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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즈드> 독자들을 위해 샘플라스를 소개해 달라.
광일 샘플라스는 패션 의류 편집숍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여느 편집숍과 다른 셀렉션을 보유하려고 노력한다. 실력과 비주얼은 괜찮은데 아직 빛을 보지 못한 국내외 브랜드를 취급한다. 이런 브랜드를 만나 서포트하고 인큐베이팅까지 더해 공동 성장을 추구하는 곳이다.

인큐베이팅을 통해 브랜드의 밸런스 유지를 돕는다고 들었다. 이를 위해서는 고도의 감각과 경험이 필요하다. 홍광일 대표는 어떤 장점과 배경을 통해 현재 그런 것이 가능하게 되었는가.
광일 지금의 샘플라스가 처음부터 이렇게 운영되지는 않았다. 군 전역 후 스물세 살이 되던 해인 2011년에 처음 오픈해 벌써 13년 차다. 공동 성장이라 말한 것처럼, 수많은 사례를 경험하면서 쌓인 경험치다. 다른 곳은 처음부터 자본력이 있거나 매장을 갖추고 있거나 해외 경험을 통해 바잉이 가능한 네트워킹을 구축한 상태로 시작한다. 나는 해외에서 생활해 본 적도 없거니와 영어도 잘 못하고 돈도 아예 없었다. 실제로 초기 자본금 40만원으로 시작했다. 그럼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남들보다 조금 더 빠르게 브랜드를 캐치해 소비자에게 소개했기 때문이다. 또 생존을 위한 고찰을 하다 보니 파트너들과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수많은 테스트를 거치며 데이터를 쌓을 수 있었다. 그렇게 2023년이 되었다.

뉴 제너레이션 브랜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는 판매성이 보장되지 않을 법한데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소개해 오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힘든 점은 없는지.
광일 당연히 있다. 정말 바잉하고 싶은 브랜드인데 급이 너무 높을 때다. 브랜드에서 입점을 고려할 때, 이미 입점된 다른 브랜드의 급을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 모든 조건이 맞고 자신이 있는데도 불발된다. 몇몇 디렉터는 본인 브랜드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소비자보다 업계를 더 모르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리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점. 큰 기업의 편집숍은 많이 팔리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 예를 들어 휘황찬란한 포장이나 높은 할인율을 제공해 주는 식이다. 우리는 방송국처럼 보도만 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래서 노력하는 부분이 이런 거다. 우리가 소개한 옷이 소비자에게 도착했을 때 가치가 바로 증명될 수 있는 정도의 브랜드를 찾는 것.

입점 브랜드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면.
광일 첫째는 문화적으로 얼마나 플루이드fluid한 상태인지 본다. 내가 생각하는 패션은 ‘살아 있는 것’이다. 근본주의자보다는 근본을 참조해 지금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이미 좋아하고, 본인의 디자인에 섞어나갈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사실 이런 브랜드가 은근히 찾기 힘들다. 둘째는 성실도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일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물론 업무적으로 해야 할 게 많은 건 이해하지만, 얼마만큼 자신의 브랜드를 의식적으로,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지에 대한 성실을 의미한다. 셋째는 콘텐츠에 열려 있어야 한다. 고급이든, 일부러 B급을 내든 콘텐츠를 통해 자기 브랜드를 보여주고자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들의 SNS를 보기만 해도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가 보유한 브랜드 중에서는 햄커스가 단연 독보적이다.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광일 매출이 나오지 않던 3년의 기간이 가장 힘들었다. 편의점 알바까지 하던 당시 나름 주변 사람 사이에서 어린 나이에 성공을 맛본 아이였는데, 삼각김밥 바코드를 찍고 있으면 누군가 알아볼까 봐 겁이 났다. 빗썸 콜센터에서 일할 때는 코인 가격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상욕을 들은 적도 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한국에서 성공할 거라고 생각지도 못한 브랜드를 들여와 증명해 보였을 때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선아 행복했던 순간만 이야기한다면, 여성복 바잉은 내가 맡고 있어 최근 오토링거Ottolinger와 놀스KNWLS를 들여왔다. 가격이 꽤 나가는데도 많은 이가 구매하고 좋아해 주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행복했다.

샘플라스의 시선으로 본 넥스트 제너레이션이 궁금하다. 최근 눈여겨보고 있는 레이블 혹은 디자이너가 있는지 궁금하다.
선아
이번 유럽 패션위크를 돌면서 들여오고 싶은 여성복 브랜드가 많았다. 특히 디온 리Dion Lee와 안드레 아 다모Andre A Damo의 옷은 정말 아름답다. 그런데 가격대가 너무 세다는 단점이 있다. 여유가 되면 반드시 하고 싶다. 블랙핑크 제니는 안드레 아 다모의 옷을 이미 입고 있다. 광일 이번에 들여오는 브랜드 중 올리 신더Olly Shinder라는 영국 브랜드가 있다. 도버 스트리트 마켓에서 큐레이팅하고 있는 이 브랜드는 전 세계에서 머신-A, 센스, Très Bien 그리고 샘플라스에서만 만날 수 있다. 이 브랜드는 조만간 세상을 놀라게 할 것 같다. 상당한 디자인 감각을 지녔을뿐더러 네트워킹도 매우 좋다. 그의 룩북은 최고의 포토그래퍼 볼프강 틸만스가 프로듀스하고 있다.

Text & Photography Park Sangjun
Art Kang Ji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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