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Earthround


니트 톱은 프라다(Prada).


코르셋 톱은 잉크(EENK), 시스루 스커트는 샵사이다(Shop Cider), 레이어링한 스커트는 더티스(The tis), 리본 니삭스는 에디터의 것.


미니드레스와 미러 네크리스는 꾸레쥬(Courrèges).

홀터넥 톱과 암 워머는 블루마린(Bluemarine).


보디슈트는 페라가모(Ferragamo), 리본 헤어핀은 에디터의 것.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난 지 1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작년 겨울과 올해 봄, 다시 여름이 될 때까지 여기저기 방황한 것 같은데, 많은 감흥을 찾고 왔나요?
뭐랄까. 여행하기 전에는 엄청 답답한 마음이었어요. 뭐가 그렇게 답답했는지 모르겠는데 여행을 다녀와서 새로운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새로운 공간과 쉽게 볼 수 없는 건물, 음식까지. 많은 것을 경험하고 나니까 한국에 가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혹시 ‘파이브가이즈’라고 들어보셨어요? 이번 에든버러 여행에서 처음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었어요. 국내에도 매장이 생겼다고 들었는데 분명히 줄 서서 먹을 것 같아 에든버러에 있는 동안 서너 번이나 먹었어요. 그리고 ‘덕&와플’도 있는데, 와플 위에 오리고기를 올려줘요. 상상이 안 가실 텐데, 정말 너무 맛있어서 돌아오기 전에 한 번 더 먹었어요.(웃음) 

여행 갈 때마다 기념품을 산다, 안 산다?
전자예요. 보통 먹을 거 아니면 아버지를 위해 술을 사요. 최근에는 마그넷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스타벅스 텀블러처럼 국내에 없는 기념품 모으는 것도 좋아해요. 최근에는 일본 여행에서 당고 키링을 구매했는데, 오늘도 가방에 달고 왔어요. 에든버러에서는 양 모양 키링을 구매했는데 너무 귀여워서 다른 가방에 달고 다녀요.

 지금 삶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여행과 성취감. 사실 성취감이라는 감정을 잘 느끼지 못했거든요. 근데 주변 지인들은 제가 일에 대한 성취감을 되게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드라이브 마이 카> 촬영 당시에도 똑같은 감정을 느낀 적이 있는데, 그게 성취감이라는 걸 깨닫지 못했어요. 이후에 친구가 ‘성취감’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냈을 때 깨달았어요. 아! 내가 그때 경험한 것이 성취감이었구나. 당연히 촬영이 너무 힘들 때가 있는데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 다 사라지더라고요. 여행을 다녀오면 새로운 촬영을 시작하고 거기서 다시 성취감을 얻는 일련의 과정이 저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어요.

 본 적 없는 강력계 형사 역을 연기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죠. 심문할 때도 큰소리를 내지 않고 차분히 말하고, 조용하지만 열정 넘치고, 호기심도 많고요. 본능적이고 직진하는 박현수의 스타일에 매료됐다고 했어요. 본인과 닮아 있지 않나요. 박유림이 집요하게 집착하는 게 있다면 뭘까요.
집착보다는 현수의 눈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대본을 읽고 현수라는 캐릭터를 분석해 봤는데, 말보다는 행동이 도드라지는 친구였어요. 너무 막무가내처럼 보일 수 있을 것 같아 고민하던 찰나에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이 생각났어요. 현수의 눈과 행동을 봤을 때 현수가 어떤 마음일지,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눈이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촬영에 임했어요. 그걸 계속 잊지 않으려고 했고요.

 …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에 전종서 씨와 함께 캐스팅되었죠. 이충현 감독도 개성이 워낙 강하지만, 발레는 숱한 이야기나 소재로 영화에서 자주 사용될 만큼 어떤 클리셰가 존재하잖아요. 어떤 이야기이고, 어떤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발레리나>는 복수와 관련한 영화예요. 실제로 발레리나로 나오는데, 제 모습이 정말 새로웠어요. ‘민희’라는 배역을 맡았는데 친구들 앞에서만 나오는 저만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민희와 많이 닮았거든요. 저는 평상시 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운데, 연기하면서 제 본연의 모습이 나와 놀랐어요. 그런 것들이 재미있더라고요. 저는 항상 자유롭고 싶어 하는 사람, 민희는 그냥 자유로운 친구예요.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많은 분이 저를 차분하고 강단 있는 모습으로 기억하실 텐데,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배우들은 여러 자아를 통해 간접적으로 삶을 경험하잖아요. <드라이브 마이 카>의 ‘이유나’도, <바냐 아저씨>에서 연기한 ‘소냐’도, <기적의 형제> 속 ‘박현수’도, 다른 삶을 살아보면서 진정한 나란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지금 박유림은 어디에 있나요.
저는 제 존재 이유에 대해 정말 많이 생각해요. 죽기 전까지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할 것 같아요. 저는 단순하고 복잡하면서, 한편으로는 복잡하고 단순한 사람이에요. 촬영이 끝나는 순간 바로 본연의 저로 돌아와요. 대사뿐 아니라 힘들었던 것도 기억나지 않아요. 그래서 일기를 쓰면서 기록하는 습관도 생겼어요. 지금의 저는 미로 게임의 시작과 끝 중간 지점에 있는 것 같아요. 헤매고 있는 느낌. 슬플 수도 있지만 길을 찾으면서 끝과 가까워질수록 재밌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미로를 빠져나오면 끝이 아니라 다음 미로가 기다리고 있겠죠?

 늘 바위가 되고 싶다고 말해 왔어요. 저도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 등장하는 돌멩이에서 위안을 받기도 했는데요.
저는 항상 사물이 되고 싶었어요. 바닷물이라든가 돌멩이, 폭포, 안개 같은. 저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돌멩이들이 대화하는 장면이 나왔을 때 너무 놀랐어요. 저랑 너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고, 왠지 모르게 슬퍼 엄청 울었어요. 에든버러는 비가 정말 많이 오는데, 그때마다 안개가 많이 꼈어요. 그걸 보면서 한순간에 자기 할 일을 하고 흘러가는 안개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어요. 돌멩이도 그 자리에 있다가 누가 발로 차면 저 멀리 날아가고 물이 튀면 물을 맞기도 하잖아요. 그냥 그런 것이 너무 부러웠어요. 로봇이 되고 싶기도 하고.(웃음) 10년 뒤에는 바뀔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바다나 수영장에서 물속에 귀를 담고 누워 있을 때 느낌 아세요? 그 느낌을 너무 좋아해요. 그래서 그냥 그런 느낌의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Fashion & Text Ahn Doohyun
Photography Kim Yeongjun
Art Lee Sanghyeon
Hair Jeon Suni
Makeup Choi Sino at Seoulbase
Assistant Yoo Na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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