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Earthround


©McQueen, Hannah Norton


©McQueen, Hannah Nor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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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Queen, Hannah Norton


© McQueen, Jack Chipper


© McQueen, Jack Chipper

런던에 살면서 파리를 오가며 일하는 것으로 안다. 다른 기운과 에너 지를 지닌 두 도시에서 지내는 건 어떤가. 
어제 런던에서 파리로 왔다. 너무 더워 잠을 설쳤더니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것 같지만 차가운 물 한잔 마시고 정신을 차리겠다.(웃음) 거리의 분위기를 관찰하 고 느끼면서 영감을 받는 편인데, 서로 다른 두 도시의 에너지는 내게 큰 영감과 에너지를 준다. 

두 도시가 무엇이 다르다고 느끼나. 
런던에서는 정장을 입은 비즈니스맨과 펑크족이 나란히 걸어 다니는 풍경을 자 주 볼 수 있다. 반면 파리는 좀 더 정제된 느낌이 강한 것 같다. 런던은 대비와 충 돌이 가득한 도시이고, 파리는 좀 더 단정하고 통일감 있는 느낌이랄까. 

한국 시각으로 2023년 10월 4일 깊은 새벽에 도착한 메일 한 통. 제 목이 ‘션 맥기르, 알렉산더 맥퀸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이다. 우 리가 마주 앉은 오늘이 2025년 6월 28일이니까 그 편지를 받은 날로부터 정확 히 633일이 흘렀다. 맥퀸과 함께한 633일은 어땠나. 
정말 흥미진진했다. 그동안 많은 일을 해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맥퀸의 아카이 브를 깊이 들여다볼 여유도 생겼다. 아직도 내가 못 본 아카이브 자료가 정말 많 다. 컬렉션을 할 때마다 그 흔적을 들추며 영감받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일 을 계속하는 중이다. 점점 더 흥미로워지는 것 같다. 

디자이너 말고 개인으로서의 삶은 어떤가. 그 전에 비해 극적 변화가 있는지, 혹은 놀랍도록 그대로인지. 
음, 훨씬 바쁘지만 동시에 변함없다고 생각한다. 영화관이나 미술관에 가는 걸 좋아하는데, 요즘은 그럴 시간이 전보다 적다. 그래도 틈틈이 시간을 내려고 한 다. 지금은 더 많은 사람과 팀을 이뤄 함께 일한다. 팀을 이끄는 입장이 쉽진 않 지만, 재미있다. 일뿐 아니라 자신을 지키는 일에도 신경 쓰며 노력하고 있다. 

맥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지금까지 총 세 번 피지컬 패션쇼를 이 끌었다. 세 번 컬렉션을 치른 당신의 지금 마음을 알고 싶다. 
계속해서 맥퀸이라는 브랜드와 내 개인적인 감각 사이의 긴장감을 탐색하고 있 다. 컬렉션마다 조금씩 더 발전해 간다는 확신도 크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맥퀸의 유산 사이 균형을 잘 조율하고 노력하는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두 번째 컬렉션에 이르자 뭔가 좀 알 것 같았다. 2025년 봄/여름 컬렉 션의 태도가 뭔지 궁금하다. 
두 번째 쇼는 나 자신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일랜드 민속 이야기나 ‘밴 시’ 같은 전설, 내가 나고 자란 곳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테마로 삼았다. 몽 환적이고 부드러우며, 개인적인 이야기와 정서가 많이 담겨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늘 대화의 화두이기도 한 2025년 가을/겨울 컬렉션은 어떤가. 션 맥 기르와 맥퀸의 작용과 화합이 가속화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단단해 보이더라. 
정확한 해석이다.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흥미롭다. 세 번째는 두 번째 컬렉 션보다 훨씬 개인적인 색을 강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특히 내가 런던에 대해 느 끼는 애착을 표현하고자 했다. 나는 매 컬렉션을 작업할 때 ‘내가 맥퀸이라는 브 랜드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한다. 지금 이곳에 필요 한 건 무엇인지, 또 내 안에서 진짜 이렇게 올라오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한다. 리 알렉산더 맥퀸의 태도도 이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작업은 늘 동시대 문 화를 거울처럼 비추곤 했다. 그게 바로 맥퀸의 핵심 가치 중 하나다. 단순히 옷을 만드는 게 아니라 시대의 분위기와 정신을 반영하는 것. 나 역시 그 지점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쇼 노트의 첫 장을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 고대 세계의 문에 새겨져 있었다. 새로운 세계의 문에는 ‘너 자신이 되어라’라고 쓰일 것이다.” 선언 같은 그 구절이 무척 인상적이다. 
‘자기 인식self-awareness’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결국 온전한 자 기 자신이 되어야만 존재할 수 있으니까. 좀 진부하게 들릴 수 있지만, 결국은 나 답게 살아가는 것, 진실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 삶의 목적이고 의미가 아닐까. 누군가를 흉내 내는 건 무의미하다고 믿는다. 결국 자신을 알아가는 것 이 핵심이다. 

