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은 거의 늘 혼자였다. 질식할 것 같은 더위와 습도만이 함께였던가. 혼자일 땐 평소답지 않은 일탈을 일삼는다. 홍콩은 저 새까만 바다처럼 광활하고, 홍콩은 외딴섬인 양 한눈에 다 들어오고, 홍콩은 언제든 반짝반짝 빛나니까 자꾸만 그렇게 된다. 혼자만의 밤 외출. 모르는 길을 거침없이 오르고 내리고 내달리곤 했다. 빛 아래에서, 길을 잃은 적 없다. 홍콩은 여행자를 잠자코 일찍 재우는 도시가 아니다. 밝은 밤은 각성을 이끈다. 고단한 몸과 달리 말짱한 정신은 신기루처럼 남는다. 밤이 밤 같지 않았고, 또 다른 밤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모처럼 다시 찾은 홍콩, 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다. 샤넬이라는 어여쁜 존재와 함께.
지난 5월, 남프랑스 마르세유에서 공개된 샤넬 2024/25 크루즈 컬렉션 ‘레플리카’ 쇼가 11월 온화한 홍콩의 밤에 다시 내려앉았다. 마르세유와 홍콩은 저만큼 멀지만 바다와 도시와 다채로운 빛과 색을 함께 품고 있다는 점에서 긴밀하고 느슨하게 또 하나로 이어진다. 마르세유의 쇼장이 바람과 볕이 조화롭게 드나드는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 유니트 다비타시옹이었다면, 이번에는 홍콩 디자인 학교Hong Kong Design Institute 복도 한복판에 샤넬이 이렇게 펼쳐졌다.
샤넬 2024/25 크루즈 컬렉션은 수중 몽상의 실을 따라 저 깊은 바닷 속으로 모험을 떠난다. 사랑에 빠진 작은 물고기, 어망, 조개껍데기와 조개 같은 자수가 드레스, 슈트 재킷, 조끼, 파유faille 블라우스, 티셔츠에 달라붙었다. 수면 위의 풍경도 간직한다. 네오프렌 같은 저지, 트위드, 시퀸 재킷은 햇볕의 은빛 반사, 선과 형태의 굽이치는 물결을 통해 한가로운 수영장에서 보낸 여름의 조각을 다시 선명히 한다. 저 멋들어진 수영복 컬렉션은 또 어떤가. 블루머, 퀼로트, 사이드 오픈 드레스와 더불어 와플 패브릭 스커트, 페티코트, 아이보리 레더 레이스와 브로더리 앙글레즈 패치워크를 적용한 보디스는 말로 다 못 할 어떤 힘마저 품고 있다.


홍콩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물기를 간직한 옅은 바람이 살갗을 스친다. 좁은 시선이 전체를 조망하기 시작한다. 홍콩 디자인 학교 복도 끝에서 끝으로, 위에서 아래로. 수직과 수평을 자유로이 오가는 샤넬의 여자들은 언제나 늘, 볼 때마다, 또 봐도 쿨하고 짜릿하다. 멋지다. 샤넬이 홍콩 디자인 학교를 찾은 건 단순한 혹은 즉흥적인 우연이 아니다. 쇼는 그저 쇼로 끝나지 않았다. 행사장 한쪽에서 오드리 디완 감독이 이번 행사를 위해 특별히 연출한 단편영화 <모던 플러트>를 상영했고, 홍콩 디자인 학교 광장에는 샤넬의 친구들을 비롯해 홍콩 유명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창작과 전승을 주제로 한바탕 대화를 나누는 ‘라디오 샤넬Radio CHANEL’이 한창이다. 바로 옆 갤러리에서는 홍콩 디자인 학교의 디자인,건축, 커뮤니케이션 전공 학생이 참여한 전시 <상상의 어딘가Imagine an Elsewhere>가 열리고 있었다.
샤넬과 홍콩의 오랜 만남을 기념하는 그날 밤 샤넬 앰배서더 페넬로페 크루즈, 지드래곤, 휘트니 피크, 앙젤, 카롤린 드 메그레, 미야자와 히오가 함께했다. 주윤발, 윤가령, 진법랍 등 홍콩을 대표하는 이름까지 함께.
쇼가 끝난 후 쇼 스튜디오에서 열린 파티에서는 앙젤과 세바스티앵텔리에의 듀엣 무대를 시작으로 팡팡 터지는 차가운 샴페인과 홍콩의 진미, 다양한 공연이 이어졌다. 끝까지 춤을 췄다. 샤넬의 친구들과 함께. 홍콩에서 혼자가 아닌 건 난생처음이다.
도시를 수놓은 조명은 형형한 눈동자처럼 빛났고, 건물과 건물을 연결하는 도로 위로 반짝이는 물줄기가 제각기 다른 속도로 흘렀다. 샤넬과 함 께한 오색찬란한 홍콩의 그 밤이 달콤하고 산뜻한 꿈처럼 남았다.
Text 지웅(Jiwoong, 최지웅)
Art 나인(Nine, 한수영)
Discover more in DAZED KOREA DECEMBER 2024 iss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