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Earthround

이제 세 번째 컬렉션을 치렀네요. 좀 쉬었나요.
못 쉬어요.(웃음) 6월에 열릴 쇼를 앞두고 있는데, 1월 말에 2023년 F/W 시즌을 마쳤으니 고작 4개월 남았거든요. 해외 컬렉션은 물론 국내 상품 라인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니 쉴 시간이 마땅치 않네요.

이번 파리 쇼는 어땠나요.
부임한 뒤 파리에서 오프라인 쇼를 진행한 건 이번이 두 번째예요. 아무래도 좀 더 자연스러워지니 상대적으로 수월했죠. 첫 번째 오프라인 쇼는 돌이켜 보면 어수선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디지털 쇼를 진행하는 동안 많은 것이 바뀌어 환경이 그다지 익숙지 않더라고요. 진행팀도 바뀌고, 그동안 파리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요. 이제는 서로 합을 맞추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쇼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어 좋았어요. 그새 파리에서 많은 사람을 알게 돼 반겨주는 이도 있었고, 쇼도 쇼지만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들더라고요.

2023년 F/W 컬렉션을 직접 소개해 주세요.
사실 ‘리플렉션’이라고 명명했지만 이전과는 방향이 조금 달랐어요. 원래 쇼를 구성할 때 스토리텔링을 자세히 하려고 애쓰는 편인데 조금 덜어냈죠. 브랜드가 추구하는 아방가르드와 아트 패션을 가능한 한 상업성은 배제한 채 컬렉션 자체에 집중해보자 하는 마음이었어요. 그러니까 브랜드의 본질을 드러내자는 거였죠. 리플렉션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지만, 우리가 비춰본 우리의 본모습이라는 뜻도 있었어요.어떻게 하면 우리를 순수하게 가장 잘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런웨이에 오른 모델이 대부분 10대라고 들었어요.
네, 원래는 모델 전부를 10대로 하려고 했어요.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모델 40명 중 4~5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10대였어요. 송지오 컬렉션은 아방가르드와 아트를 강조해 가끔 전체적인 분위기가 다소 무거울 때가 있어요. 블랙을 주로 쓰다 보니 어둡기도 하고요. 그걸 좀 완화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디자인 방향을 바꾸는 건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니 소년들을 통해 소년다움을 전달한 거죠.

오랜 기간 바로 옆에서 봐온 송지오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송지오라는 브랜드는 당연히 아방가르드한 면이 있지만, 그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건 아트 패션이에요. 아트라는 개념이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데, 저희가 이야기하는 건 태도에 가까워요. 패션은 모습에 따라 분류할 수 있는 다양한 장르가 있지만 그 경계에 국한하지 않고 가장 순수하고 진정성이 엿보이는 창작물을 만들어낸다는 거죠. 그런 태도에서 비롯한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아트 패션을 지향해요. 그 지점이 자연스럽게 아방가르드 패션으로 이어지는 거죠.

지금의 송지오 컬렉션은 브랜드 특유의 분위기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컬러, 빛 혹은 콘셉트에 밝고 귀여운 데가 꼭 있는 것 같아요.
일부러 의도하는 것은 아니에요. 매거진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이미지를 만들어 나갈 때 좀 더 세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그 뜻이 패셔너블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세진다’는 건 귀여운 요소보다는 반대 지점의 요소로 대답되기 마련이고요. 그럼 또 정도에 따라 심각해지는 거고요. 기존의 송지오가 센 부분을 많이 강조해 온 건 사실이라 변화를 시도하던 중에 귀엽거나 중성적인 요소들이 자연스레 녹아든 것 같아요. 새로운 시도들이 조금 더 효과적으로 드러나는 점도 있어요. 비주얼 메이킹을 할 때 항상 어린 소년을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하기도 했고요.