런던의 밤은? 당신에게 런던의 밤은 어떤 감정과 이미지를 불러일으키 는지, 그 감상을 댄디즘과 엮으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댄디즘이라는 게 본질적으로 ‘자신을 꾸미는 행위’와 연관 있지 않나. 하지만 댄 디는 보통 은밀하게, 자기만족을 위한 장식에 더 집중하곤 한다. 그래서 필립 트 레이시Philip Treacy와 협업해 모자도 만들고, 선글라스도 많이 사용했다. 그 모 든 것이 ‘나는 나를 위해 나를 꾸민다’라는 태도를 표현하려는 시도였다. 런던 거 리를 걸으며 스칠 수 있는, 겉으로는 단순하게 화려해도 내면은 자기 확신으로 단단한 사람들. 그런 복합적인 아이디어를 담으려고 했다. 

날 선 재킷, 책갈피처럼 접힌 라펠, 길게 늘어진 시어링 부츠 등 정밀하 고 날렵한 실루엣이 마음에 꼭 들었다. 실루엣에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나. 
이번 쇼에 ‘새로운 어깨선’을 도입하고 싶었다. 그래서 ‘핀치드 숄더pinched shoulder’라는 실루엣을 처음 시도했다. 맥퀸 하면 언제나 ‘정밀함’이 떠오르니까. 그 유산을 지키면서 동시에 새로운 도전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새로운 테크닉, 새로운 실루엣을 연구했다. 신발도 아주 뾰족하고 길게 디자인했는데 처음엔 ‘정 확하게 뻗은 신발’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마치 자코메티의 조각처럼 길 고 날카로운 느낌. 

다양한 소재의 활용과 대비도 인상적이다. 다양한 소재의 촉각적 대비를 통해 어떤 감각을 전달하고 싶었나. 
나는 질감이나 촉감이 정말 흥미로운 요소라고 생각한다. 특히 니트웨어나 시어 링 같은 재질을 섞어 쓰는 걸 좋아한다. 그런 재질은 따뜻함을 주기도 하고, 동시 에 거칠고 야성적인 에너지를 표현하기에도 좋다. 그렇게 ‘따뜻하면서도 야생적 인 힘’ 같은 걸 옷 안에 담고 싶다. 또 아주 매끄러운 소재와의 대비를 통해 감각 적 균형을 만드는 작업도 매우 흥미롭다. 

당신 말대로 니트웨어나 다양한 소재의 표면을 조합하는 방식이 인상 깊었다. 매끄러운 것과 거친 질감을 넘나들며 대조를 이루는 그 느낌. 
언제나 그 두 세계 사이를 넘나드는 방식에 흥미를 느껴왔다. 니트웨어는 입체 감 있는 질감이 살아 있어 정말 매력적이다. 앞으로도 그 두 가지가 만들어내는 긴장과 조화를 쭉 밀고 나가보려 한다. 그게 결국 나만의 방식이기도 하니까. 

