그 시작이 궁금하다.
작년 11월쯤 프라다 파운데이션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방문한 미우치아 프라다가 내 작업을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협업 가능성에 대해 의논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엔 패션쇼라는 형식에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호기심이 생겼다. 미우미우라는 브랜드를 공부하고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컬렉션 일정이 다가왔고, 주어진 상황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고자 했다.

평소 미우미우라는 브랜드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나.
패션을 통해 ‘생각하는 방식’을 말하고 배울 수 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했다. 뭐랄까, 관습적으로 하면 안 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게 있지 않나. 패션을 통해 어떤 금기를 깨는 것 같았고, 그 점을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이번 컬렉션에서 강조한 ‘보는 방식’에 관한 이슈도 이렇게 들여다보면 단순한 터치를 넘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요소가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본다’는 관점에서 시작한 미우미우 컬렉션과 사물의 용도가 바뀌는 듯 관객과 시선의 관계를 전복하면서 기존 질서에 의문을 던지는 작가의 작업 방식이 닮은 것처럼 보인다.
내가 봐도 미우미우의 관점과 나의 관점 사이엔 통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신체와 관련된 사물이다. 옷이야말로 사람의 몸을 전제로 디자인한 것이고, 모양 자체가 사람 몸 형태를 하고 있으니 이번 작업도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해온 작업과 크게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막상 컬렉션 의상은 패션쇼가 열린 현장에서 처음 마주한 것으로 안다.
협업 방식 자체가 미우미우의 컬렉션, 즉 옷이 아닌 패션쇼가 열리는 환경에 관여한 것이다. 쇼가 막 시작되었을 때는 무대, 조명, 영상, 사운드 등 그 순간에 일어나고 있는 무대 위 모든 것을 함께 관람하고 점검하고 흥분하느라 의상의 세세한 부분까지 집중하진 못했다. 쇼가 중반 정도에 이르자 그제야 옷이 보이기 시작하더라. 기존 미우미우 컬렉션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그다음 주장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데 집중하는 듯 보였다. 어떤 자신감이 느껴졌달까. 옷을 통해 갈 데까지 가보는 데 대한 주저함나 두려움이 전혀 없어 보였는데, 그 모습이 특히 멋지다고 생각했다.

당신이 꾸린 공간에 관해 설명해 달라. 기존 미우미우 컬렉션이 열린 공간과 무드가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는데.
무대디자인의 경우, 기존 내 작업을 알고 있거나 접한 이들이라면 ‘정금형의 냄새’를 알아차릴 수 있을 거다. 나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전혀 모를 거고. 그런 느낌이기를 바라고 작업했다.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예를 든다면.
기존 내 작업에서 사용한 특정 이미지나 모티브를 직접적으로 차용하진 않았다. 다만 내가 반복적으로 선택한 환경이나 상황, 시설을 가져오는 방식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미술가 정금형을 전면에 드러내는 대신 패션쇼가 주가 되고 나는 요소요소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주로 어떤 환경이나 상황, 요소를 적용하고 받아들인 것인지.
형광등 조명, 병원이 떠오르는 차갑고 새하얀 배경, 영상이 나오는 모니터를 거치할 수 있는 용도인 동시에 공장 느낌이 물씬 나는 트러스 기둥, 작업물을 올려놓는 받침대로 사용한 플랫폼 등을 무대 디자인에 반영했다. 미우미우가 그 전까지 주로 어두운 무대 조명으로 쇼를 진행했기 때문에 조명이 밝으면 어떨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영상 퍼포먼스의 의도가 궁금하다. 미우미우 옷을 만지는 행위가 어딘가 야릇해 보이기도 했다.  
미우미우와 협업하는 것이 아니면 할 수 없을 법한 것을 시도해 보고 싶었다. 나에게도, 미우미우에도 신선한 자극이 될 만한 것을 생각했다. 여러 가능성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미우미우 옷 자체만을 재료로 움직임을 시도했다.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디자이너든 작가든 결국 발언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협업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
앞서 말한 것처럼 나 혹은 내 작업보다는 미우미우와 그들의 옷이 주인공이 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내 존재는 아주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편이 낫다. 미우미우 옷에 내 움직임이 더해져 옷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작업했다. 작업자 입장에선 협업이기 때문에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주인이라는 책임과 고집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 미우미우는 그 어떤 조건을 내세우거나 제약을 하지 않았다. 작업자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게 느껴졌다. 주어진 상황 안에서 서로 의견을 나누며 조율해 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유연한 태도로, 아주 오랜만에 순수한 재미를 느낀 시간이었다.

옷이든 작품이든 작업자의 취향이 반영된다. 좋은 취향이든 그렇지 않은 취향이든 그 결이 작업의 축을 이룬다. 그렇다면 결국 좋은 취향, 좋은 작업이란 뭘까.
음, 나는 그저 그런 작품보다는 끔찍하게 나쁜 작품이 오히려 낫다고 생각한다. 아주 나쁘지는 않지만 특별히 흥미롭지도 않은 이른바 웰메이드 작업은 이렇다 저렇다 딱히 언급할 가치를 못 느끼지만, 너무 끔찍하게 싫은 경우는 그 작업이 얼마나 나쁜지에 대해 열정적으로 말하고 싶어지니까. 같은 이유로 내 작업에 대해 누군가 열정적으로 나쁘게 말하는 걸 들으면 그 순간에는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 아무 언급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좋든 싫든 일단 언급된다는 것은 언급해야 할 가치가 있다는 의미일 테니까.  

그나저나 미우미우 옷이 잘 어울리더라. 누군가 미우미우를 입으면 자신감이 샘솟는다고 했다. 이번 컬렉션에서 눈에 든 아이템이 있다면.
앗, 어려운 질문이다. 잘 모르겠다. 다 좋아 보여서. 개별 아이템도 좋았지만, 나는 결국 컬렉션의 흐름과 완성도에 관해 말하고 싶다. 컬렉션을 관통하는 힘있는 맥락이 존재하고, 보는 사람에게 그 에너지가 전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Text Choi Jiwoong
Photography Hong Cheolki

더 많은 화보와 기사는 <데이즈드> 5월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Check out more of our editorials and articles in DAZED KOREA may print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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