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 Fashion Si Hyung Lee
Photography Kyu Won Seo
Hair Woo Jun Kim
Makeup Su Yeon Park


드라이빙 슈트, 헬멧, 장갑은 모두 동은의 것.



점프슈트는 오베디(Ovedi), 신발은 나이키(Nike).

점프슈트는 오베디(Ovedi), 고딕 레터링을 새긴 티셔츠는 에디터가 따로 준비한 것.



버킷 해트와 한쪽 멜빵을 풀어헤친 오버올은 모두 칼하트 WIP(Carhartt WIP), 빈티지한 워싱의 스니커즈는 컨버스(Converse).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운전을 가르치셔서 사소한 충돌이 많았어요. 저는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아빠 생각만큼 따라가주지 못하니까요.”
아까 타고 온 차 봤어요. 색깔도 그렇고 굉장히 귀엽
던데요.
제 차요? 마음에 들어요. 요새는 비틀을 많이 타고 다니지만 제가 살 때만 해도 많이 타지 않았거든요. 저 차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뭐 이렇게 생겼지?(웃음) 서울 거리에 오가는 차들을 보면 다 검은색, 흰색, 은색 무채색이 주를 이루잖아요. 도로에 나가면 저만 노란색이에요.
패션 매거진과 인터뷰는 처음인가요?
굉장히 새롭고 낯설어요. 제 직업이 패션과 연관성은 별로 없어 보이니까요. 오늘은 왠지 느낌이 좋아요.(웃음) 하지만 앞으로는 패션 매거진을 자주 사서 볼 것 같아요.
얼마 전에 대학을 졸업했죠. 여전히 어려 보이지만요. 인기 많았죠?
네. 2월에 졸업했어요. 공대생이었어요. 80명 중 여자는 네 명 정도예요.(웃음) 친하게 지내는 친구는 많지만 인기
는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주변에 여자 친구는 많아요.
그게 인기 많은 거 아닌가?(웃음)
그런가요? 그럼 그렇다 치죠.(웃음)
인스타그램에선 장난기가 넘치더군요. 터프한 레이서는 어디에 있죠?
이런 얘긴 처음 해봐요. 늘 차의 성능과 속력에 대한 얘기만 하거든요. 공식석상에 서는 본래 제 모습이 아닌 경우
가 많죠. 평소 성격이 밝아요. 내가 쓴 글로 타인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거침없는 입담으로 레이싱계에서 귀여운 악동으로 불리기도 하잖아요.
제가 시작할 때만 해도 모터스포츠는 선수 연령대가 높은 스포츠였어요. 요새는 젊은 선수가 많아 시너지가 좋아요. 정의철 선수나 서주원 선수처럼 또래 선수들과 좀 더 친하게 지내죠.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에 글을 별로 안 올리던데.
점점 고민이 많아지더라고요. 성적으로 판단받는 직업이다 보니 결과에 포커스가 맞춰져요. 작년에 여러 요인들
로 성적이 좋지 않았어요. 성적이 좋지 못한데 인스타그램을 자주 하는 모습이 자칫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구
나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까.
그럼 성적 이야기는 하지 말고, 최근 뉴욕엔 애완견 ‘순무’와 함께 다녀왔더군요.
어떻게 아셨어요?(웃음) 순무는 누나가 먼저 데리고 갔어요. 누나도 저도 여행을 좋아해요. 특히 순무랑 여행 가는
걸 좋아해서 많은 곳에 데리고 가요.
부럽네요. 우리 강아지는 성격이 사나워서 어디 데리고 가질 못해요.
순무는 비숑인데 짖지도 않고 작은 일에도 행복해하는 거 같아요. 엄청 긍정적이에요.
아버지가 헌터 인제레이싱팀 ‘김정수’ 감독님이죠. 감독과 선수가 아닌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어때요?
평소 서로 말을 많이 안 해요.(웃음) 상냥하신 스타일은 아니에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운전을 가르치셔서 사소한 충돌이 많았어요. 저는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아빠 생각만큼 따라가주지 못하니까요. 요즘엔 나름대로의 고충을 말하죠. 저랑은 좀 안 맞지만(웃음),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항상 감사해요.
최근에 제일제당레이싱으로 이적할 때 아버지는 어떤 말씀을 하셨나요?