‘맥퀸’을 상징하는 해골 또한 잊지 못한다. 기존 맥퀸을 연상시키는 고 유의 장식미가 재해석되어 등장할 때 반가웠다. 옛 상징을 다시 되살린 이유는 무엇인가. 
스컬 스카프를 말하는 건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아이템이다. 내가 10대 때, 돈도 별로 없던 그 시절에 처음 구매한 패션 아이템 중 하나가 바로 그 스카 프다. 2000년대 중반이었는데, 한창 스컬 스카프가 유행하던 시절이다. 내게 맥퀸의 스컬 스카프는 단순한 패션 아이템 이상의 의미가 있다. ‘기억의 조각’이 라고 해야 할까. 그 시절 좋아하는 뮤지션의 콘서트에 간 기억, 친구들과의 시간, 고민과 즐거움 같은 모든 게 그 안에 담겨 있다. 맥퀸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나의 정서에도 큰 영향을 끼친 거다. 앞으로도 해골 문양을 계속 사용할 생각이다. 

세 번의 쇼까지 보고 나는 당신의 팬이 되었다. 맥퀸에 합류한 이후 아 주 빠르게 흡수하고 반영하고 수정하고 나아가며 션 맥기르의 맥퀸을 구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 힘은 어디에서 비롯하나. 
우선 정말 고맙다.(웃음) 맥퀸은, 매우 흥미롭고도 복잡한 브랜드다. 그 복잡함 속에서 맥퀸이 처음 세운 가치가 여전히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런던’ 이라는 개념이 정말 중요하다. 리 알렉산더 맥퀸은 런던에서 나고 자랐고, 거기 서 일하며 살았다. 나도 10대 때 런던으로 이주하면서 나 자신을 찾았다. 런던이 라는 도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허락해 준 곳이다. 런던의 에너지가 곧 맥퀸이 다. 나는 항상 ‘과거를 깊이 존중하고 기리되, 그것을 오늘에 가져와 새롭게 재구 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리 알렉산더 맥퀸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 나. 그 그림자가 한편으론 부담스러울 수 있고, 또 다른 면에선 새로운 영감이 될 수도 있을 텐데. 
큰 영감을 주는 사람이다. 나는 그를 제한적 시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 대다. 그가 남긴 작업은 정말 대단하고 커리어 자체가 전설이라고 할 수 있지 않 나. 사실 실제로 만나본 적은 없다. 그래서 오히려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 는 것 같다. 그는 역사상 위대한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어릴 적부터 존경해 왔 고, 앞으로도 그의 작업을 기리며 그 정신을 이어가고 싶다. 

쇼 형식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고 싶다.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 이의 초상〉을 연상시키는, 거울 속에서 등장하는 모델. 맥퀸의 과거 쇼가 마치 ‘극장’ 같은 이미지였다면, 당신의 쇼는 훨씬 미니멀하고 에지 있는 ‘무대’처럼 느 껴진다. 이번 런웨이 연출에 어떤 메시지를 담았는지 궁금하다. 
일종의 ‘시간 여행’이라고 보면 적합할 것 같다. 모델들이 다른 차원의 파티에서 막 나와 런웨이로 들어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관객들이 ‘저 사람들은 어디서 왔을까?’ 하고 궁금해하길 바랐다. 그런 이질적 진입이 상상력을 자극할 테니까. 

컬렉션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인물은 어떤 얼굴인가. 그는 어떤 성격과 내면을 가진 존재일까.
아마도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일 것이다. 어딘가 살짝 펑크 기질을 지니면서도, 아름답게 만들어진 물건을 알아보는 감각도 갖춘 사람. 그래서 이번 시즌에는 레이스처럼 섬세한 소재도 많이 썼고, 컬러감을 잘 살릴 수 있는 조젯georgette도 혼합했다. 가죽 같은 강한 소재도 많이 사용했고. 부드러운 요소와 강렬한 요소 사이를 오가며 색감을 활용하는 걸 정말 좋아한다. 나도 평소에 무채색보단 다양한 컬러를 즐겨 입는 편이다. 

좀 짓궂은 호기심이 튀어 오른다.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아끼는 룩을 꼽는다면. 
바로 말할 수 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벨트 장식이 들어간 가죽 재킷이다. 빨리 그 옷을 입어보고 싶다. 또 마스크와 함께 연출한 쿠튀르 드레스도 좋아한다. 마스크 작업이 정말 재미있었다. 맥퀸에는 훌륭한 자수팀이 있어 매 시즌 그들과 새로운 도전을 함께한다. 

