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Earthround

Text Text Jong Hyun Lee

 

 

 

비결이라는 것은 내게만 적용되는 것이지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을 순 없다.
어떤 비법을 알려줄 수는 없지만, 내 경우 스스로에게 늘 ‘그다음은 뭘까?’라는 질문을 한다.

 

먼저 당신을 만날 수 있어 영광이다. 나는 당신의 가방과 액세서리를 보며 자랐다. 에르메스의 슈즈와 주얼리를 총괄하는 디렉터로서 당신을 사랑하는 나와 같은 남녀에게 어울리는 아이템을 추천해줄 수 있나?
스니커즈가 가장 완벽한 아이템이 될 수 있고, 젊은 사람이라면 이니셜과 로고가 새겨진 로퍼 같은 클래식한 아이템을 소화해도 흥미로울 것 같다. 에르메스에는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스포티하고 실용적이면서 클래식한 아이템이 많다. 처음에는 고유의 심벌이 있는 모델로 시작할 것을 추천한다. 그것을 자유롭게 가지고 놀면서 자신만의 패션 아이템으로 만들어보길. 밝은 색상의 제품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지금은 일명 ‘어글리 슈즈’라 불리는 불편한 스니커즈가 인기다. 왜 젊은 친구들이 이 못난 운동화에 그토록 열광하는 걸까?
젊음을 대변하는 현상이 아닐까. 어린 친구들은 잘못되거나 불편하고 못생기고 눈에 거슬리고 도발적이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게 젊음이다. 젊음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새로운 룩을 만들어낸다. 바로 패션의 원동력이다. 패션은 지나가는 것이지만 때때로 저항을 한다. 그다음 해에는 또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길든 짧든 패션은 결국 순간이라는 것이다. 누군가를 해하지 않는다면 지금 어글리 스니커즈의 유행이 문제될 건 없다.(웃음)


내가 아는 펑크란 젊은 것이다. 기성과 메이저 제품에 굴복하지 않고 자기 정신을 이야기할 수 있는 담대함과 무모함이 있어야 한다. 에르메스 주얼리에서 ‘펑크’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이번 샹 당크르 펑크 주얼리를 어떤 포인트에서 즐기는 것이 좋은가?
펑크 컬렉션은 두 가지 포인트와 방향성을 토대로 만들었고, 어느 순간 그것들이 합쳐졌다. 그중 하나는 지난해 에르메스 테마 ‘오브제의 의미’다. 나는 세상의 모든 이를 이해하는 오브제를 찾고자 했고 옷핀을 떠올렸다. 보는 관점에 따라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지만, 옷핀은 단순하고 소박한 오브제라 관능적이고 여성적이며 정교한 형태로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과정은 내가 풀어야 할 과제였다. 진정한 오브제란 한정된 의미가 아닌 창조를 통해 본래의 의미를 비틀고 그 오브제에 다른 이야기와 세계를 부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펑크였다. 에르메스는 클래식한 프랑스의 럭셔리 브랜드다. 펑크와는 완전 반대 이미지다.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터로서 서로 다른 두 세계를 합쳤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무척 흥미로웠다.


앞서 말했듯, 펑크의 정신은 저항이다. 주얼리에 펑크를 투영한 당신은 패션이 사회에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나?
패션은 사회와 사람을 비추는 거울이다. 패션이 저항과 선언을 대변하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대신 내가 5년, 10년, 20년, 30년 전에 본 것에 대한 반복과 참조가 보일 뿐이다. 요즘의 패션은 저항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아방가르드하지 못하다. 단지 현상을 반영하고 새로운 형태를 창조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1930년대 여성들과 1960년대 어린 소녀들, 또는 1980년의 전위적 복장과 달리 지금의 패션은 여러 가지가 섞인 것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또렷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큰 움직임도 없고, 저항의 의미가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렇게 해’, ‘이건 하지 마’, ‘이걸 해야 해’, ‘나는 이렇게 될 거야’라는 식의 저항은 불편하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또 아무 의미도 없다.


한 인터뷰에서 에르메스가 당신의 작업에 완벽한 자유를 준다고 이야기한 것을 봤다. 오랜 시간이다. 그래도 압박을 받은 순간이 있다면. 특히 5년 전부터 시작한 디지털 세계관의 등장은 어떤 식으로든 신경 쓰였을 것 같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등장이 많은 걸 바꿨다. 갑자기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됐고, 제품이 노출되는 범위도 훨씬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물건을 사려면 직접 매장을 방문해야 했다. 모두에게 허용되지도 않았고, 용기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은 화면을 통해 볼 수 있는 데다 쉽고 편리하다. 이런 변화가 내 작업 방식을 바꿨는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컬렉션이 더 확장될 수 있었다. 어떤 의도와 계획은 없었지만 무의식 속에서 작업의 방식이 바뀐 것 같다.


