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Earthround

Text & Photography Ji Woong Choi
Model Hyun Heo

 

라이카 CL

Oh! 라이카
라이카를 쓴다는 건 작고 가벼운 작동이라는 강점과 가성비라는 요즘의 시대정신을 맞바꾸는 일인지 모른다. 비싸도 너무 비싸다. 아름다우니까 참아보려는데, 쉽지 않다. 라이카는 켜켜이 쌓아온 전통을 우습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걸 잘 써먹는다. 라이카의 디지털카메라 CL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동시에 카메라의 클래식이라 할 수 있는 바르낙 디자인을 뿌리로 삼는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동그란 전자식 아이리스 뷰파인더의 첫인상은 처음에는 조금 못생겨 보이지만, 금세 눈이 시원해진다. 누구에게나 CL의 셔터 소리를 들려주고 싶다. 디지털도, 아날로그도 아닌 쾌감이 느껴지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이미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왔다.

 

 

소니 WF-1000X

완전한 자유
불황이니 위기니 냉골처럼 차가운 소식이 뉴스를 뒤덮지만, 스마트 기기 시장은 매년 규모가 커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귀에 착용하는 제품, 일명 히어러블(Hearable) 기기는 2016년 애플 에어팟이 출시된 이래 삼성, LG, 보스, 뱅앤올룹슨 등 주요 세계적 기업 모두 선을 없애는 작업에 착수했다. 소니의 첫 번째 완전 무선 이어폰 WF-1000X는 소니 헤드폰의 자랑인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담았다. 단순히 외부의 소음을 닫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외부 소리가 들리는 정도를 스마트폰 앱으로 설정할 수 있다. 세상과의 소통과 단절을 터치 한 번으로 결정할 수 있는 셈이다. 작다고 얕보지 마시라.
소니 WF-1000X

 

네스카페 돌체구스토 이클립스

달의 문이 열리면
매일 아침 잠에서 깨자마자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내게 연료나 다름없다. 정신이 들고 눈이 떠진다. 미래지향적 디자인의 에스프레소 머신 돌체구스토 이클립스는 보름달을 형상화한 것처럼 보인다. 이윽고 커피를 내어줄 시간이 무르익자 보름달은 초승달로 모양을 바꾼다. 일식과 월식이라는 이클립스의 본래 뜻을 떠올리면 그제야 이 기기가 귀여워 보이기 시작한다. 이클립스에는 물리적 버튼이 없다. 캡슐 홀더에 캡슐을 넣고 머신 머리 부분의 물 조절 기능을 터치해 원하는 만큼의 물을 설정할 수 있다. 모든 경계가 우스워진 세상. 달의 문이 열리면 퀴퀴한 집이 어엿한 카페로 변한다.

 

LG 그램

LG 대신 gram
2014년부터 초경량 노트북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그램이 이름만 빼고 전부 다 바뀐 2018년을 맞았다. 구시대 유물은 죄다 내버리겠다는 듯 노트북의 무게가 1kg을 넘으면 곤란하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는데, 더 나아가 이제 그램에서 LG를 찾을 수 없다. 제품 외관에는 LG 로고를 떼고 gram을 새겼다. 기존 제품보다 배터리의 힘은 커졌고 충격, 먼지, 고온, 저온, 진동, 염무, 저압 등 까다로운 일곱 가지 항목을 통과해야 하는 미국 국방성 신뢰성 테스트까지 통과했다. 지문을 인식하고, 메모리 용량이 부족하다면 추가 확장도 가능하다. 개방과 확장, 왜 그러면 안 된다는 거지?라는 질문. 요즘 LG가 가장 잘하는 일.
LG 그램