이제 좀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여러 의미의 정체성 말이다. 당신은 아일랜드인으로 지금은 런던에 살고 있는 퀴어 당사자다. 당신의 정체성이 당신의 삶과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일랜드와 런던 모두 내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나는 오스카 와일드를 비롯한 다양한 퀴어 예술가나 퀴어 문화에서 영향과 영감을 받는다. 런던의 퀴어 클럽에도 가끔 간다. 에너지를 발산하기에는 춤이 최고이지 않나.(웃음) 그런 시간이 참 중요하다. 또 퀴어 커뮤니티 자체도 흥미롭다. 사람은 누구나 소속감을 느껴야 안정을 찾을 수 있는데, 나는 퀴어 커뮤니티에서 가장 큰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다. 

6월 파리 패션위크가 한창이다. 당신을 만나러 오기 전과 후, 많은 쇼를 보았고, 보려고 한다. 내가 좋아하고, 마음이 기울고, 입는 옷은 결국 ‘퀴어한 옷’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옷만 곁에 남는다. 막연하긴 하지만 ‘퀴어한 옷’, ‘퀴어한 스타일’에 관한 당신의 생각이 궁금하다. 
아주 좋은 질문이다. 결국 ‘옷을 어떻게 입느냐’, 즉 스타일에 대한 접근 방식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옷에 자기만의 개성을 담는 건 너무 중요하다. 그건 옷을 새롭게 느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데님 재킷이나 티셔츠, 청바지를 반복해 디자인할 수 있다. 거기에 착용자의 개성이 더해지면, 전혀 다른 세계로 확장할 수 있다. 그 개성이 보통의 경우보다 조금 더 퀴어하다면 그 옷들에 더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거다. 중요한 건 어떤 태도로 어떻게 입느냐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느 인터뷰에서 구스 반 산트의 영화를 아낀다는 내용을 읽었다. 반갑더라. 그는 나의 영웅이자 영원한 레퍼런스이기 때문이다. 구스 반 산트의 영화, 그의 퀴어함, 청춘, 불안과 순수에 당신 역시 매료된 것인가.
정확하다.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이 정말 흥미롭지 않나. 잃어버린 세대, 길을 잃은 젊은이들, 멜랑콜리하고 내내 어떤 꿈을 꾸고 있는 듯한 존재들. 나도 지금보다 젊을 때 그런 감정의 영향 아래에서 머물며 산 것 같다. 완전히 길을 잃은 느낌. 우리가 다 그렇지만, 그래서 그의 영화들이 그렇게 깊이 다가온 것 같다. 그 감정이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으니까. 여전히 그의 영화를 좋아한다. 

오스카 와일드나 구스 반 산트 외에도 다양한 퀴어 아티스트를 탐닉하는 것으로 안다. 당신이 지금 푹 빠져 있는, 혹은 지지하고 싶은 퀴어 아티스트가 있다면. 
퀴어 정체성을 지닌 예술가도 있지만 그와 무관하게 작업이 퀴어한 예술가도 좋아한다. 알렉산드라 비르켄Alexandra Bircken이라고, 최근 런던에서 그의 전시를 봤는데 정말 마음에 들더라. 음, 누가 있지?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lmans도 좋아하고, 피터 후자Peter Hujar, 데이비드 암스트롱David Armstrong 같은 사진가도 정말 좋아한다. 갑자기 질문하니까 잘 떠오르진 않지만, 다양한 퀴어 아티스트의 작업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정신에 관해서라면, 프로이트보다 융의 가설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안다. 흥미롭더라. 
딱히 의식하고 선택한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융의 이론과 글에 더 이끌린 것 같다. 나는 분석하는 걸 좋아한다. 현대사회에서 더 건강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심리 상태를 정확히 알고 정신을 분석하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신과 마음을 위해 공부하고 노력하는 건 그 어떤 일보다 꼭 필요하다. 나 역시 정기적으로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 정신 건강뿐 아니라 창의력 측면에서도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갈 수 있게 도와준다. 

혼자 있는 시간은 어떤가. 바쁘면 바쁠수록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해지는 것 같다. 그 고요함이 당신의 창작과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당신 말대로, 나 또한 혼자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영화를 많이 보고, 책을 읽거나 여행도 종종 간다. 요가 같은 운동을 하기도 한다. 뭔가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그런 순간과 여유가 작업 능률을 더욱 올려준다. 