나는 코리아 에디터로서 젊은 세대와 소통해야 하는데, 그게 한 해 한 해 쉬운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패션이 젊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슈즈나 액세서리는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30대에서 20대, 10대로 젊은 친구들이 문화와 디지털의 키를 쥔 현대의 애티튜드에서 디자인을 하면서 어떤 점을 고려하는가?
재밌는 이야기다. 요즘 매장을 둘러보면, 젊은 친구들의 취향이 젊은 것을 선호하는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반대로 보인다. 어릴 때, 할아버지의 옷을 입고 벼룩시장에서 이전 세대의 옷을 구해 입기도 했다. 요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젊은 사람들이라고 꼭 새로운 것에 매료되는 건 아니다. 옷을 입는다는 것, 옷을 입는 방식은 자신감을 얻게 하고 마음을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만드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스타일을 찾아보고 빈티지를 구매하는 이유다. 젊은이라는 건 패션에서 묘한 개념이다. 하지만 그 이유로 스니커즈가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다. 나이가 있는 사람은 운동화를 신을 때 젊음을 느낀다. 반대로 젊은 친구들은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1920년대, 1970년대, 1980년대의 이브닝드레스를 아무렇지 않게 입는다. 나는 계산적인 접근으로 작업을 하지 않는다. 모든 컬렉션은 도박과도 같다. 우리는 늘 새로운 형태와 스타일을 제시할 뿐 그것을 사용하고 다른 아이템과 섞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다. 이는 내가 결코 알 수 없는 것이다.


당신은 3대 슈즈 디자이너라 불리는 거장 중의 거장이다. 나는 늘 생각한다. 커머셜 아트라는 부분. 상업적인 척 아닌 척, 예술인 척 아닌 척, 균형을 맞추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존경하는 거장으로서 패션업계에서 일하는 나 같은 후배에게 조언을 한다면?
정신없이 바빠야 한다. 정말 좋아하고 느끼는 일을 하는 거니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하는 브랜드를 늘 생각해야 한다. 자신의 것이라 해도 어느 순간 고유의 수요층이 생기고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규모나 역량이 정해진다. 한편으로는 독창적이고 새로운 형태를 추구하는 동시에 또 한편으로는 현실과 타협해야 한다. 자신이 무엇이 되고 싶은지 깨닫는 게 중요하다. 아티스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아무 제약 없이 만들 수 있고 그것을 패션이라 부르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패션 디자이너가 된다는 것은 현실에서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결과물을 공유하고 판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티스트와 패션 디자이너는 작업 방식이 다르다.


서울에서 슈즈 전문 브랜드는 갈수록 경쟁력을 잃고 있다. 디자이너도 마찬가지다. 옷을 만들려는 디자이너도 줄고 있다. 패션 디자이너가 로봇의 경쟁력을 대신할 수 있을까? 어떤 점에서 노력해야 그렇게 희소성 있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까?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다. 판매, 언론, 가격, 새로운 패션을 선보이는 시기까지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그다음 단계와 시즌을 궁금해하고 질문하는 게 바로 그 때문이다. 비결이라는 것은 내게만 적용되는 것이지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을 순 없다. 어떤 비법을 알려줄 수는 없지만, 내 경우 스스로에게 늘 ‘그다음은 뭘까?’라는 질문을 한다.


패션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가?
지난주 TV에서 이라크 젊은이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봤다. 오지라고 볼 수 있는 이라크 동쪽 지역의 작은 마을에 청년들이 멋쟁이 클럽(a Club of Dandy)을 만들었다. 그들은 주말이면 잘 차려입고 모여 자동차 따위를 배경으로 만든 세트장에서 촬영도 한다. “우리에게 전쟁에 참여하라고 하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한 청년의 인터뷰를 보고 패션이 저항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멍청한 전쟁엔 관심 없다. 폭탄에 맞아 죽거나, 다른 사람들을 죽일 생각도 없다. 그저 행복하게 살고 싶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패션이 어떤 정치적인 면에서 저항 수단으로 사용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처한 상황은 원하는 것과 정반대였다. 이들의 패션은 투쟁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파리나 뉴욕, 서울 같은 곳에서 패션은 어떤 성취의 개념이거나 놀이에 가깝다. 패션이 저항이던 시절은 분명 있었다. 이제는 옷을 입지 않는 것이 저항이 되는 세상이다. 어쩌면 이게 또 패션의 일부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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