충돌이 있었죠.(웃음) 원래 재계약 기간이었거든요. 저는 나름대로 준비를 한 뒤에 가고 싶었는데, 아버지는 ‘네가
그럴 위치냐’며 혼내셨어요. 결국 네가 알아서 하라고 하셔서 저 혼자 계약을 마무리했어요.(웃음)
주목받는 선수잖아요. 부담감도 있겠죠?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것 같아요. 성적이 안 나오면 끝이거든요. 나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힘든 것도 있죠.
그럴 때마다 목표를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아요. “우승하면 좋지”가 아니라 “난 해야 돼” 이렇게요. 2등을 하면 화가 나고 짜증이 나요. 어릴 땐 스스로에게 분해서 많이 울기도 했어요.(웃음)
이제는 울지 않는 카레이서로서 슈퍼레이스 일곱 번째 시즌을 맞았죠.
이적한 지 얼마 안 돼서 팀원들과 호흡을 맞추는 중이에요. 레이싱은 팀워크가 중요하거든요. 절대 혼자 할 수 없는 스포츠예요. 성적이 잘 나오고 못 나오고는 팀의 조화와 자금력에 달려 있어요. 소수점 차로 승부가 결정 나잖아요. 여러 경우의 수를 고려하면서 이겨내야죠. 프로 선수니까요.
출발선에서 자동차들이 웅웅 거리기 시작하면 저는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운전석의 선수는 어떤가요?
저도 터질 것 같긴 해요.(웃음) 하지만 시작하면 모든 걸 잊고 정신을 집중하죠. 대담함은 타고나야 하는 거 같아요. 저도 가끔 무서울 때가 있어요. 3년 전쯤 김진표 감독님의 차가 공중으로 날아간 적이 있어요. 그걸 보면서 ‘아,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죠. 차를 온전히 믿어야 해요. 사고가 날 거라 생각하는 순간 빨리 달리지 못하거든요.
그런 생각을 하면 바로 속도가 줄어드나요?
사실 그럴 때도 있지만(웃음) 속도를 줄일 순 없어요. 이겨야 하니까요. 차에 불이 나면 재빨리 도망을 가겠지만
요.(웃음)
레이서를 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을 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웃음) 사주를 봤는데 정적인 일과 동적인 일이 결합된 일을 한대요. 근데 그게 카레이싱인 거 같아요. 다른 스포츠처럼 과격한 운동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 건 아니니까요.
타고난 카레이서라는 건가요?
말하다 보니 그런 거 같네요.(웃음) 에 출연했죠. 지금 생각해도 엄청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일 년 가까이
하는 장기 프로젝트였는데 서서히 사람들이 알아보면서 영향이 크구나 했어요. 그때 박명수 형님이 저한테 휘성을 닮았다고 해서 제가 정색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그 장면이 아직도 인터넷에 짤로 돌아다녀요.(웃음)
최근 서주원 선수도 화제가 됐죠. 앞으로도 방송에 출연할 기회가 생기면 할 거예요?
저는 그런 기회가 많으면 좋겠어요. 사실 아직 더 보여주고, 하고 싶은 게 많거든요. 그런 면에서는 서주원 선수에게 고마워요. 덕분에 전보다 젊은 관람객이 많아졌어요. 모터스포츠가 인기 종목은 아니잖아요. 근데 또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매력이 있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어떤 여자를 좋아해요?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네요.(웃음) 키는 작지만, 안 작아 보이는 여자요. 그리고 이해심이 많으면 좋겠어요. 연습하면 하루가 모자라요. 화장실 갈 시간도 없느냐고 하는데 그냥 제 스스로 여유가 없거든요. 저만 그래요?(웃음) 그래서 절 잘 아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발전해가는 게 좋아요. 억지로 엮이는 건 싫어요.

파란색 후디는 꼼데가르송(Comme Des Garcons), 힙색은 슈프림(SUPREME), 팬츠는 드윕(DWEEB)으로 모두 평소에 에디터가 즐겨 입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