다음 작업을 위해 요즘 꽂힌 게 있다면. 
닭 뼈 중에 V자 모양으로 생긴 ‘위시본wishbone’이라는 게 있다. 소원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어떤 지역에선 위시본으로 점을 치고 소원을 비는 의식이 존재한다. 리 알렉산더 맥퀸은 예전에 가방에 위시본 디테일을 넣기도 했다. 요즘 위시본을 둘러싼 이미지와 ‘희망하는 마음wishful thinking’이란 개념을 자주 생각한다. 그런 상징을 계속 탐구하고 있다. 

나는 한국에서 왔기 때문에 이 질문을 피할 순 없다. 한국 혹은 한국 문화, 한국 패션, K-팝 같은 것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나.
한국에 흥미가 많다. 10년 전쯤 서울에 가보기도 했다. 부산 출신 친구들도 몇 있고. K-팝도 좋아하고, 한국 영화도 좋아한다. 〈올드보이〉 같은 거. 한국의 공포영화나 그 외 장르 영화도 정말 좋아한다.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에 꼭 다시 가보고 싶다. 다녀온 지 10년쯤 지났으니, 그때와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한국의 분위기나 문화가 어떻게 변했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다. 한국 혹은 서울에서 지금 꼭 가야 할 곳을 알려줄 수 있나. 좋은 카페나 갤러리 같은.

음, 노코멘트하겠다.(웃음) 한국에 오면 맥퀸 코리아를 통해 공식적으로 연락 바란다. 그때 제대로 모시겠다. 런던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있나. 런던 출장이나 여행 때 내가 꼭 가보면 좋을 곳을 추천한다면. 
오케이. 한국에 간다면 꼭 연락하겠다.(웃음) 런던 소호에 있는 ‘Bar Italia’라는 카페를 정말 좋아한다. 1949년에 문을 연 오래된 카페인데, 멋진 공간이다. 마치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은 장소이니 꼭 한번 가보길 바란다.

벌써 약속한 시간이 다 되어간다. 바깥은 여전히 덥고 우린 차가운 물 세 병을 나눠 마셨다. 삶은 고통이지만 동시에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인 것 같다. 맥퀸, 그리고 당신이 만드는 옷도 그렇지 않을까. 고통과 행복. 너무 먼 감정 같지만, 그 둘은 결국 하나인지도 모른다. 
동의한다. 고통과 아름다움은 서로 굉장히 밀접하게 연결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고통 속에서 전혀 새로운 아름다움이 피어나는 경우도 있으니까. 두 감정은 삶에서 늘 얽혀 있는 요소다. 그게 바로 인생인 것 같다.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아름다운 것. 

2025년 가을/겨울 컬렉션의 시작을 알린 오스카 와일드의 문장을 다시 생각한다. 다양한 아름다움과 고통, 유산을 품은 ‘맥퀸’이라는 집에서 당신은 어떤 정체성과 비전을 갖춘 ‘자기 자신’이 되고 싶은가.
이 시대에 맞는 무언가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그리고 맥퀸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미래로 이끌어가고 싶다. 아름다움과 현대성을 계속 이어가는 것. 그건 중요한 일이다.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옷이라는 거, 결국 누군가 입고 거리를 걷고 삶을 살아갈 때 나아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션 맥기르의 맥퀸을 입고 살고 나아가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길 바라나. 
자신의 삶을 즐기며 다른 사람들과 문화를 연결해 내는 사람. 1990년대 런던의 리 알렉산더 맥퀸 같은 사람. 그런 정신. 나 또한 다시 그 뿌리로 돌아가 런던의 문화와 런던의 원형적 감각을 지금 여기로 불러올 것이다. 부모님은 모두 건축가이고, 우리 남매에게 물건을 ‘구입하기’보다 ‘만들기’를, ‘규칙을 따르기’보다 ‘실험하기’를 장려했다. ‘무엇이든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환경 덕분에 일상의 사물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훈련에 자연스레 임했다.

text CHOI JIWOONG(JIWOONG)
photography KIM SUNGMIN  
art KIM JIWON(JUNO)
assistant CHO JIYEON(G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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