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Earthround

부쩍, 두려움이 엄습하는 날들이다. 무얼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할 때 우리 부모님은 성경을 펴고 기도를 시작했다. 모태 신앙을 가졌지만 신실함과는 거리가 먼 아들은 때때로 불안했다. 근원을 모르는 불안, 결핍에 살이 드러나도록 손톱을 물어뜯다가도, 이내 천성 따라 속없이 헤실헤실, 다시 끝없는 낙관에 빠졌다. “아멘”, 엄마를 따라 기도를 맺는 나의 목소리엔 석연찮은 맹신이 묻어 있곤 했다. 미심쩍은 확신 같은 게 있을까? 내가 기도하는 심정을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것만 같다.

앞머리를 완전히 들어 올리고 이마를 온전히 내보이는 연출은, 얼마나 알고 있는 게 많아야 가능할까? 빅데이터 전문가이자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 데이터를 분석해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바이브 컴퍼니의 부사장이자 고려대학교에서 강의도 이어가는 송길영 교수님을 보며 나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는 그런 헤어스타일을 한 이유를 두고 “남들과 달라 보이고 싶어서”라 답한 적 있지만 그건 송길영이라는 독보적 콘텐츠를 세상의 인덱스에 분류하기 위한, 필연적 시각 장치인지도 몰랐다. 뉴런처럼 연결된 방대한 지식, 맥락, 서사, 연대年代, 경험, 식견이 얽혀 입 밖으로 먼저 나오려는 단어와 개념들이 사투를 벌이는 장면들을, 나는 TV와 유튜브 강단에 선 교수님을 보며 여러 번 목격했다. 이번 인터뷰를 위해 어렵게 모신 당신을 앞에 두고도 나는 지적 인터뷰어는커녕 새내기 초년생처럼, 맹꽁이 같은 얼굴을 하고 경청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2023년 6월호를 기점으로 200권째 책을 찍어낸다. 그것도 매달 상당한 부수로. 어떨 땐 한 달에 두세 권도. 어쩌자고 그런 일을 하냐고, 어떻게 이런 일을 해왔냐고, 대체 어찌 이 많은 책을 이고 지고 갈 거냐고 자문하기를 십수 년. 교수님이 그랬다. 그 답은 여러분 안에 있지 않냐고. 갈래도 카테고리도 없이 솜방망이 같은 우문을 두서없이 건넸다. K-팝이 흘러가는 방향, ChatGPT, 소비와 브랜드, 돈 모으는 일과 다음 세대가 걸어야 할 길···. 정답 없는 세상에서 사유는 언제고 태양처럼 빛났다. 짧은 인류의 역사 동안 정답이란 게 존재한 때가 있었나 돌아보니, 그렇지 않았을 것임에 잠시 안도했다. 불안의 언덕 꼭대기에서는 보란 듯 아침 해가 떴고, 우리는 오늘도 이런 일들을 해냈다. 아멘.

 

Editor Lee Hyunjun
Photography Yoo Myungsun
Art Ha Suim

더 많은 화보와 인터뷰는 6월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Check out for more of our articles and editorials in DAZED KOREA June print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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