귀여움이 묻어나는 비주얼을 선호하는 편인가요.
생각보다 복잡한 것 같아요. 따지고 보면 모든 사람이 복잡하죠. 한 사람은 흑과 백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채롭게 섞인 색이라고 생각해요. 마찬가지로 저도 굉장히 세고 어두운 이미지를 좋아하면서 마냥 아름다운 이미지를 좇기도 하고요. 많은 마음이 공존하는 거죠. 한쪽을 택하기는 어렵고 귀여운 것, 거친 것을 모두 좋아합니다.(웃음)

우문에 현답이네요.(웃음)
그렇게 다양한 취향을 브랜드와 잘 섞어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은 제 방식이 브랜드, 곧 우리의 방식으로 직결되니 여러 이미지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문제죠.

송재우라는 인물은 디자이너이자 경영인이에요. 한 시선으로 두 영역을 보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한 시선으로 보지 않고 있어요.(웃음) 그러니까 한 사람이 두 가지 일을 하는데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면 어려움이 많더라고요. 나름 제 안에 선을 긋고 나눠서 각각의 기준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하려고 해요. 기업의 관점에서 단기적인 베네핏이 있고 장기적인 목표가 있을 텐데,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경영에 따른 장기적 목표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디자인과 병행해 경영에도 필연적으로 참여하게 된 거죠.

이상적이지만 본인 스스로는 혼란스럽거나 지칠 수도 있을 텐데요.
가끔 컬렉션 준비로 파리에서 시간을 보낼 때는 쇼와 관련한 생각으로만 머릿속이 가득 차 있는데, 그 시간을 굉장히 좋아해요.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그래서 파리에서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넘어오는 동안 한국에 있을 때도 이렇게 쇼 생각만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생각도 하죠. 근데 또 반대로 사람이 늘 같은 일만 하면 침체될 수 있는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경영을 하면서 오히려 균형이 맞아가는 부분이 있어요. 서로 상반된 일을 하며 머리를 식히는 거죠.

말로 하니 참 무색하네요.(웃음) 절대 쉽지 않은 일을요.
이렇게 저렇게 하고 있습니다.(웃음)

경영과 디자인의 경계에서 서로 선을 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있나요.
말 그대로 경계를 나누되 더 명확히 하는 거죠. 예를 들면, 송지오의 네 가지 라인 중 송지오와 송지오 옴므가 그 대목이에요. 원래는 이 두 라인이 서로 얽히고 설켰었거든요. 송지오 옴므는 상업성이 보다 강한 라인인데, 송지오에서도 상업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으니 디자인하면서 모호해지는 면도 있었고요. 그래서 송지오에는 상업적인 시선을 아예 담지 않아야겠다, 스스로 정리했어요. 그러다보니 오히려 업무를 하면서 더 편해진 점도 있고요.(웃음)

송지오 옴므를 론칭하기도 했고, 디자인 하우스를 인터내셔널로 확장시킨 주역이에요. 하우스의 방향에 대해 많이 고심했을 것 같아요.
사실 간단해요. 선생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직원분들도 그렇고 원하는 바는 똑같거든요. 국내에서 최고 위치에 서는 것. 여느 하우스 브랜드와 견줘도 손색없는 컬렉션을 만들고, 규모를 키우고, 국내 못지않게 국제적으로도 브랜드를 공격적으로 홍보하고, 기존 이미지인 남성복을 넘어 여성복 라인을 성공시키는 것.

론칭 30주년을 맞았어요. 송재우 개인으로서는 물론 브랜드로서도 변화를 거듭했죠. 송지오의 그다음 변화는 무엇인가요.
올해 론칭 30주년이기도 하고, 이렇게 인터뷰도 진행하면서 생각을 많이 해요. 변화라는 게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에 맞춰 움직이는 거잖아요. 그렇기에 되레 한결같음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아방가르드를 추구하는 브랜드는 필연적으로 계속 변화할 수밖에 없어요.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려고 고심하니까. 결국 무엇이든 비교 대상을 두고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탐미하고 갈구하면서 우리만의 길을 잘 유지하고 걸어가는 것이 중요하죠. 

Text Park Wanhee 
Art Lee Seyeon 

많은 화보와 기사는 <데이즈드> 3월호에서 만나볼 있습니다. Check out more of our editorials and articles in <DAZED> KOREA March print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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