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간 저널리스트로 유명했기에, 큐레이터로서 발렌티노와 함께한 새 출발을 어느 누구보다 축하한다.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포에버 발렌티노> 전시를 구성하는 12개의 방 중 ‘고고학’ 전시실에서 강조한 것은 무엇인가. 이 외에 11개의 방은 어떤 구성인가.
<포에버 발렌티노>는 발렌티노의 피엘파올로 피춀리, 나의 동료 큐레이터 마시밀리아노 지오니, 그리고 내가 머리를 맞대고 완성한 작품이다. 이 전시에는 우리가 저마다 ‘우리 것’, ‘우리 열정이 담긴 곳’이라 여기며 각별하게 느끼는 공간이 있을 것 같다. 나에게는 로마의 팔라초 미냐넬리에 있는 발렌티노 본사의 메종 발렌티노 아카이브를 재구성한 고고학archaeologies 전시실이 그렇다. 이 공간은 환상 속 아카이브를 확장된 버전으로 우아하게 재창조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면서도 옷을 옷장 같은 공간에 넣어두거나 서랍에 숨겨놓는 방식으로 아카이브가 원래 위치한 공간의 지리적 특성을 반영했다. 서랍은 사실 큐레이션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나온 해결책이다. 1971년 당시 사교계 인사였던 마리엘렌 드 로스칠드Marie-Hélène de Rothschild의 ‘프루스트 볼(마르셀 프루스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연회)’에서 오드리 헵번이 입었던 드레스를 (어떤 방법으로든,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 마네킹에 입히기에는 너무 섬세하고 약했다. 그래서 평평하게 펼쳐 전시하기로 한 것이, 패션 하우스의 헤리티지 부서에 흔히 있는 아카이브 서랍을 따라 하는 개념으로 발전했다. 동시에 이 전시 개념에는 연극성도 약간 가미되어 있다. 나는 서랍을 열어 근사한 무언가를 찾아내는 결말, 즉 ‘드러냄’의 개념이 좋다. 나에게 아카이브는 단순히 과거의 아이디어가 쌓인 먼지투성이 창고가 아니다. 아카이브는 모든 가능성과 예상 밖의 발견이 기다리고 있는 생동감 넘치는 공간이다. 사람들이 서랍을 열고 안에 들어 있는 전시품을 보면서, 내가 그런 것처럼 (지금도 그런 것처럼) 설렘을 느끼는 게 좋다. 또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옷이 바로 보이지 않도록 공간 전체를 활용했다. 덕분에 공간을 지나는 과정은 발견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여정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