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Earthround

‘돌아온’ 성문영의 음악일기 “세상은 듣지 않는다”

 

 

 

 

 

 

 

 

 

 

 

 

181106

드디어 나도 <보헤미안 랩소디> 봤다.
웅.

 

181107

퀸의 열성 팬은 아니지만 브라이언 싱어가 감독한다는 말 을 들었을 때부터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싶었다. 그라면 적어도 프레디 머큐리를 다루면서 평범한 바이오픽을 만들진 않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니 영화에서 쫓겨났단 소식이 들렸다. 왜? 그리고 대타 감독의등장. 하지만 고스트 디렉터 같은 느낌. 이분도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들고.
          뭐, 그러면서 약간 흔들리다가, 개봉 직후 현지 매체들의 한결같은 혹평에 완전히 마음이 쪼그라들고 말았다. 안 보는게 낫겠다고 결론. 그런데 영화를 보고 온 지인 C의 달뜬 평가에 다시 급선회. 결국 그가 봤다는 그 상영관을 굳이 찾아가서 봤다.
          보고 나니, 현지의 혹평도 이해가 갔고 C의 달뜬 평가도 이해가 갔다. 결론적으로는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보고 온 많은 사람의 간증대로, 뜻하지않게 퀸에 대한 상념이 계속 이어지는 증상이 나한테도 나타나고 있다.
          록 음악을 들어오다 보면, 가사 전설을 보유한 곡을 필연적으로 만나게 된다. 일명 명곡 혹은 대곡이라고 하는 록계의 전설들인데, 이 바닥의 고질병 ‘삼대장’ 스타일로 읊어보면 이글스의 ‘Hotel California’,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 그리고 퀸의 ‘Bohemian Rhapsody’다. 하나 같이 신비주의를 휘두르며 많은 록 뉴비를 갖고 놀았던 곡이다. 지금도 “체크아웃은 하더라도 나갈 순 없다”는 호텔 캘리포니아 괴담과, 한동안신비주의에 빠져 있던 지미 페이지가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사려는 여인과 어떤 관련이 있을 것인지에 대해 격론을 펼치는 장이 인터넷 세상에 무수하다.
          ‘Bohemian Rhapsody’도 나를 한때 그런 고민에 빠뜨렸다. 심지어 이 노래는 (어즈버, 1970~1980년대 검열 세상이여) 국내에서 금지곡인 시절이 있었고, 그때가 하필 내 청(소)년기였다. 자연, 전체 맥락을 파악해보기도 전에 국내 검열에 대박 찍힌 문제의 가사 “엄마, 나 사람 을 죽였어요” 도입부에서 짓눌릴 수밖에 없었다. 거기서부터 이미 너무 굳어가지고, 그 이상 들어가질 못했다. 더 정확히 말해 모든 내용을 그 문구에 준해 해석하려고 했기 때문에 모든 내용이 오리무중이었다. 그러다 지쳐 나가 떨어지면서는 명창 프레디 머큐리 님께서 친절하게도 ‘랩소디’라 명명해주신 덕에, 광시곡이니까 장광설이라 그렇겠거니~얼렁뚱땅 합의할 수 있는 게 그나마 내 최후의 알량한 보루였다.
          가사를 대했던 나의 초창기 시절 실수들은, 모든 단어와 행이 다 유의미하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리라는 순진한 믿음에서 기인한 게 많았다. 시詩니까 당연한 거아냐? 응, 아냐. 이걸 깨닫는 데 시간이 걸렸다(이 위험은 지금도 상존하는데, 번역문으로 옮겼을 때의 가독성 퀄리티를 포기하기가 넘 힘들기 때문이다). 행간의 의미를 읽을 줄 안다면 좋겠지만, 모든 행간마다 다 의미가 숨어 있는 건 아니며, 예기치 못한 실수나 의도치않은(혹은 의도된) 뻘짓이 충분히 들어갈 수도 있다는 걸 이해해야만 했다.
          물론, 프레디 머큐리가 ‘Bohemian Rhapsody’ 가사를 쓸 때 뻘짓을 했다는 말은 아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퀸 멤버들은 중간의 오페라 부분 “갈릴레오-피가로-매그 니피코-오-오-오!”를 반농담처럼 이야기하지만, 농담이라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머큐리가 걸어놓은 코드하에서 그렇다. 평소에도 그렇게 느꼈지만 영화에서도 이 노래는 프레디 머큐리가 결코 즉흥적인 영감을 받아 떠올린 게 아니라 혼자 오랜 시간 쌓아올린 공든 탑임을 보여준다. 나머지 멤버들 입장에서야 녹음 당시에 갑자기 프레디가 기합 팍 들어가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막 굴리니까 짜증도 나고 왜 저러나 싶었을 수도 있겠지. 게다가 왜 그러는지 알려주지도 않았으니(앨범 제작 시 합주와 협연 과정 을 통해 스튜디오에서 노래를 완성하는 편이었던 이전에 비해, 프레디 머큐리는 이 노래에서만큼은 자신이 확실한 총대를 메고 멤버들을 진두지휘했다. 그의 머리 안에 모든 구조가 처음부터 다 들어 있었다고 하니).
            지나치게 가볍게 보일 위험을 감수하고 이 노래의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한 소년/청년이 있다. 실수로 사람을 죽였다. 그 때문에 사랑하는 어머니를 비롯해 가족의 품을 영영 떠나야 한다. 아마 지금 사형대에 선 건지도 모른다(그래서 이 가사는 유서처럼도 읽힌다). 그때 이 소년의 눈에만 보이는 혹은 그의 가슴 속에서 일어나는 격렬한 갈등 상황이 펼쳐진다. 천둥 치고 번개 꽂히는 와중에 어릿광대부터 파리대왕 악마까지 총출동해 이 소년의 죄와 벌을 논한다. 소년은 저항하지만 곧 체념한다. 그리고 현실로 돌아와 애달픈 마무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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