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Earthround


지난 3월 파리 패션위크에서 첫 공개된 잉크EENK의 2023년 가을/겨울 ‘X for the letter X’ 컬렉션은 설명될 여지없는 어느 지점에 놓여 있는 듯했다. 매 시즌 하나의 알파벳에서 컬렉션을 전개하는 잉크의 레터 프로젝트Letter Project가 이번 시즌 선택한 건 알파벳 ‘X’. 이에 대해 잉크는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X 는 미지수 혹은 결합이라는 의미를 담은 기호, 아직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모든 것을 표기하는 알파벳이다.”

여기 인스톨레이션 아트 런웨이는 X를 택한 잉크의 예술적 근거가 되어주었다. 2D의 사진 조각조각을 이어 붙여 공기를 주입, 3D 형태의 거대한 풍선 조각을 연상시키는 권오상의 ‘에어-매스Air Mass’ 연작이 그 주인공. 재료, 형태, 무게, 구조, 하물며 매체까지 괘념하는 기색 없이 조각의 확장을 논해 온 권오상 작가와의 협업이 이뤄지며 잉크는 이번 시즌 알파벳 ‘X’로 꺼내고자 했던 화두에 근접했다. 인스톨레이션 사이로 위풍당당하게 등장한 피스들은 차례로 ‘옷’에 관한 일반적인 규범을 깨뜨린다. 체크무늬, 편지 프린트 등을 콜라주한 패턴, 수작업으로 위빙한 소재, 여러 겹을 레이어링 한 듯 착시를 낳는 셔츠, 풍성한 스커트처럼 보이는 팬츠, 니트 머플러를 이어 붙인 드라마틱한 실루엣의 베스트 등 대담한 시도가 돋보이는 비범한 디자인들. 그런 잉크의 컬렉션은 파리 한복판에서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의 인상을 남겼다.

5월, 파리 패션위크에 뒤이어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야외 광장에서 선보인 ‘X for the letter X’ 컬렉션은 파리의 그것과는 또 달랐다. 국내 최고 높이인 555m, 123층에 달하는 롯데월드타워를 배경으로 권오상 작가의 에어-매스 연작이 설치된 런웨이는 되레 우뚝 솟은 빌딩보다 엉뚱하고 비현실적이었다. 예측 불가능한 장소에서 또 한 번 벌어진 X 컬렉션. 혼탁한 서울의 공기를 몽땅 환기喚起하려는 듯 쇼는 파리에서 볼 수 없었던 맨즈 아이템까지 선보이며 잉크의 새로운 챕터를 예고했다. ‘B for Beanie’라는 이름으로 처음 레터 컬렉션을 선보인 2013년부터 X에 이른 2023년의 잉크는 얼마나 같고 또 다른가. 누군가 그랬다. “구절마다 도박이고 떠맡은 모험이다.” ‘언어와 존재’를 얘기할 때 빼놓지 않는 사르트르의 말. 그의 앞선 증언처럼 레터 프로젝트의 잉크 역시 ‘언어적 존재’로서 각인하듯, 지금 이 세계를 자신들만의 언어로 탐구하고 섭렵해 나가는 중일테다.

Text Kwon Sohee
Art Lee Sangh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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