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Earthround


작곡을 넘어 한 곡이 완성되기까지 아티스트의 전반적인 캐릭터를 구축하는 프로듀서. 멜로디와 사운드는 물론 뮤지션의 정체성까지 책임진다. 화려한 아티스트 뒤에는 이토록 유능한 프로듀서들이 존재한다. 이제는 그들이 하나의 아이콘이자 아티스트다.


수많은 콘텐츠가 스쳐 지나가는 지금 대중의 눈에 띄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대중성만 추구하다가는 독창성을 잃을 수도 있고, 방대한 양만 생산하다가는 섬세함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슬롬은 이 모든 걸 놓치지 않는다.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은 어떤 노래를 들을까? “제게 신나는 노래는 요즘 발매된 곡들이 아니에요. 최소 40~50년이 지난 노래죠. 트렌드도 오랜 세월을 걸쳐 보면 반복되고 있잖아요. 변하지 않는 가치들이 있는 거죠. 그걸 오랜 시간이 지난 곡에서 발굴해요.” 2000년대 비트와 그루브한 박자를 활용하는 그는 다양한 곡에서 골자처럼 움직이는 뼈대들을 파악한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비트로 그것들을 재탄생시킨다.

 


슬롬은 올해로 9년 차 프로듀서다. 그 세월 동안 수백곡을 만들었다. 긴 시간 창작 활동을 하다 보면 분명한 취향이 생기기도 하는 반면 비슷한 결과물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어쩌면 필연적이지 않을까. 슬롬에게 물었다. “어느 정도 인지했어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건 그 안에서 어떻게 다르게 하려고 시도했는지 유무죠. 조금이라도 기존 것을 틀어보려고 얼마나 발버둥 쳤는지가 중요해요. 새로운 걸 만들었다고 생각해도 5년 전에 만들어 놓은 걸 들어보면 비슷한 구석이 또 있거든요. 편하게 제가 잘할 수 있는 걸 찾는 게 중요하죠.” 슬롬은 유행을 좇지 않는다. 자신의 뿌리를 지키며 거기에 트렌드를 섞는다. 남들과 똑같지 않은 취향이 늘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것이야말로 사람들이 슬롬을 좋아하는 이유다.


창작은 혼자만의 싸움이다. 타인에게 공백기로 비쳐도 그 시간은 촘촘하게 그들의 고뇌와 열정으로 켜켜이 쌓이고 있다. 취미가 직업으로 이어졌을 때 어려움은 없을까? “오랜 시간 동안 무언가 만들어내지 않으면 그저 핑계에 불과하죠. 근육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계속 작업실을 왔다 갔다 하고 새로운 걸 시도해야 하죠. 꾸준함이 가장 중요해요.” 슬롬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작업실에서의 하루 할당량을 반드시 채운다. 번아웃 시기는 어떻게 견딜까. “꼭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아니어도 일과 관련한 언저리를 두리번거리는 성격이에요. 학창 시절에도 공부는 안 해도 그냥 책상에 앉아 있는 성격이었죠. 지금도 똑같아요. 굳건하게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앉아서 움직여요.”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하기도 하지만 오래된 습관은 굳은살이 되었다. 그는 번아웃을 생각하지 않는다. 꾸준하고 진득하게. 그게 슬롬만의 방식이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슬롬의 커리어를 돌아봤다. 2017년에 발매한 슬롬의 첫 번째 싱글앨범 은 현재 슬롬이 다루던 음악과는 비슷한 듯 다른 면이 있었다. 그때와 지금 그가 지향하는 것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많이 다르죠. 그 당시에는 순수하게 완전히 비트만을 좋아했어요. 목소리 없이 비트로만 전개되는 음악을 좋아했거든요. 이렇게 만들다 보니 다양한 아티스트를 만나게 됐고, 공간을 비우게 됐죠. 현재는 협업 가능한 형태의 음악으로 많이 발전한 것 같아요.” 비트 위주의 음악을 다루던 슬롬의 초기 작업 방식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구성이 넘어갈 때 나오는 트랜지션 같은 습관과 취향의 잔뼈는 여전히 제작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음악이 인기를 얻고, 무조건 잘되겠다 싶은 음악이 묻히는 경우도 봤다. 객관적 기준이 없고, 예측 불가능한 시장일수록 진정성이 중요하다.


이제는 비트 메이커, 프로듀서가 음반 시장을 주도한다. 대한민국 음악 시장이 커질수록 비트 메이커는 그 중심에 있다. 슬롬은 이제 어떤 작업을 하고 싶을까? “3~4분 내외의 대중음악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호흡이 긴 영상의 음악이나 사운드트랙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마치 직업병처럼 음악에 빠르게 감각하는 슬롬은 ‘장인’을 꿈꾼다. “이 사람 좋았지.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시대에 맞춰 변화무쌍한 장인.”

Editor Kim Nahhyoun
Photography Noh Seungyoon

더 많은 화보와 기사는 <데이즈드> 4월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Check out more of our editorials and articles in DAZED KOREA April print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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